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사는 세상, 한평생은 너무 짧다. 평생에 차례지는 기쁨이란 그렇게 보잘 것 없는 것이니 삶이 좀 더 오래면 기쁨도 그만큼 많아지려니 하는 마음에서 그런 생각이 든다.
그러나 사람의 평생은 너무 길다. 한평생의 괴로움이 그러하니 괴로움은 이미 족하고 넘치는 것이며 더긴 인생이란 더 오랜 괴로움에다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 조상이 살아왔고 우리가 살고 있는 이런 모습의 세계를 살기 위해서는 사람은 너무 약하고 어리석다. 그 가혹한 삶의 조건아래서 그토록 오랜 세월을 사람들이 살아왔다는 걸 생각하면 나는 사람이 산다는 것이 내 힘이나 너의 힘 또는 어떤 사람이거나 그들 개인의 뜻보다 더 큰 힘의 도움을 받지 않고는 이 삶을 견딜 수 없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오늘날 세상은 옛날보다 편리한 일이 많아졌다. 그러나 불편한 것을 다 없앤 것이 아닌 바에야 괴롭다는 점에서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다름없다.
달라진 것은 옛날에는 그 괴로움을 우리와 더불어 덜어주겠다는 심정에서 자기를 버린 사람들의 가르침이 살아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 그런 것들. 동양에도 서양에도 있었던 그런 아름다운 마음의 표현은 점점 없어져가고 있다. 『어리석고 약한 우리가 잘못을 저질렀을 때 우리가 그 앞에 꿇어앉을 수 있는 대상은 이미 없다』고 어떤 사람은 말한다.
『그리고 괴로움의 하소연은 오직 자기밖에 들어줄 사람이 없다』고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고 있다.
아마 일찌기 사람이 사는 세상에서 이처럼 사람이 믿을데 없는 시대가 없었으리라. 이것은 우리가 아마 커다란 과도기에 살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어떤 것이 가고 새 것은 아직 분명한 모습을 갖추지 못한 때를 사는 사람들은 특별한 괴로움을 겪는다. 그는 원래 무리한 일을 두리하게 할 수밖에 없고 그래서 자기가 사는 이 세상을 어둠속에서 길 더듬듯 살아야 한다.
이런 세상에서 신앙을 지키고 사는 사람들을 나는 특별한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들은 우리 보다 더 많은 고통을 맛보았기에 그와 같은 기쁨의 노래를 부를 줄 아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크리스마스가 되면 나는 그러한 사람들의 기쁨의 노래를 들으면서 괴로움과 기쁨에 모두 무능한 나를 돌이켜본다.
작곡을 못하는 사람도 감상은 할 수 있듯이 나는 그 아름다운 영혼의 마음의 봄빛과 나이를 먹고 슬픔을 거치고도 아직도 기뻐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사람들의 노랫소리를 들으며 자못 생각에 잠긴다. 크리스마스에 공연히 소란을 부리는 우리사회의 딱한 풍조에 대해서 신자들에게는 아무 죄도 없으며 우리사회의 딱한 여러 일들 가운데 한가지 현상일 뿐이다.
신자아닌 사람으로 나는 그 점을 미안하게 생각한다. 신자들이 보다 뜻있게 보내기를 원하는 날과 밤에 하필이면 소란을 피워서 마치 신앙 그것이 그런 꼴로 되기나 한 것 같은 착각을 준다는 것은 참으로 딱한 일이다. 근년에 여기대한 반성이 부쩍 이야기되는 것은 다행한 일이다. 하루빨리 신자들의 날을 그날답게 지낼 수 있게 되었으면 한다. 하기야 달력의 그날을 교인들이 전세 낸 것은 아니겠지만 이웃집에서 애기를 낳은 날에 개를 잡는 심사는 없어야 하는 것이 도리다.
내 아이가 아니라도 아이는 우리 동네의 아이다. 정 어려운 일이 아니면 가릴 것은 가려주고 조심조심해주는 마음이 아쉽다.
곧 크리스마스가 온다. 많은 신자들에게 기쁜 이날을 그들이 뜻있게 보낼 수 있게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사회가 그러한 점잖은 마음 쓰기를 할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도록 신자여러분들이 도와주고 깨우쳐 주기를 희망한다. 그렇게 해서, 이 캄캄한 시절에 신앙자들이 지키는 불빛과 노래 소리에 말없는 감회를 느끼면서 불빛을 바라보며 그 노래에 귀 기울일 줄을 아는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崔仁動(作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