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뜨랑제의 가을] ① 한국은「결실의 가을」더 실감케 해
추석은 과업성취를 축하하는 祝祭(축제)
발행일1968-10-06 [제638호, 8면]
언젠가 나는 다정한 친구 한사람과 「뉴욕」의 「캐쯔킬」 산속을 거닐면서 계절에 대한 토론을 벌인바 있다. 당시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절기는 새로운 생명이 약동하는 봄철이었다. 봄의 아름다움이 나에게 깊은 감동을 주었던 것이다. 그러나나 나의 친구는 가을이 주는 아름다움에 더 호감을 갖고 있었다. 그녀는 가을이 결실의 계절이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내세웠다.
그 옛날 그 산책길의 대화이래 나는 결실이란 관점에서 본 가을을 좀 더 잘 이해해보려고 무언중에 노력해 왔다. 한국의 가을은 「결실의 가을」을 더욱 실감나게 한다. 한국민의 주식인 쌀이 가을에 수확되고 황금물결 같이 넌출대는 벼이삭은 농부들의 노고의 결실임을 과시한다. 또한 한국 사람들은 가을이면 『하늘이 높다』면서 무르익은 계절의 아름다움을 즐긴다. 추수감사절이라 볼 수 있는 추석명절은 내가 보기에 과업성취를 축하하는 하나의 축제라고 생각된다.
여러가지 농작물을 수확한다는 점에서 미국의 가을도 결실의 의미를 지니지만 미국민의 주식이 되는 밑은 가을에 수확되지 않고 여름에 이미 거둬들인다.
미국의 가을은 직업야구의 쟁패전(爭覇戰)이 최고조에 달하는 야구「시이즌」이며 축구와 농구 「시이즌」이 시작되는 절기이기도 하다. 또한 미국에서는 유치원부터 대학에 이르기까지 가을에 새학년도가 시작된다. 미국의 감사절은 영국 청교도 단이 미국으로 건너왔을 때부터 비롯되었으며, 훌륭한 수확을 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리는 날이었다. 그러나 오늘에 와서 이날은 추수감사절이라기 보다는 차라리 감사제로서 의의를 지니게 되었다.
가을은 총선거와 관계되는 모든 일이 무르익기 시작하는 시기이다. 선거를 통해 새 정치지도자가 들어설 것이기 때문에 온 나라가 새롭고 다른 어떤 미래를 내다보는 분위기 속으로 휘말려 들기 마련이다.
9월의 첫 월요일인 노동절이 지나면 사람들의 의복이 대번에 싹 달라진다. 밝고 가벼운 여름옷이 밀려나고 오렌지색과 진흥색 및 갈색 등, 단풍잎 같은 색깔의 좀 무거운 옷으로 바뀌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 사람들과 미국 사람들이 휴식기간의 정양(靜養)을 준비하는 자연을 관상(觀償)하며 긴 산보를 즐기는 것은 조금도 다를 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