[후손 探訪記(탐방기)] 南鍾三(남종삼) 福者(복자)의 長孫(장손) 南相喆(남상철) 翁(옹)
3代에 걸쳐 순교한 八角亭(팔각정) 南(남)씨 一家(일가)
遺腹者(유복자)로 태어난 南(남) 翁(옹), 생후 1개월 만에 母親(모친)마저 잃어
3남 4녀에 修女(수녀)만 3명·가족 7명이 시복식에 참석
이번에 시복되는 24위중 한분인 남종삼(요한=치명당시 51세) 복자의 장손인 남상철(프란치스꼬=77세 미아리본당회장) 옹을 만나 南씨 3대에 걸친 순교의 참상을 되새겨 본다. 그 당시 남씨가문은 팔각정(지금의 서대문근처)에 사는 南씨라고 하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명성이 높았다. 승지벼슬을 지낸 명문남씨 일가가 천주교에 입교한 것은 기해년(1839년=헌종 5년) 박해의 피비린내가 한국을 휩쓸고 신자들은 지하에서 피눈물로써 주의 복음을 펴 나날이 신자의 수를 배가시킬 무렵이었다. 남상철 노인의 증조부 남상교(아우구스띠노)씨가 아들 鍾三자부인 延安李씨(召使) 장손 明熙(남상철씨의 큰아버지)와 같이 영세입교 하였는데 특히 가장(家長) 남상교씨의 신앙은 두텁고 절대적이었다. 1865년 프랑스주교와 신부들이 몰래입국, 지하에서 전교할 그 당시 러시아가 동방진출을 꿈꾸고 두만강 건너 한국에 통상을 강요하자 이를 두려워한 대원군은 당시강대국인 프랑스와 합세하여 러시아의 침범을 막을 속셈으로 프랑스신부들을 이용하려 했다. 이 기회를 이용, 남종삼 복자는 고종의 유모 박마르따의 조언을 얻어 『프랑신부와 타협하면 노국 침입을 막을 수 있으니 종교박해를 말고 외국신부들과 같이 노국을 막는데 합세하자』는 내용의 탄원서를 대원군에게 제출했다. 그 당시 남종삼 복자는 승지벼슬을 지내며 궁궐 안에서 고관의 자제들에게 글을 가르쳤고 대궐출입은 누구보다도 자유스러웠기 때문에 이것이 가능했다. 이것을 쾌히 승인했던 대원군은 남종삼 복자가 숨어있는 신부들을 데리러 시골로 간 사이 변심, 대박해를 시작했고 이때 남종 삼 복자와 그의 가족이 몽땅 잡혔다. 1866년 2월 20일 고양군에서 잡힌 남종삼 복자는 그해 3월 1일 서울의금부로 이감, 3월 7일 서소문 밖에서 51세를 일기로 치명했다.
남종삼 부친 남상교도 2월초순경 고향인 제천에서 잡혀 공주감영으로 이송된 후 약2개월 동안의 옥중생활 끝에 83세의 고령으로 옥사했고, 아들 明熙는 15세의 어린나이로 공주감영에서 1년 동안의 혹독한 고문과 온갖 감언이설에도 배교하지 않고 1867년 8월경 부친을 따라 형틀의 이슬로 사라졌다. 이렇게 해서 남씨 3대는 치명의 영광을 차지했다.
한편 두딸(데레사=9세·마리아 7세)과 차남 撥熙(프란치스코=남상철씨의 부친)를 데리고 경상도 창녕으로 귀양간 남종삼 복자의 부인 이씨는 귀향살이 9년 끝에 그곳에서 치명, 그후 남씨가의 유독자로 살아남은 계희는 귀양이 풀려 전주 백운필의 집에서 성장했다.
13세때 구교집안 이막달레나 규수와 결혼, 여기서 태어난 이가 바로 남상철씨이다. 남옹은 모친의 태중에서 부친 계희를 잃고 모친 이막달레나도 생후 1개월만에 여의고 외조모의 품에서 컸단다. 79위 복자 중 남명혁(다미아노=제7호) 남이권(세바스띠아노=제32호) 남경문(베드로=제73호) 3복자와 이번에 시복된 남삼종 복자까지 4명의 복자의 유일한 후손인 남 회장은 역시 치명자의 후손인 서엘리사벳(77세) 여사와 결혼, 슬하에 3남 4녀를 두었는데 딸 셋은 모두 수녀가 되었다.
현재 장남 영우(아드리아노)씨와 삼양동 122번지 5백여평의 넓은 저택에서 살고있는 남 노인은 차사고로 이번 시복식에 참석치 못하고 한국에서 장남 내외와 차남 평우(한양대교수), 차녀 오딜리아 수녀(샬트르바오수녀원), 장손 기택씨 등 5명과 현재 독일에 있는 3녀 마리아 수녀(독일 보니파시오 수녀원)와 손녀 등 모두 7명이 영광스러운 복자의 후예로 참석하게 된다.
조부의 시복식에 참석하려던 꿈을 돌발적인 차사고로 이루지 못한 남옹은 『젊은 애들이 참석하고 와서 복자의 후손으로 보다 더 열심히 살 수 있게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내가 가는 것 보다 더 흐뭇하다』고 말하며 『치명자의 정신을 따라 열심히 전교해서 병인순교 2백주년 내에는 한국의 가톨릭신자수가 2백만으로 증가되어야 하겠다』고 울먹이는 음성으로 말했다. (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