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케이트로 역어본 紙上(지상)좌담] 성탄 의의 등을 되새겨 보면 이번 성탄절은 누구와 어떻게?
“가족과 조용히”가 대부분
미사참례로만 만족치 말고
가난한 이웃에도 구원의 손을
평화를 심으러 오신 예수
교회서 먼저 성탄 의의 알리고
매스콤은 소란 배제에 앞장서야
■ 참석자(가나다 順)
郭圭錫(未信者·후라이보이)
金南祚(막달레나·여류시인)
金文子(안젤라·가정주부)
金泰道(프란치스꼬·서울신문편집국장석근무·부장)
朴成鍾(프란치스꼬·神父)
宋在健(아우구수띠노·학생총련회장)
尹靜姬(데레사·俳優)
최민용(未信者·교통순경·종로네거리 근무)
본사에서는 성탄절을 맞아 지나친 사치와 소란 속에서 자칫 성탄본래의 의의를 망각할 우려가 있는 우리나라 특유의 혼란을 배제하고 그 폐단의 원인을 분석, 보다나은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아래와 같은 설문을 각계 각층의 인사들에게 돌려봤읍니다. 「비판받는 크리스마스」가 되지 않고 어디까지나 성스럽고 고요한, 내심으로부터 충일한 평화가 넘쳐나는 아름다운 축제일이 되어야 하지 않겠읍니까. (편집자)
■ (問一) 모두들 성탄절을 그 의의에 빗나가게 지냈다고들 생각하고 있읍니다 그 의의를 되새겨 주시면 좋겠읍니다
▲최=예수가 이 세상에 평화를 주기위해 오신 줄로 압니다. 그러니 그의의 첫째가 평화란 뜻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泰=모두들 잘 알고 있는 일이 아닙니까.
▲朴=예수님의 생일축하만이 아니라 우리들의 생일로 알아들어야 합니다. 예수님의 탄생일은 2천년 전이었지만 이 탄생일은 그것으로 그치지 않고 세기를 통해 세상마칠 때까지 당신의 신비체를 통하여 신자안에 되풀이되는 것입니다. 우리의 크리스마스는 따라서 부모나 친척의 지난 생일날을 맞이하는 기쁨으로써만 그칠 수 없고 지금도 우리 안에 생활하시고 매일 나시는 하느님의 탄생을 맞아들이고 다짐한다는 깊은 뜻이 있는 것입니다. 크리마스의 참다운 뜻은 우리를 통하여 얼마만큼 그리스도 강생의 현의가 생활화하느냐에 있다고 봅니다. 우리가정, 우리 동리, 우리직장, 내가 지금 살고있는 땅위에 내 생활주변에 얼마큼 나를 통해서 평화와 겸손과 그리고 조용한 우정을 전파하느냐에 따라 68년도 크리스마스의 생명은 척도 되어야 될 것입니다.
▲郭=시대조류에 따라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고 생각합니다. 제 생각에는 그리스도교를 믿는 신자만이 이 성탄을 보내야 참의의가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의의를 모르고 지내고 있기 때문에 비판받는 크리스마스가 돼 버린 것이 아니겠어요.
▲文=사람은 누구나 고독합니다. 서로 흉금을 터놓고 살 수없는 불신의 생활 속에서도 특별히 우러러볼 수 있는 인격의 소유자를 발견할 때 위로와 기쁨을 얻는 것이 인간의 상정일 것입니다. 하물며 지엄하신 하느님의 아들이 인류를 구속코자 가난과 겸손과 희생으로 말구유에 탄생하신 성탄의 의의야말로 그 측량할 수없는 자애 때문에 기쁘다기보다 황홀하고 감격스럽기만 하여 입으로 어떻게 표현하는 것조차 송구스러울 뿐이에요.
▲尹=우리 인간을 구속하러 오신 예수께서 나신 날이니, 마땅히 기억하고 기념해야 할 줄 압니다. 평화를 심으러 오신것이 가장 큰 의의가 아니겠어요.
▲宋=온 인류에게 희망과 용기를 북돋아 주시기 위해 천주 친히 예수를 세상에 보내신 것으로 그리스도적인 사상과 교리를 바탕으로 한 새로운 사회풍조의 구현을 위해서 우리 모두 노력하여야 할 것입니다.
▲南=언제나 새롭고 영원히 새로운 세계적 경축일이라고 생각해요. 인류의 희망이 해마다 이날은 시들은 낙엽더미를 헤치고 초록으로 솟구치는 날이기에.
■ (問2) 이번 성탄절은 어디서 누구와 어떻게 지내시렵니까?
▲郭=예년처럼 이날만은 가족과 함께 지낼 겁니다.
▲최=우리는 이런 때일수록 바쁘고 비상에 눈코뜰새 없이 밤을 새웁니다. 그러나 이 밤만은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조그마한 선물이라도 들고 가서 지내고 싶어요.
▲尹-인천에 있는 해성보육원(샬뜨르 바오로 수녀회 경영) 수녀님과 원아들을 방문할 계획입니다. 작으마한 선물을 갖고 꼭 방문하고 싶어요. 나를 아끼고 지도와 격려를 해주시는 수녀님들이거든요.
▲朴=따스한 손길이 필요한 노동자들과 함께 지날 것 같습니다.
외롭고 가난한 노동자들에게도 꼭 「메시아」는 오시고 또 함께 하실 것을 믿기 때문이죠.
▲泰=성당엘 다녀와서 친구들과 술약간 마시고… 그리곤 집에 죽치고 앉아서 아내와 애들과 함께.
▲文=감격에 사로잡혀가는 해의 아쉬움과 허전함을 느낄 사이도 없이 해가 바뀌게 됩니다. 특히 어머니들은 성탄장식·음식 만들기 산타할아버지 역할 등으로 가족들의 성탄준비에 바쁘고 가족과 함께 교회에 가는 것이 정한 행사지요.
▲南=집에서 가족들과 함께 지내겠읍니다. 물론 온 가족이 성탄절 미사참레를 해야죠.
▲宋=서울 명륜동 학생회관에서 임원들과 자정미사참례와 간단한 축하파티를 가질 예정입니다.
■ (問3) 작년 성탄절은 어디서 누구와 어떻게 지내셨읍니까?
▲文=일년동안 삶에 쫓기다가 성탄절이 다가오면 극빈자들을 생각해보는 달이라고나 할까요. 그리고 아이들이 모아논 저금통을 가지고 함께 도아원 방문을 4·5년 해 보았읍니다. 이것도 우리 꼬마들의 교육이 먼저고 보면 내 마음은 제사보다 젯밥에 있는 셈이지요.
▲宋=본당인 서울 금호동서 자정미사에 참례한 뒤 머플러로 얼굴을 감싸고 시끄러움이 지나간 새벽거리를 호정이 걸었읍니다.
▲南=작년 성탄절도 집에서 애들과 함께 보냈읍니다. 조그만한 「트리」도 만들고 일곱빛갈 쯤의 촛불도 켜 놓았었읍니다.
▲泰=집에 친구들이와서 노닥거리다가 통금이 없는 날이라 해서 밤 깊어 거리에 나왔더랬죠. 덕분에 바가지만 썼읍니다.
▲尹=가족과 함께 자정미사에 참례하고 집에서 보냈읍니다
▲朴=작년 성탄은 해외에서 지냈는데 아세아 JOCF(가톨릭여자노동청년회) 훈련이 필립핀에서 있어서 지도신부로써 참석했지요.
▲郭=가족과 함께 지냈지요.
▲최=작년은 특근으로 길거리서 밤을 새웠읍니다.
■ (問4) 지금까지 보낸 성탄절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이며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南=8년전의 성탄절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지금 2학년 짜리 석이가 바로 「크리스마스·이브」에 병원에서 났어요. 갖난 아기를 옆에 뉘이고 보다 더 간절한 기도의 마음이 치받히더군요.
▲郭=지금은 아무교도 안나가지만 6·25전에는 프로테스탄트에 다녔어요. 특히 이때가 되면 생각나는 아니 추억되는 한가지 사실이 있읍니다. 인천 내리교회에 다닐때 합창단원으로 있었는데 6·25가 났어요. 바로 이날 그 친구 단원들과 헤어져 「유엔」 군에 입대해서 전지로 나갔읍니다. 그때 이북으로 북상했다가 다시 후퇴해서 서울까지 와서 크리스마스를 맞게 됐는데 정말 우연히 3일간의 휴가를 얻어 인천교회에 갔더니 6·25날 헤어졌던 합창단원전원이 모였지요. 서로 얼싸 안고 울음 터뜨렸죠. 너무나 감개무량했읍니다. 정말 이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짜릿한 흥분을 느낍니다.
▲宋=역시 작년에 있었던 일, 본당의 고등학생회에서 성탄을 보름 앞두고 자정미사성가를 불러야할 책임을 받게 돼서 난로불도 시원치 않은 판자집 교리실에서 발을 동동 굴리는 학생들을 달래가며 하루 2시간씩 강행, 예행연습의 마지막이었던 24일 미사 전엔 성인성가대 실력 못지않게 잘됐으나 막상 성당 안에 들어가자 워막 무리를 한데다가 훈훈한 실내기온에 학생들의 목청들이 잠기기 시작하여 급기야는 성가가 엉망이 돼버렸죠. 덕분에 지휘를 했던 나의 시선은 땅바닥으로 향했고 이마에서는 땀방울까지… 그 후 며칠동안 본당신부님이나 신자들 앞에서는 얼굴을 똑바로 못들었으니 지금도 그 생각하면….
▲文=어렸을 적에 주일학교에서 연극 노래 춤 등으로 성탄을 축하하러 흰눈을 밟으며 밀려다니던 일들이 지금도 어느 용궁에서 있었던 일같이 아름다운 꿈으로 간직됩니다.
▲泰=3년전 「뱅코크」에서, 섭시 30도를 오르내리는 무더운 크리스마스라 객지에서 향수를 달래며 노상 흥겹지가 않았지요.
▲尹=뚜렷한 것은 없으나 고교재학 때 성가대원이었는데 「올 나이트」한 정도의 기억뿐입니다.
▲최=아직 교회 문앞이라곤 가보지도 못한 관계로 더구나 어릴 때 그저 말만 듣고 아는 크리스마스였을 뿐입니다.
▲朴=지금으부터 10년을 되새겨보면서 당시 넝마주이들과 함께 지냈던 성탄절이 인상적입니다. 거리감을 두고 경계하던 그들 속에서 피부와 살결이 맞닫는 순박한 즐거움 속에서 즐겁게 지냈던 순간입니다. 구세주는 가난한 사람이나 부유한 사람이나 환자들이나 모든 이의 구세주이시므로 헐벗고 굶주리고 피곤한 노동자인 그들 속에 함께 계신 그리스도를 보면서 기쁨을 금할 수 없겠지요.
■(問5) 지금까지의 성탄절 보내기에 비판이 많은데 그 원인은 무엇이겠읍니까?
▲泰=지각없는 몇몇 사람들 때문이죠. 그러나 신경쓸 필요없어요. 성탄절은 누구를 막론하고 기꺼워할 권한이 있으니까요. 성탄의 근본 뜻을 충분히 알든 모르든 간에-.
▲南=너무 소란하고 나치게 사치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성탄은 사치나 소란하곤 원래부터 무연(無緣)한 것일 텐데요. 조용히 안으로부터 넘치는 축제가 성탄절 아니겠읍니까.
▲尹=예수님의 탄생일이란 것을, 또 그 의의를 모르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저 자기 위안이나 도취에서 무언가 반항하고픈 젊은이들의 감정이 폭발된, 타락한 정신에도 원인이 있겠고요.
▲宋=일년의 마지막이라는 데서 기인한 심리적 동요와 통금해제로 인한 해방감, 그리고 신자들의 선물교환 및 경축행사가 일반인들을 자극시키는 요인일 것이라 생각됩니다.
▲朴=비판이 많은 원인을 말하기보다 우선 성직자와 평신자들 모두가 성탄의 깊은 신비를 더 깊이 모든 이에게 알려줘야겠다고 생각되는군요. 「베들레헴」의 외양간 말구유에 계신 아기예수를 본 목동이 그 사실을 순진하고 진실하게 믿고 전했던 것처럼.
▲崔=거룩하고 고요한 밤인 줄 아는데 현재로선 그 의의가 완전히 사라진 듯한 느낌이 들만큼 오히려 광적인 명절이 되어버린 것은, 심하게 표현하면 부모들의 양해아래 밤새도록 술이나 마시고 난잡하게 놀아도 좋은날인줄로 착각을 하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文=지금까지의 우리교회의 성탄절이 너무 법에만 얽매여 성사보고 미사참례로 만족하고 기억과 기념으로만 지냈기 때문이 아닐까요?
▲郭=비교인들의 인식 부족도 문제고 「매스콤」이나 일반 상인들의 너무 지나친 과장으로 마음이 들쁜데다 파티니 뭐니 하는 따위로 인해서 생긴 결과라고 보입니다.
■ (問6) 신자들은 종래까지 성사나 보고 미사참례하는 것으로 성탄절을 보냈는데 이것만으론 어딘가 허전하다고 생각지 않으시는지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南=성사보고 미사첨례하는 것도 물론 필요합니다. 그러나 잊고 지냈던 친지나 벗들을 그날엔 서로 찾아서 얘기를 나누거나 차린 것이 별로없는 식탁에라도 마주 앉아 쌓인 회포를 따스한 대화로 푸는 그런 일들도 좋을 듯 싶읍니다.
▲宗=자신은 별로 절감해 본적이 없으나 신자들이 모여서 환희의 기쁨을 같이 음미할 수 있는 기회가 베풀어진다면.
▲尹=물론 고백성사보고 미사참례해야 하고 그 다음에는 2천년을 고대하다 구세주를 맞이한 유태 백성들처럼 대림절에 먼저 가다듬은 마음의 준비위에서 예수님의 집과 옷을 만들어 주는듯한 기쁜 마음으로 남을 위해 좋은 일을 한다면 얼마나 좋겠어요? 이건 딴 얘기지만 특히 저는 배우라는 특수직업이라 백만 신자들의 눈길을 항상 느껴요. 주일미사는 원거리 촬영시는 못하지만 자동차 속에서 기도로 대신하곤 해요. 또 제가 천주교신자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감독들도 많이 이해를 해줍니다. 언제나 신자라는 것을 잊지 않겠어요.
▲文=앞으로는 우리세대에도 나의 마음에도 아기예수를 새로이 탄생시키며 받아들일 수 있는 자세를 실생활로 옮겨야 될 줄로 생각합니다. 각 단체를 통해서 좀 더 활발한 자선과 새로이 우정을 꽃피울 수 있는 행사 등 청소년들의 바른지도 적극적인 움직임을 바라는 마음 간절해요.
▲朴=설문7의 대답과 종합해서 말씀드려 보겠읍니다. 크리스마스가 그 시발점부터 모든 백성을 구원하기 위한 구제사업의 첫 걸음이었다면 크리스마스에 가장 위배되는 태도는 내 가정 내 친구끼리만의 이기적인 기쁨에 그친다는 것이 아닐까요? 「크리스마스이브」캐롤송 마음 맞는 사람들만의 즐거움으로 그칠 것이 아니라.
우리가 처해있는 지역사회에 어떻게 그리스도의 사랑과 평화를 전파하느냐 하는 점을 생각하는 동력적이요. 사명감에 찬 성탄절 이어야할 것입니다. 따라서 젊은이들은 자기 지역 내의 주민들의 생활상태를 조사하고 그 중에 가장 고독하고 가난하여 그리스도의 「메시지」를 받을 만한 자격자를 색출해내야겠죠. 마치 「베들레헴의 말구유에서 첫번」 동무로 초청된 대상이 가난한 일꾼 목동이었듯이 다음에 가정이나 교회당에 적당한 자리를 마련하여 조사대상자들을 초청코 우정과 기쁨을 낳는 여러가지 행사를 마련할 수도 있겠죠. 과자와 노래와 술도 좋지만 손님을 맞이하는 서비스 정신으로 조용함과 평화스러운 기쁨과 그리고 친밀한 대화로써 깊이 있는 정신적인 샘터를 제공해주어 희망과 빛을 받고 갈 수 있다면 이런 것이 바로 예수님의 성탄을 우리 몸을 통하여 되풀이하는 뜻 깊은 크리스 마스의 정신이 아니겠어요.
■ (問7) 특히 젊은이들에게 권하고 싶은 성탄절 보내기에 대한 고견은 무엇입니까?
▲宋=사리판단을 냉철히 할 수 있는 이성의 눈으로 성탄절이 의미하는 진정한 뜻을 알아서 자신에게 부끄럽고 후회스러운 행동은 하지 않도록….
▲최=교인은 교회에서 그리고 가정에서 보내기를 바라고 또 「매스콤」이나 학교 부모들이 좀 더 적극적인 방법으로 선도하길 바라고 싶습니다.
▲郭=가족친지가 모여 조용히 보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尹=성탄절의 의의부터 알고 나서 「크리스마스」를 지내라고 권하고 싶어요.
▲泰=즐길 수 있는 한 그리고 윤리적으로 탈선하지 않는 한 맘껏 즐기라고.
종교적인 의의라던가 그런 것은 좀 어른이 된 다음 생각해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일년에 한번쯤 축제 「무드」에 파묻혀 젊음을 한번 폭발시키는 것도 결코 나쁘지 않겠죠.
간혹 외인들이 『크리스마스가 우리와 무슨 상관이 있느냐 조용히 하라」고들 하는데 왜 상관이 없는지 모르겠고 또 성탄 불신보다는 약간의 소란이 있더라도 성탄을 축하하는게 몇갑절은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文=얼마 전에 「크리마스를 가족과 함께」라는 운동을 모 여성단체의 소식을 전해 들었죠. 작년의 길거리는 한결 조용했으나 몇달 후에 음성적으로 악화된 것이 나타났다고 하는 결과를 듣고 등골이 옷싹함을 아니 느낄 수 없었어요. 금년은 청소년들의 모여 놀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하여 악을 방지하는 제도를 만들었음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