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콰이강의 다리」 등으로 이름을 날린 데이비드 린 감독이 3년의 세월과 씨름하며 만들었다는 70㎜ 색채대형영화, 과연 각본 · 촬영 · 작곡 · 미술 · 의상 · 장치 등 6개 부문에서 「아카데미」상을 받을만큼 여러모로 대형영화 특유한 눈부신 부면을 많이 보여줄 것으로 기대되는 영화이다.
스토리는 러시아 19세기 말엽을 배경으로 전개된다. 어려서 부모를 잃고 남의 손에 자라난 지바고(오마아 샤리프)가 청년이 되면서 시인으로 유명해지나 생각하는 바 있어 의사가 된다.
그는 자기를 키워준 집의 딸 토오냐(채플린)와 결혼하에 되는데 그에게는 또 하나의 여자 라아라(크리스티)가 등장하여 복잡한 운명의 사랑으로 엉겨나가게 된다. 1차대전과 「볼세비키」 혁명이라는 시대와 현실의 폭풍에 부대끼면서 모든 순수한 인간성을 저바리지 않고 살아나가기 위하여 무수한 곤경을 뚫고 나가려는 인간 지바고는 결국 나중에는 아내 토오냐와 애인 라아라를 둘 다 잃게 되고 끝내는 심장마비로 쓰러지게 된다. 이런 이야기가 진행되는 가운데 등장하는 다른 인물로는 라아라의 원 애인이며 그녀와 결혼까지 했던 파아샤(톰코트네이)가 젊어서부터 혁명에 정열을 불태웠고 나중에는 개인생활을 죽여버리고 사는 사람으로 나타난다.
라아라를 비밀의 정사로 몰아넣고 애를 먹이는 속물적인 인간 코마로프스키(롯 스타이거)와 지바고를 어려운 때면 돌봐주는 이복형(공산당원)의 에프그라프(알렉 기네스) 등도 등장한다. 이 영화는 모스코바의 대셋트를 세우고 거대한 러시아의 원야를 재현하는 등 「린」 감독의 특유한 기술로 영화자체로서는 수준이상이라 하겠으나 무언가 압도되는 量감 때문에 스토리를 죽였고 로맨스의 진미라든가 혁명의 우화를 깊이 파고드는 것 같은 효과면에선 좀 실패된 작품인 것 같다. 즉 주인공을 충분히 부각시키면서 살리지는 못했고 반공영화라고 하지만 시시한 연애영화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한 것도 같고 무언가 선명한 감명을 주지는 못한다. 시적인 묘사와 「유니크」한 개념으로 칭찬을 받고 있는 원작을 잘못 이그러지게 만든 험이 없지 않다.
兪碩鎭(베드로 · 정신과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