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뜨랑제의 가을] ② 너 자신위해 아무것도 남기지 말라
영원한 삶 위해 헐벗은 팔을 뻗고
발행일1968-10-20 [제640호, 4면]
높은 가을하늘아래 붉은 꽃이 햇빛으로 반짝입니다. 가을은 縱異로서 빛납니다.
다른 나무들과 마찬가지로 이 나무는 찬란의 頂点에 있습니다.
한 노인이 그에게 천천히 다가갑니다. 그 나무의 아름다움을 받아 들일려는 듯이.
그는 나무가지 아래 앉읍니다. 한 잎이 선회하며 떨어져 그의 손등에 와 앉읍니다. 벌써 떨어져 버린 이 잎을 보고 나무는 부르르 떱니다. 사라져가는 마지막 햇살에 반짝이며 다른 잎들이 떨어져 내려 이제 大地에 잠들려 합니다.
그 잎들 중의 하나가 노인의 발에 미끄러져 내립니다.
벌써 앙상한 나뭇가지가 슬며시 드러납니다.
나무여, 봄의 꽃들과, 여름의 너의 열매들, 모든 것을 준 너, 이제 너에게 남은 이 한가지마저 바쳐야만 하는가!
아니 그건 너에게 너무 어려운 일이 아닐까?
여름의 더위에 네가 그늘에서 쉬게 해주었던 어린이들은 이제 너의 옷을 벗기려 한다. 꽃다발을 만들거나 치장하기 위해서.
바람, 너의 가슴을 꿰뚫어 찌르고 너를 흔들어 벗게하는 이 쌀쌀한 바람은 무더운 여름밤에 너를 시원하게 해주던 너의 친구가 아니더냐! 너의 이 순간적인 아름다움만큼이나 큰 고통. 잃어버린 너의 잎들을 생각하지 말라. 네가 줄 수 있는 것을 자신을 위해 남겨두지 말라. 모든 것을 아낌없이 내어 주라. 헐벗음의 계절. 너는 봄에 싹을 안아 그것을 기르고 아름답게 한다. 봉오리를 맺고 꽃을 피워 여름에 숱한 과일을 맺는다.
그러면 사람들은 그것들을 너에게서 뺏는다.
이제 너에게 요구하는 것은 너의 옷이다. 괴롭고 가슴 아픈 일이다. 어떻게 모든 것을 완전하게 내어줄 수 있는가.
옷은 단지 너의 장식만이 아니고 너 자신이다. 네가 보호해준 어린이들은 이제 너의 아름다움을 찢어서 엮어 그들의 목거리를 만든다.
너의 친구 바람은 스쳐가며 너에게서 한방울 한방을 삶을 뺏는다. 너 혼자 고독하게 겨울의 추움과 괴로움을 맞아야만 한다. 또 하나 나뭇잎이 떨어져 팔락이며 조금 솟아오르다가 떨어져서 땅위의 다른 잎들위에 겹쳐 내린다.
노인은 한순간 눈으로 그 잎을 좇읍니다.
나무여 너는 알고 있겠지, 네가 새봄을 알고 새로운 마음으로 삶을 작하려면 이런 어려운 길을 걸어야 한다는 것을. 이것이 신앙의 길이 아니겠느냐, 다른 아무것도 끼지 않고 순수한 신앙, 단하나의 길….
아침에, 나무의 발치에 떨어져 있는 낙엽들은 아침이슬로 연해져 있읍니다.
모든 것을 주어버린 잎새하나도 없이 앙상한 나무는 어느날인가 영원해질 삶을 신앙 안에서 기다리면서 그의 팔을 하늘을 향하여 뻗치고 있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