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情萬理(여정만리)] ② 聖地(성지) 예루살렘의 오늘
주께서 넘어진 자리서 눈물짓고
「예수부활기념」성당에선 감동의 막바지
발행일1968-11-17 [제644호, 4면]
미사 후엔 아기예수의 발에 입맞추며 성탄절송가를 낭랑히 노래했으며 피로했던 몸의, 잃었던 말의 그 말문이 일제히 열리듯 길고 뜨거운 기도의 물줄기들을 마음껏 뿜어 올리었다.
예수나신 자리에 커다랗게 별모양의 황동표시판을 붙였고 그곳 둘레엔 황황히 타오르고 있는 촛불이 작은 불바다를 이루고 있었으며 첫번 받아 아기를 뉘인 자리엔 낡은 침대모양의 형태로 꾸려져있고 거기도 수많은 촛불들이 바람을 안은 듯이 펄럭이며 붉게 불타고 있었다. 다시 그 가까이엔 예수성탄 때 죽은 영해들의 무덤이 으슥한 깊은 동굴의 석조건물로써 보존되어있고 여기엔 습습한 찬바람이 어둠에 섞이어 엷은 망사모양 펼쳐져있었다. 오후엔 사해와 율단강을 보고 예수승천하신 기념성당도 볼 수가 있었는데 주께서 승천하신 바위라고해서 네 귀퉁이를 나무로 액자를 짜 넣고 배례자들이 와서 잇달아 촛불을 켜 바치긴 해도 여기가 승천하신 성적인지의 정설(定說)은 아직도 분명치 않다고 했다. 다만 그 가까운 곳 어디에선가 하늘에 오르신 것은 분명한 것 같았다.
다음날은 성로신공부터 시작되었다. 첫 처소는 전야의 고문을 묵상하는 곳이고 둘째는 예수께서 사형의 선고를 받으신 재판소 앞이요 세번째는 십자가를 메고 가시다가 처음 넘어지신 바로 그 자리었다. 그 다음은 어머니를 만나시는 자리, 또 시몬이 예수의 십자가를 도와 드린 자리, 성녀베로니까가 죽음을 무릅쓰고 용기와 사랑으로써 피와 땀과 눈물에 얼룩진 주의 얼굴을 닦아드린 곳 이었다. 두번째 넘어지신 곳과 「예루살렘」의 부인들이 주를 가엾이 여겨 눈물을 흘려드린 곳(돌에 표식이 있음)에서는 순례자 중 몇몇 여교우의 흐느낌을 들을 수 있었다.
성서에 기록되기를 이때 주께서는 『너희는 나를 위해 울지 말고 너희의 죄를 울어라』고 하신바가 있지만.
그다음이 세번째 넘어지신 곳이다. 어찌나 그 광경이 무참하셨던지 마치 운명하신 것 같이 보이셨다고 한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다시 일어나시어 새 힘으로 십자가를 지시고 「골고타」의 길, 남은 과정을 한발 한발 밟아가시었다. 이윽고 옷을 벗기 우고 십자가에 못박히신 자리, 여긴 섬세한 「모자이끄」의 천정화와 벽화가 오랜 시간동안 시들지 않는 진리의 광채를 줄기차게 내어뿜고 있어 비록 이교도라 할지라도 머리를 숙으리게 하는 위의(威儀)와 교시(敎示)를 한없이 풀어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다음이 십자가 위에서 죄인을 위해 빌으시고 자애의 마음 가득하시어 축원하시던 자리. 요한에게 성모 마리아를 돌봐드리도록 부탁을 남기신 자리, 운영하신 자리, 또한 마지막으로 성모께서 예수의 몸을 안으신 그 처소….
그러나 더욱 감명이 깊었던 건 바로 그 옆에 새로운 15처라고 할 예수부활의 기념 소성당이 있었고 천주께서 천국에 오르시는 청동부조(青銅浮彫)가 제단정면의 벽에 걸려있었다는 점이다. 여기서 모든 이는 감동의 막바지에 이르러 그 얼굴은 기쁨과 놀라움에 한껏 빛나있었다. 섭시 30도의 돌과 모래와 아랍인들이 있는 이스라엘의 땅, 몇천년이 지나도 단 샘물한줄기 뿜어나지 못하게 이교(異敎)의 집념으로만 뭉쳐사는 유대인의 땅에 멀리세계의 만방에서 찾아오는 순례자들은 저마다 천상의 꽃들과 같은 촛불을 켜바치고 더운 마음, 샘솟는 눈물의 기도를 심어 심령안의 초록빛 풀이 돋게 한다.
오후에 이르러 「겟세마니」의 동산을 보고 숙소에 돌아올 땐 내심이 부풀어선지 말수조차 적고 모두가 나른한 도취와 나타낼 길없는 감회를 뜨겁게 뜨겁게 곱씹고 있었다.
10월 21일.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