夜話(야화) (36) <第二話(제2화)> 榮光(영광)의 敗北(패북) ㉒
발행일1968-11-10 [제643호, 4면]
『그렇게 우두커니 섰지만 말고 빨리 이리 와서 일으키세요. 이게 뭐요. 남의 다방에 와서…』
레지가 청년에게 화를 내었을 때 청년은 비로소 윤 사장에게로 덤벼들어 일으키었다.
『그런데 웬일야? 나는 때린 일도 없고 붙잡기에 그저 뿌리친 것 뿐인데…』
청년은 겁이 나는 듯이 윤 사장을 부축해서 일으켰으나 전혀 의식과 힘이 없어서 그대로 축 늘어져있었다.
『노인네니까 그렇잖아요. 무슨 일인지 모르지만 아버지 같은 분한테 그렇게 불공스럽게 하는 데가 어디 있어요.』
레지는 뽀로통해서 청년을 공박하였다.
『다 그만한 사정이 있어서 그러는 건데 자세히 알지도 못하고 왜 그런 말을 하는거요.』
청년도 화를 내었다. 그러면서 윤 사장을 억지로 의자에 앉혔으나 의식이 없어서 그 대로 모으로 쓰러지려고 해서 부축을 하고 섰다.
『그렇게 여러번 앉아서 차나 마시며 이야기를 하자하는데 그랬으면 될게 아니어요. 노인네한테 너무했단 말이어요.』
레지가 단단히 화가난 듯이 청년에게 계속해서 쫑알거렸다.
『글쎄 알지 못하면 가만이나 있어요. 그만한 이유가 있어서 그런거 아니오. 그러구 내가 이분을 때리기라도 했단 말이오. 당신도 다 보지 않았오. 그저 붙들기에 나는 뿌리친것 밖에 더 있오.』
『몰라요. 때리지는 않았어도 정신적인 충격을 받은 거에요.』
레지는 청년의 부축을 받고 의자에 축 늘어져 앉은 윤 사장의 입에 테블에 놓인 차를 스푼에 떠서 넣어 주었다. 많이 턱에 흘렀으나 몇 스푼을 목으로 넘기자 윤 사장은 고요히 고개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너는 나야. 청년, 너는 바로 나야… 젊었을 때 바로 나야… 내 말을 좀 들어보아…』
윤 사장은 입술이 흔들리며 헛소리를 하였다.
『그게 무슨 소리야. 내가 자기라니.』
청년은 중얼거리고는 윤 사장에게 얼굴을 들이 대고 소리쳤다.
『선생님 정신 차리세요. 윤 사장님, 정신 차리세요.』
윤 사장은 정신이 들었는지 눈을 번쩍 떴다. 그는 힘없는 눈으로 사방을 둘러보았다.
『여기가 어디야?』
『윤 사장님, 정신이 드셨읍니까? 여기는 다방인데 윤 사장님이 졸도를 하셨다가 깨어 나셨읍니다. 죄송합니다. 정신을 차리세요.』
청년이 소리쳤다. 윤 사장은 청년을 잠시 바라보다가 그의 손을 잡았다.
『청년, 청년의 아버지는 누구지?』
『네?』
청년이 놀라서 반문했으나 더 말할 겨를도 없이 윤 사장은 다시 의식을 잃어버리었다.
『안되겠어요. 빨리 병원으로 데리고 가세요.』
레지가 근심스럽고 또 다방 영업에 방해가 될 것이 짜증이 나는 듯 말했다.
『병원이 어디 있지요?』
청년도 근심이 되는 듯이 물었다.
『뒷골목으로 들어가면 병원이 있어요. 빨리 응급치료를 해야지 잘못하다가 큰일날가 무서워요.』
『제기라, 이거 오늘 무슨 일야.』
청년은 화가 나는 모양이었으나 하는 수 없이 레지의 도움을 받아 윤 사장을 등에 업었다. 짜증도 나고 창피하기도 하였으나 어쩔 수없는 일이었다.
윤 사장을 업고 밖으로 나가 뒷골목을 찾느라고 두리번거리는데
『정식아』
하고 누가 불렀다. 누이 정아와 은실이가 놀라서 다가왔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
『어머나! 윤 사장님이…』
정아와 은실은 정식의 등에 업힌 윤 사장을 보고 일제히 소리쳤다.
『글쎄, 이양반이 내가 다방에서 나오려고 하는데 옷깃을 붙들기에 뿌리쳤더니 싱겁게 쓰러져서 졸도를 하지 않아. 내 오늘 재수가 없어서…』
정식이가 변명삼아 투덜대었다.
『너 혹시 이분에게 손찌검이라도 한거 아니냐?』
정아가 근심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천만에, 내가 왜 노인한테 손찌검을 해. 누난 나를 그런 우악스러운 놈으로 보는 거야?』
「그렇지야 않지만 너는 화를 내면 물불을 가볍게 못하는 아이니까 혹시 무심코 손을 댔는지도 모르지』
『절대로 손은 대지 않았어. 다방레지도 다 본걸 그래』
『어쨌든 빨리 병원으로 가자』
정아의 목소리는 떨리었다.
『내가 잘못했지. 너한테 미리 이야기를 해주어야 하는 건데…』
정아는 마침내 울음을 터뜨렸다.
『누나 그런데 왜 우는 거야?』
정식이가 윤 사장을 업고 가다가 정아를 돌아보았다.
『정식이 네가 지금 업고 가는 분이 누구신줄 아니?』
『그분이 바로 우리 아버지시다.』
『머라구?』
정아는 하마터면 윤 사장을 등에서 떨어뜨릴 뻔했다.
『아니 아버지는 동남아로 가셔서 돌아가셨다고 하더니 그 아버지가 어떻게 살아 오셨단 말야?』
『돌아가셨다고 한 것은 네가 실망을 할가 봐 어머니하고 내가 거짓말을 한거다. 내가 오늘이라도 너한테 사실을 다이야기 해주어야 할 것을 나는 일이 쉽게 끝날 줄 알고 말을 하지 않았지. 그게 내 잘못이었어.』
정아는 복바치는 울음을 억지로 참았다. 눈이 눈물로 펑젖어 있었다.
『빨리 병원으로 가야지. 윤 사장님은 원래 병환이 있으신 모양이던데…』
세 사람은 윤 사장을 데리고 골목병원으로 들어갔다. 시외 이름 없는 개인병원이다. 쓸쓸하였다. 간호부가 안으로 뛰어 들어가자 이윽고 젊은 의사가 나와서 천천히 까운을 입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