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작년 3월 18일 증권주식회사 부사장 지○○씨를 죽이고 자기도 자살하려다 「과실치사 살인」 죄로 무기징역을 언도 받고 서대문 구치소에 수감 중이던 이춘자(23세) 여인이 구치소 역사 이래 처음으로 11월 29일 다리를 치료받기위해 출감, X병원에 입원했다.
병실을 찾아간 본 기자의 손을 잡고 반가워하는 李 여인의 모습은 지극히 평화스러워 보였다. 기자의 질문에 앞서 같은 여성이기 때문에 흉금을 터놓는다면서 과거를 이야기하는 李 여인의 조용한 음성과 말씨는 한때 사회에 물의를 일으켰던 끔찍한 살인사건의 주인공이라고 보기엔 너무나 유순타는 생각이 들었다.
李 여인은 사건 후 서울대학 부속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유가족의 항의로 무릎과 골반이 부서진 다리(오른쪽)가 채낫지도 않은 채 9월 29일 서대문구치소에 수감됐다.
수감중 구치소를 방문한 수녀들과 부인들의 권유에 감화된 李 여인은 몸의 고통을 자기 죄의 댓가로 참으며 하루하루의 수감생활을 기쁘게 보낼 수 있었다. 자진 사형을 요구했으나 무기징역의 언도를 받은 李 여인은 이때부터 항소하기를 단념하고 일찍 출감하기를 원하기는 고사하고 오랫동안 옥중에서 다리의 아픔과 살인자라는 세상 사람들의 조소로 자기 죄를 보속하겠다고 생각했었다. 서울대학부속병원에서 임시 처치만 받고 간 다리는 구치소에서 아무치료 도 없이 내버려둬 제대로 아물지 않고 퉁퉁부어 조금도 기동할 수 없어 대소변까지 앉아서 보아야만 했다. 이런 고통 속에서도 李 여인은 교리공부를 열심히 해 지난 7월 19일 마리아란 본명으로 양홍(아현동본당 보좌 ) 신부에게서 영세했다. 李 여인은 과거의 모든 것을 뉘우치고 앞으로의 생활을 온전히 하느님께 바치기로 맹세했다. 李 여인이 영세한 후 개심한 생활태도에 대해 구치소 교무계근무 공중렬(베네딕또)씨는 『빨리 죽여 달라고 항소까지 하던 지독한 여자가 영세한 후 마음이 완전히 변했읍니다. 같은방 동료들에게 친형제처럼 따뜻하게 대해서 호평을 받고 있어요』고 말했다. 이것이 틀림없는 사실이라고 말하면서 『마음씨가 정말 곱고 착합니다. 그리고 매우 열심합니다』고 옆에서 양 신부가 덧붙여 말했다. 李 여인이 형집행정지를 받고 출감해 병원치료를 하게 되기까지는 양 신부의 노력이 컸다. 양 신부는 구치소 소장의 특별허가를 얻어 검찰청의 수속을 직접 다니며 마친 후 가톨릭사회복지회 의료부(담당 정용일씨)에 의뢰해서 이같은 일이 성립한 것이다.
침대에 앉은 李 여인은 꾸려 가지고 온 짐속에서 비닐 봉지에 싼 묵주와 미사통상문을 내 보이면서 『문주를 한시도 안들고 있으면 몹씨 허전해요. 아직 교리를 깊이 모르긴 해도 하느님이 항상 나와 같이 계신다는 것을 믿고 편안한 마음으로 하루를 하느님께 바칠 수 있다면서 앞으로 몸만 건강』하고 새생활이 시작되면 다른 사람의 몇갑절의 노력을 해서 보람되게 속죄하며 살겠다는 李 여인은 항상 유가족들에게 죄송스럽고 그 자녀들의 앞날을 축원하고 있읍니다』고 말끝을 흐렸다. 순간 여인의 눈빛은 유난히 밝게 빛났다.
吳玉花 記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