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2일, 오늘은 그동안 「세미나」를 주관해 오던 골갠(푸른군단 창설자) 신부의 비서인 잔 해퍼트씨의 안내로 「파띠마」 성모발현의 루치아 집과 프란치스꼬 집을 방문키로 했다. 일행은 손에 묵주를 쥐고 기도하면서 자그마한 산등성이를 넘어 약 1키로 떨어진 곳에 도착했다. 날씨는 유난히 쾌청하고 그리 더운 날씨도 아니다.
길 주위에는 순례객을 기다리는 선물상가가 즐비하다. 안내자는 우리를 좁은 골목으로 인도한다.
드디어 자그마한 오막살이 곧 루치아의 생가에 도착했다. 먼저 침실을 찾았다. 벽은 헐고 보잘것 없는 나무침대 하나가 방구석에 놓였을뿐, 별다른 장식도 기대에 어긋날이만큼 아무시설도 없다. 이곳이 바로 루치아가 자던 곳이란다. 다음은 주방에 들었다. 여기도 아무 장식이 없다. 마침 루치아의 생모를 만났다. 평범하고 수수한 시골가정부인像에, 그많은 순례객을 대해왔건만 하나 세련되지도 않은 소박한 인상의 그는 가난한 살림을 위해 선물을 늘어놓고 판매하고 있어 속으로 좀 어처구니 없었다. 허나 말도 통하지 않는 벙어리라 아무런 얘기도 못듣고 떠나야만 했다.
일행은 프란치스꼬의 집으로 갔다. 역시 가난한 집이고 시골냄새가 풍기며 어느곳 하나 색다른 것 없는 건물이다. 옛것을 원형대로 보존한다는 뜻이었을까?
오는 길에 영어를 할 줄 아는 부인을 만났다. 『이곳 사람들중, 어느정도가 신자입니까?』하고 물었더니 포르트갈 국민 거의가 가톨릭신자란다.
그런데 이곳 「파띠마」 사람중에도 냉담자와 비신자는 있단다. 비신자중에는 51년전 성모발현의 기적, 특히 그 마지막날의 태양사건을 목격한 사람도 있지만 아직 믿지 않는 사람이 있다고 한다. 그 이유는즉 『이세상에서 가난헤 시달리며 사는 것을 오히려 주께 원망하기 때문』이란다.
이 말을 듣고 불현듯, 한국에서 들었던 얘기를 생각했다. 『신부님! 한국에도 영적이 난다면 즉시 모두가 믿게되고 회개할 것이 아닙니까?』 영적을 봤다고 해서 모두가 신앙을 갖는다는 것은 거짓말이다. 그것은 「파띠마」가 바로 이 사실을 증명하고 있지 않은가! 오늘과 내일도 계속될 순례객이 이곳을 장사진 치고 있건만 실제 기적을 눈으로 보고서도 믿지않는 이 사람들. 인간성은 이렇게 이기적이고 불신스러운 것인가.
영적을 미끼로 장삿속에는 혈안이 되어도 그 영적은 믿으려 들지않는 이 인간들. 성경말씀을 들어보자. 부자와 나자로가 죽었는데 부자는 지옥을, 그리고 나자로는 천당복을 받는다. 지옥에 있던 부자가 주께 애원한다. 『내가 가서 내 형제들을 회개시키겠다』고. 그러나 주께서는 분명히 밝히신다. 『선지자나 살아있는 글도 믿지 않는 이는 죽었던 사람의 말도 믿지 않는다』고. 지당한 말씀이다.
「파띠마」의 영적에서 우리는 여러가지 교훈을 본다. 옛날 유대아백성이 바로 그것이 아닌가. 그들이 바라던 구세주가 황금과 권세는 커녕 가난하고 나약한 꼴이었으니 결국 저들은 지엄하신 구세주를 모독한다는 구실로 그리스도를 죽였다.
오늘 이순간에도, 제2의 유대아인은 얼마든지 있다. 매일같이 모여드는 순례객을 눈으로 보면서도 불신에 젖어있는 「파띠마」의 이 사람들-. 더 무엇을 얘기하랴.
「파띠마」에서 朴道植 神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