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話題(화제) 散策(산책)] 빈민촌의 착한 아버지 권연수씨
1일 평균 40명씩 10년간 무료진료
토굴집 · 극빈자들에 급식 · 직업알선 등
본보스꼬 성인 공경, 한땐 간첩으로 오인돼 연행되기도
漢의사 권연수(48세 · 스떼파노=도림동본당)씨, 그는 이미 영등포구내 모든 빈민촌서 착한아버지로 널리 알려져 있다.
화젱의 주인공 권 스떼파노씨는 영등포구 영일동 618의 78, 국제한의원 원장으로서 28년전 도림동성당에서 영세입교, 그때부터 가난하고 병들은 이웃을 돕는데 자신의 희생을 아까지 않았다.
지금으로부터 7년전 권 의사는 영일동 일대 빈민 1백40세대를 이름지어 「돈보스꼬마을」이라 부르고 이 마을 토굴집을 가가호호 방문, 앓는 사람은 무료로 치료하고 끼니를 잇지 못하는 집엔 자기 주머니를 털어 쌀과 연탄을 사다주고 이발사를 데려다가 동네 아이들의 머리를 깎아주고 실업자에겐 일자리를 마련해 주는 등 의사로서뿐만 아니라 급식제공 직업 알선 등 그야말로 생활 전부를 도맡아 이끌어 주었다. 권 의사의 따뜻한 손길은 돈보스꼬마을뿐 아니라 영등포역전 노상에서 잠자는 가난한 사람들도 수없이 위문했다. 어느하루 그는 그의 자녀 3남4녀를 데리고 빵과 건빵을 사서 자전거에 잔뜩 싣고 역전으로 갔다. 자녀들에게 표양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그날따라 역전엔 거지아이들이 4명밖에 없어 가지고 간 빵을 도로 가지고 와 그 이튿날 새벽에 다른 마을에 배급했다. 결국 자녀들에게서 우리 아빠는 우리한테는 빵을 안주고 거지에게만 준다는 핀잔만 들었다는 에피소드도 있다.
진료실 한가운데 대형의 돈보스꼬상본을 걸어놓고 그 성인을 수호성인으로 공경하며 그의 정신대로 살겠다는 권의사는 돈보스꼬 성인 사진으로 된 진료카드를 발급, 성당 각 구역반장에게 나누어주고 무료로 즐겨 치료해 주는 한편 새벽이나 밤시간을 이용 문래동 고척동 뚝방 등 빈촌에 찾아다니며 치료, 위급한 환자에겐 대세를 준다. 이렇게 권 의사가 매일 무료로 치료하는 환자 수는 평균 40여명 지금까지 모두 4만여명이나 된다. 또한 그는 치료만 하는 것이 아니다. 추위에 떠는 사람들을 보고오면 즉시 자기집 아이들의 옷은 물론 부촌을 다니며 자기가 손수 헌옷을 얻어다가 헐벗은 사람들에게 나누어주는가 하면, 순수레를 사주어 굶고있는 7식구의 대가족을 살리기도 하고, 또 병든 거지(위급한 사람)를 자기집으로 데리고와 마당 한구석에 은신처를 만들어 주고 치료해주다가 선종시킨 적도 한두번이 아니었다.
68년 12월 이런일도 있었다. 고척동에서 치료와 이발 그리고 밀가루와 국수를 나누어 주는 등 10여일동안 다닌 이삼일 후 난데없이 경찰이 병원에 나타나 권 의사를 경찰서로 연행했다. 이유인즉 권 의사가 간첩인 것 같다는 부락민들의 신고를 받았다는 것, 이것은 인정이 메마른 세상이 권 의사의 참뜻을 오해한 것이나 이해관계 없는 진실은 진실 그대로 들어나게 마련, 결국 권 의사에겐 아무런 일도 없었지만 착한 아버지가 간첩으로 인정돼서야 되겠느냐고 모두들 법석을 떨었다. 권 의사는 1956년 동양한의대를 졸업 61년 도일 4개월간 「일본침구소」에서 침술을 연구했고, 62년 일본 「양도라의학회」가 주최하는 침술 「세미나」에 한국대표로 참석하여 일본침술계에서도 고치지 못한 어느 미국인의 병을 완치시킨 국제적으로 유명한 침술사다. 권 의사는 『한 사람의 영혼 구하기가 얼마나 힘든가를 우리가 체험으로 느끼고 있다』고 말하며 10여년동안 불쌍한 사람들을 도우며 제일 기뻤던 일은 역시 육신의 병을 치료해주고 영세입교까지 시킬때라고 했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권 의사는 시종 웃는 얼굴로 수재민 1백40세대가 있는 시흥동 8통 「돈보스꼬마을」에 조그마한 강당을 하나 마련하고 그곳 주민들이 모두 그리스도의 사랑 속에서 서로 사랑하며 살 수 있도록 하고 싶다는 것. 그러나 돈이 있어야 전교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고 신자 독지가를 아쉬워하며 말끝을 흐렸다. (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