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話題(화제)를 찾아서] 바오로 신부 귀화
스페인人(인) 43세
한국명은 方一賢(방일현)
인도서 서품, 20년간 타향살이
외국신부론 세번째 귀화
나이가 부색토록 정열적
“막걸리 보다 정종이 좋고” 노래 솜씨도 프로
“제일 어린 한국인이라 책임감 무거워”
서울 구로동본당 주임 바오로 벨로따 바힐로(43) 신부가 스페인인으로는 처음, 그리고 외국인 신부로는 세번째로 지난 10일 한국에 귀화했다.
한국명 방일현(方一賢) 신부는 살레시오회 소속으로 62년도에 이땅에 온후 광주 살레지오 중고교에서 영어교사로 근무중, 지난 67년 2월에 현 구로동으로 자리를 옮겨 오늘에 이르렀다.
『한국은 선택된 나라입니다. 아름다운 강산, 맑은 하늘과 인정많은 백성, 솔직하고 관대한 국민성 - 이 모든 것은 나를 이나라 국민으로 만들었읍니다.』
귀화 동기와 소감을 묻는 기자에게 그저 『기쁘다』는 말만 되풀이한다. 그러나 『나를 한국 국민이 되게 해준 정부에 감사한다』고 하면서 정부에 대한 인사도 잊지 않았다.
방 신부는 1962년 1월 19일 스페인 「빌바시도」에서 출생, 54년 인도에서 서품되었는데, 현재 고향에는 70 고령의 부모와 9남매의 형제가 살고 있단다.
- 사전에 부모형제와 타협이라도.
『늙으신 부모님이 혹 섭섭해 하실까봐 미처- .』
말끝을 흐림과 동시에 눈이 창밖을 응시하는데 20여년 타향살이의 향수가 눈에 띄게 짙어 기자는 당황, 말머리를 돌려야 했다. 역시 인간이기에 당하는 본능적인 것 더구나 정열의 나라 스페인인 답지 않은 순간이기도 했다.
43세의 나이가 무색할 만큼 정열적인 눈길과 짙은 눈섭은 젊었을때 만능 운동선수의 편모를, 굵은 「바리톤」의 음성은 소탈하고 활달한 성격을 풍겨주고 있다.
- 막걸리를 좋아하신다면서요
『네, 막거리 좋지요. 더 좋은 것은 정종입니다.』 정종 「반되」 실력이라고 옆에 있던 신자가 귀띰해 준다. 뿐만 아니라 노래솜씨는 「프로」에 가까울 정도 안경을 벗으면 틀림없는 마리오 란자이다. 우리의 고유한 창(唱)은 힘이 들지마 이미자가 부른 「서울이여 안녕」 김상희의 「대머리총각」이 하도 좋아 자동차 안에서도 콧노래로 즐긴단다. 스페인가요로는 「도레로」. 학교성적이 매일 「엄지 손가락」이었다는 방 신부는 화제를 스스로 돌려 앞으로 한국인으로서 살아갈 꿈을 들려준다.
『귀화결심은 3년전부터였읍니다만, 만5년 이상 거주자라야 된다는 한국법에 따라 기다렸지요. 그동안 나는 좀더 한국사람과 가까이 지낼 방법을 연구하며 하느님의 사업에 더욱 열을 올렸읍니다.』
- 앞으로의 사업계획은?
『우선 성당을 짓고 유치원 · 학교 · 양로원 등을 마련하겠읍니다. 그러나 내 혼자의 힘으로는 불가능이고 오직 천주님의 도우심과 신자들의 협력이 있어야지요』 한국인으로서는 한국말을 가장 못하고 한국인으로서는 스페인어를 가장 잘하는 방 신부는 모든 일들에 그 풍모답게 자신이 만만하다.
부임 2년만에 4백평의 성당 건립 부지를 마련했고 2백50평의 2층 성당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이곳 구로동은 대부분 공장직공 · 노동자 등 영세민들이라 1백5십만원이 이들 3천여 신자가 세운 1년 예산.
그래도 이만한 운영이 되고 희망에 차 있는 것은 방 신부를 비롯한 모든 신자의 지칠줄 모르는 정력 때문이다. 머지않아 2층 건물이 서게될 수도의 관문 구로동은 정열적인 한국인 방 신부와 그리고 3천여 신자의 힘에 의해 한국의 산교회의 본보기가 될 것이다. 남은 일은 스페인 정부에 귀화보고만 있을분이라고 홀가분해 하는 그는 『제일 나이어린 한국인이라 더욱 무겁고 큰 임무가 지워졌다』고 차분히 타이른다.
고국과 부모형제, 그리고 모든 생활습관과 풍속을 떠난 「새」 한국인은 그리스도의 대리자로서 부모형제와 고향에 대한 향수보다 새로 살아갈 한국땅을 조심조심, 그리고 희망에 찬 눈길로 바라보고 있다. (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