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례
①농촌지역개발
②교육 및 「매스미디어」를 통한 인간개발
❸문화적 가치와 종교의 태도
④인간자원의 개발
⑤기업인의 책임
⑥조직노동자의 책임
⑦정부의 책임
1. 서언
인간의 궁극적 목표의 가치를 제시하는 종교는 사회경제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여러가지 문화적 요소가 인간개발에 관련된 영향력은 어느 하나를 막론하고 모두 절대적인 것이지만 무엇보다 종교가 기여하는 정신세계 내지 정신적 가치형성은 여타의 것에서 가장 우선적이고 절대적이라 할 수 있다. 이제 사회경제발전을 전제한 사회정의와 인간개발을 위한 종교의 태도면을 살펴보자.
2. 문화적 가치와 사회경제적 발전
인간의 근본적 욕구는 성(性) 연령에 따라 다소 다르지만 이는 바꾸어 볼 때 근본적으로 달라지지는 않는다. 이에 비해 그 가치관은 시대와 장소에 따라 달라지며 때로는 정반대일 경우도 있다. 동양적인 것과 서양적인 것이 다르며 또 전근대사회와 근대사회의 것이 크게 다르다. 도덕적 가치는 인간존재의 근본적 의의에 관계되므로 새로운 가치관에 반발하며 사회적 갈등과 혼란을 빚어낸다. 특히 생과 사의 극한 상황에서 신앙인 종교는 다른 가치보다 변혁을 꺼려한다. 인격은 그 사회내의 구조와 가치관 형성 여하에 따라 구현 된다. 따라서 어느 사회에서 강조되는 가치는 그 사회에 살고 있는 사람의 행동을 형성시킨다. 즉 사회경제 발전을 위한 적절한 사회조직은 그에 적응되는 인간존재 양태를 요구하게 되며 노동의 가치와 생산의욕을 고취시키기 위해 적합한 사회가치 즉 문화적 가치 가 요구되는 것이다.
3. 서양의 근대화와 근대적 가치
13c에 선포된 영국의 「마그너 카르타(인권대헌장)」와 15c 「르네쌍스」에서 서양의 근대화는 시작된다. 이는 인간의 자유선언과 인본주의의 저류가 낳은 산물이다. 여기에서 구질서는 파괴되고 자본주의적 경제체제가 일어나 산업의 발달을 촉진했으며 기존질서에 대항하는 「종교혁명」도 낳게 되어 새로운 경제체제와 민주정치체제를 확립하였다.
이들의 가치관은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 평등 진보였다. 진보를 주장한 근대화의 기수들은 프로테스탄티즘에 입각, 새롭고 보편적인 윤리관 확립을 시도, 개인주의 공리주의 합리주의를 낳고 정치적으로 의회제도를 성공하는 한편 이윤추구를 근본으로 하는 자본주의와 실증적 경험적 사조가 촉구되었다. 이 때의 가치관은 초기 자본주의적 자본축적과 이윤추구가 현격한 빈부의 차를 초래하고 절대합리적인 정신세계로 유도했지만 차츰 서민층의 심한 반발로 공정분배와 만인평등 원칙으로 번져갔다.
4. 한국의 근대화와 근세적 가치
이 땅의 근대화는 서구와 그 양상을 크게 달리하고 있다. 서구 근대화의 주체가 소시민 계급이었음에 비해 중앙집권적 관료체제가 그 스스로 노후된 세력으로 현상유지에 발버둥친 사회질서는 동학, 독립협회 같은 일부 자각의 단체의 반발을 받았지만 워낙 소수적 집단이었음과 경제자립의 여건을 갖지 못한 이유로 근대화의 도정은 요원했다. 결국 이 나라의 근대화는 일본세력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다. 이미 근대화를 달성한 일본은 그들의 식민지 통치의 필요성에 따라 신분제도를 철폐하고 전근대적 토지 사유제도를 개혁함과 아울러 학교교육을 시작하고 공장과 과학시설을 서둘렀다.
그러나 군국주의적 황실체제를 도입하는 데에서 첫째 자주독립의 가치관을 허용하지 않음으로써 일부 종교단체나 신진지식인들의 지도자들로 구성된 자주성의 희구는 개인의 존엄성이 무시되고 민족적 자주성의 기반을 수반하지 못한 다분히 감정적인 가치관을 조성했다. 다음에 들 수 있는 특징은, 완전히 분화되지 못한 토지제도가 일본의 비호를 받던 일부 양반층에 의해 유지됨에 따라 윤리 면에서 유교적 윤리관이 지배계급에 여전히 전승되고 있었고 이는 일반서민층의 유교적 윤리관 타파열과 간헐적인 충돌을 빚고 있었으니 이는 곧 사회정신이 구습타파에로 지향된 일면임을 보여주고 있다. 세째로 식민주의에 대한 반항으로 서구 민주주의에 호의를 갖고 이를 갈구한 점이 또한 중대하였다.
해방 후 남북분단의 비운과 강력한 질서유지가 어려운 혼란에 따라 극히 실리주의와 물질주의에 휩쓸리게 되고, 적산이 중간 시민들에 의해 점유되어 기존질서가 큰 변혁을 가져오게 되었으며, 토지제도 개혁과 경제안정 정책이 전근대적 층을 약화시켰고 독립에 크게 기여한 미국에 영향되어 민주제도·자유경제정책을 도입할 수 있었다.
또한 한국동란은 모든 질서와 계층 그리고 지리적, 문화적 면에 이르기까지 일대 변혁 내지 개조를 가져온 것은 우리 역사의 조류에 있어서 크게 주목할 문제다.
5. 한국의 발전과 문화가치
오늘날 한국에는 정상적인 경제발전을 저해할 만큼의 중대한 문화요소는 없다고 간주해야 한다. 오랜 전통으로 민족성 저류를 다소 흐르고 있는 「샤마니즘」적인 정신요소는 그러나 위험을 느낄 정도는 되지 못한다. 또한 불교를 비롯한 여러 종교와 민족과 생을 같이 해온 유교적 윤리관은 때로 퇴폐적인 기풍의 조장도 없지 않았으나 어느 정도 안정된 지금의 사회질서 안에서의 그것은 인격체에 깊이 뿌리하여 흔들리지 않는 사회질서를 형성하였고 이에 따라 여러 종교도 충돌없이 공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사회경제발전에 간혹 종교가 저해를 하는 경우가 없지 않음을 고려하면, 우리나라는 공동목표의 종교 즉 국교가 없는 점에서 오히려 유리한 조건이긴 하나 이는 다른 면에서 전체적 단결을 요구하는 정신체제가 불확립된 것으로도 해석된다. 물질은 생의 수단일 뿐 생 그 자체일수가 없다. 따라서 종교적 가치관인 선(善)은 물질추구의 일관된 노력을 방지하고 있다.
즉 사회경제의 발전은 풍요한 정신적 가치관 형성 아래 그에 적합한 물질추구로 이끌어야 함은 바로 종교의 책임이다.
이제 한국의 근대화의 길은 문화가치의 건전한 육성과 새로운 정신가치의 추구에 기대를 걸어 본다. 그러기 위해서 본인은 두가지를 주장한다. 하나는 전근대적인 대가족제도와 관료주의적 체제 의식을 지양하여 새로운 근대적 가족체제를 완성하고 가족통합과 가족 성원의 보다 큰 자유성이 강조되어 가족상호 간의 친목 및 유대강화가 필요하며 다음은 「컴뮤니티」 의식의 강화다. 가족제도의 변형이 자칫 「컴뮤니티」의식을 저해할 수도 있음을 감안, 이에 대한 우려를 가지고 지역사회에 대한 공동선 추구를 개개인의 자기완성으로 추구해야 한다는 점이다.
6. 결언
결론적으로 이 땅에는 사회 경제 발전을 저해할 절대적인 전통가치관이 없음을 다행으로 여김과 동시 신분 지향적 사고방식과 가족주의적 편향이 시급히 시정되고 개인의 자주성을 강화, 「컴뮤니티」 안에서의 단결을 촉구하여 합리적인 과학적 사고방식을 키워 나가는 것이 요청된다. 그러나 더욱 중대한 것은 현실 타산적, 물질위주적 사고를 포함한 비합리를 버리고 생활 현실 속에서의 「휴매니즘」의 형성과 상호인격을 존중하는 사회정의를 낳을 종교 내지 정신적 자세확립이다.
李萬甲(서울대 문리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