夜話(야화) (39) <第二話(제2화)> 榮光(영광)의 敗北(패북) ㉕
발행일1968-12-01 [제646호, 4면]
『저도 이상했어요. 졸도하실 때 너는 나라고 헛소리를 하시지 않았어요. 그래서 저도 이상한 생각이 들었어요.』
『너도 그랬었느냐. 어디 이리로 가까이오너라.』
윤 사장은 말할 수 없이 그립고 대견스러운 듯이 정식의 손을 잡았다. 억세고 마디가 굳은 남성의 손이었다. 당수도로 연마된 씩씩한 손이었다.
『정식아』
윤 사장은 정식의 손을 어루만지며 불렀다.
『네?』
정식이도 아버지의 뜨거운 정이 손을 통하여 전류처럼 흐르는 듯이 감격한 목소리로 대답하였다.
『내손을 보아라.』
정식은 아버지의 손을 바라보았다. 검은버섯이 번지고 뼈마디가 드러난 야위고 초라한 손이었다.
『나도 젊어서는 지금의 너와 같이 씩씩하고 힘이 넘쳐흐르는 손이었다.
그러나 늙고 병이들어서 이제는 내어버릴 헌신짝처럼 쓸모없이 되었구나. 나는 그 귀중한 힘을 지금까지 헛된 욕망을 채우기에 다 소비를 해버렸다. 그러나 잘못을 깨달았을 때 이미 나에게는 힘과 시간이 없다. 그러나 다행히 욕망은 있다. 만일 나에게 지금이라도 시간과 힘만 있다면 인생을 옳고 참되게 살아보고 싶은 것이다.
『병환이 나으시면 다시 건강을 회복하실 걸요. 뭐』
정식은 아버지를 위로하였다.
『아니다. 나는 이제 그만이다. 종언이 가까운 것이다. 너희들을 만날때까지 목숨이 부지한 것만도 나는 다행으로 알고 있다.』
『아버지 왜 그런 말씀을 하세요?』
정아가 옆에서 말했다.
『이건 하루 이틀에 알아낸 일이 아니다. 그러니까 절대적인 사실이다. 그렇지만 나는 뜻밖에 새로운 힘과 시간을 얻었다. 그것은 정식이 바루 너다. 내가 못한 옳고 참다운 인생을 네가 대신 이룩해 주어야 하겠다』
윤 사장은 정식의 손을 힘껏 움켜쥐고 그것을 자기 뺨에 대었다. 윤 사장의 눈에서 떨어지는 눈물이 윤 사장의 손에 굴러 떨어져 정식의 손까지 적시었다.
『아버지 염려마세요. 저는 벌써부터 천주님을 위해서 옳고 참되게 일생을 살아가려고 결심한지 오래에요.』
정식이도 목소리가 떨리었다.
『뭐라구? 천주님이라구?』
『정식이는 천주교 신자에요. 저도 그렇구요.』
『천주교 신자라구?』
『그래요 우리는 모두 열심한 천주교신자에요.』
정아가 힘있게 말했다.
『나도 싱가폴에서 어느 친구 결혼식때 그곳 성당에 가본일이 있었다.
그때 의식이 참으로 장엄하여 나도 모르게 머리가 수그려진 일이 있었다』
『그렇다면 아버지도 빨리 천주교신자가 되셔야 해요. 지금 어머니는 목포에 있는 수녀원에서 일하고 계셔요?』
『너희 어머니가 목포수녀원에서?』
『그래요. 어머니는 어떤 신부님의 도움을 받아서 지금까지 천주교회 품안에서 살아오셨어요. 그러다가 지금은 그 늙으신 신부님이 돌아가신 후에도 내리 거기서 일하고 계셔요.』
『거기서 무엇을 한단 말이냐?』
『수녀원에서 경영하는 양로원에서 일하고 계시지요. 만일 천주교가 아니었더면 어머니는 지금까지 무사히 살아 왔을는지 의문이라고 몇번이나 말씀하시는 소리를 저도 들었어요. 그 만큼 어머니는 말할 수 없이 큰 절망에 빠져계셨던 거에요.』
정아는 말하는 도중에 목이 뿌듯하게 막혀서 손수건을 꺼내어 눈으로 가져갔다.
『알겠다. 나는 너희 어머니에게 도저히 용서받을 수없는 죄인이다. 그래서 뉘늦게 나마 죄값을 해보고 싶지만 이렇게 목숨이 말라가니 안타까울 뿐이로구나』
윤 사장도 또 손수건을 꺼내어 눈을 닦았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다. 지난일은 그만 해두고 빨리 큰 병원으로 가시지요.』
정식이가 서둘렀다.
『정식아 고맙다. 그렇지만 내 병은 지금 서둘러도 별 수가 없다. 내 병은 내가 알고 있으니 그대로 내버려 두어라.』
『그래도』
정식은 단념할 수 없는 듯이 우겼다. 윤 사장은 손을 저었다.
『싱가폴과 홍콩에서 세계적인 명의들에게서 이미 싫도록 치료를 받아 온 나다. 내버려 두어라.』
『그럼 아버지, 아버지의 숙소로 모셔다 드릴까요?』
정아가 물었다.
『그리로 우선 가야지. 헌데 그리로 가기전에 들르고 싶은 곳이 있다』
『어디에요?』
정아가 눈이 둥그래 졌다.
『너의 숙소다. 네가 어떻게 하고 살아왔는지 한번 보고 싶구나』
『아주 누추한 곳인 걸요』
정아는 부끄러운 빛을 보이었다.
『괜찮다. 누추하면 어떠냐. 네가 사는 곳이라면 어디라도 상관없다』
이때 조금 전에 방으로 들어 온 은실이가 말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