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올 신부님!
신문은 사회의 거울이며 목탁이라고 합니다. 가톨릭시보가 이러한 제구실을 충분히는 다 못하고 있다 하더라도, 할 수 있는 능력과 의욕을 다하여 노력하고 있음은 사실입니다. 교황성하는 이런 뜻에서 「홍보의 날」을 정하고 「출판물 보급 주간」을 정하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제2차 「바티깐」 공의회 이후 매일 변하고 있는 교회와 전례문제, 신자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국내외의 모든 교회소식을 빠르고 정확히 보도하려고 애쓰고 있읍니다. 뿐만 아니라 해설·비평 등을 통하여 될 수 있는 대로 신자들의 신문이 되려고 안깐힘을 쓰고 있읍니다. 모 대주교님이 어느 본당 신자들과 같이 자리했을 때, 『주임신부의 설교(강론)는 한귀로 들은 후 다른 한귀로 흘려버릴 위험성이 있지만, 신문은 눈으로 보는 것이라서 새어버릴 틈이 없으니 많이 읽으라』고 하신 말씀을 기억하고 있읍니다.
A본당에서는 신부님이 『공문(公文)만으로는 교구당국의 지시나 전달이 힘이 들지만 가톨릭시보가 있어서 많은 사목적 지침이 된다』고 하셨읍니다.
그리고 B본당의 예순이 되신 할아버지 신부는 『지금 사람은 시사성이 없으면 강론도 싫어하므로 시보에 게재된 문제들로 이를 대신 한다』고도 하십디다.
신부님!
서울교구는 신자가 15만이 넘습니다만 그 20분의1에 모자라는 신자만이 시보를 구독하고 있는 실정을 아십니까? 한세대를 6명으로 잡으면 5세대에 겨우 1부가 돌아가는 것이니 이는 30명이 1부를 읽는 결과가 아닙니까? 물론 무료로 드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읍니까만 사정이 여의치 않고 현실이 허락치 않으니 어쩔 수가 없군요.
그런데 Y본당의 경우는 주일에 가톨릭시보 판매를 금하고 있읍니다. 이런 것은 어떻게 봐야겠읍니까? 손톱 곪는 것만 알고 염통 붓 는 것은 모른다더니 본당에서 가판(街販)을 금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알 수가 없군요. 교의에 어긋난 행동을 했다는 말인지, 아니면 전교에 방해라도 된다는 건지, 도무지 수긍이 안갑니다. 교회 출판물을 보급하라는 교황성하의 말씀을 무슨 「래디오·선전」으로 아시는 모양이죠. 그런데 본당에서 판금된 후 우체부를 거쳐 각 가정으로 들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이 신부님은 역시 모르시더군요. 아마도 가톨릭시보를 불온문서 쪽으로 착각하신 모양입니다.
알 권리가 있고 의무도 있는데, 어떤 사유로 평신자의 눈과 귀를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막으러드는지! 낯 뜨겁고 어리석은 행동입니다. 신부님 몇몇 신부님들은 아직도 권위의식과 전근대적인 사고방식을 고수하고 「게토」를 사목의 제1의 「모토」로 하고 있읍니다. 이런 신부님들에 의하면 요즘 가톨릭시보는 무슨 호전적 책자 같다는 말씀인데 모든 이가 전부 폭소하고 있읍니다. 1부에 15원인데 그게 그렇게 아깝다는 말씀인지요. 아니면 주일헌금이 축난다는 계산인지요. 그도 아니면 성당건물이 3층으로 올라가지 못한다는 것인지요.
이런 신부님들 방에는 10만원짜리 엽총이 있읍니다. 호화판 전축이 있읍니다. 가난한 평신자로서 상상도 못할 가구와 설비와 그리고 사장실 못지않는 훌륭하고 멋있는 시설이 되어있읍니다. 물론 이렇게 할 능력만 있다면야 얼마든지 할 수는 있겠죠. 허지만 신부님! 뭔지는 모르지만 구역질이 치밀고 분노가 터지는 걸 누를 길 없더군요. 제가 나빠서 그렇겠죠. 우리 교회에 단 하나밖에 없는 신문을, 평신자도 아닌 성직자로서 어떻게 보급을 방해할 수 있읍니까. 확장을 위해 노력은 못하시더라도 도리어 방해를 할 수 있느냐 말입니다. 여기 한가지 분명한 것이 있읍니다. 평신자는 신부님의 부하가 아닐 것입니다. 신부님의 신하도 아닐 것입니다. 더구나 신부님의 어용기구도 아닐 것입니다. 자발적인 노력과 참여의식을 신장시켜주는 것이 신부님의 의무입니다.
이미 보도를 통해서 알고 계시겠지만 가난한 K본당이 남의 도움없이 훌륭한 성당을 마련했읍니다. 이 본당에도 60부가 구독되고 있읍니다. 신부님! 얘기가 너무 길어지는군요. 신부님께 억지를 부려드려서 죄송합니다. 억울한 말을 들으셔야 하는 고충을 저희들의 의욕에 비추어 참고 받아주십시오. 모든 일선사목담당 신부님들이 신부님만 같으면야 무슨 말씀을 건방지게 드리겠읍니까만, 아직 젊은 우리는 뭐든지 떠들고 뛰고 해야만 속이 시원한 걸 이해하시고 다른 모든 신부님의 협력을 위해 기구드려 주십시오. 이런 글귀가 생각나는 군요. 「그는 자기를 위하여 한일은 하나도 없고 모든 것을 남을 위하여」 페스탈로찌의 비명(碑銘)입니다. 신부님! 오늘은 괴롬을 너무 많이 끼쳐 드렸읍니다. 용서하십시오. 그럼 다음 시간 나는 대로 찾아뵈올 것을 약속드리고 오늘은 이만 줄이겠읍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서금구(서울분실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