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와는 뱀의 유혹에 넘어가 하느님이 따먹지 말라고 하신 「선악 아는 나무」의 열매를 따먹고 남편 아담에게도 권하여 먹게 하였다. 이 죄로 말미암아 그들은 낙원에서 추방되나, 「여인의 후손」과 「뱀의 족속」은 원수가 되고 결국 「여인이 후손」이 「뱀」의 머리를 짓밟을 것이라는 예언을 들었다.

이것은 「야휘스트」의 說話이다 祭官系 저자가 1장의 창조이야기에서, 異敎민족들이 神으로 여기던 해와 달과 별들을 7일 「스케마」의 넷쨋날에 배열하여 그것들이 한낱 피조물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강조하고, 또 「바빌로니아」 신화에서 인간의 창조에 중점을 두어 諸神들이 「의논한」 끝에 「엔릴」神이 사람을 만들었다고 한 것과는 달리, 祭官系 저자는 하느님 자신이 「熟考하신」 끝에(1 · 26) 사람을 창조하셨다고 기술함으로써, 異敎의 잡신 신화들에 대항하여 형식은 통속적이지만 신학적으로 정확한 창조설화를 엮은 것처럼 「야휘스트」의 범죄 이야기에도 反異敎的 의도가 깃들어 있다.

대다수의 성서 註釋學者들은 「야휘스트」 史料의 편찬 시기를 살로몬시대로 보고있다. 이 시대는 다위王朝의 전성기이기는 했으나, 이스라엘은 異敎민족의 王政을 본받는데 급급한 나머지, 하느님이 그들에게 지우신 選民으로서의 靈的운명을 포기할 위험에 처해있었다.

살로몬 자신이 「가나안」 여자들을 첩으로 맞아들이고 「예루살렘」에도 그들의 神전과 祠堂을 짓게한 결과, 이스라엘 백성에게 악한 표양을 주었을뿐 아니라, 「가나안」 종교를 放置하여 이스라엘의 참된 신앙을 위협하게 하였다. 「가나안」 사람들의 종교는 「뱀」을 생식활동의 상징으로 삼은 豊産 숭배의 자연종교였으며, 그것은 정말 뱀처럼 교활하게 이스라엘을 속이고 「야훼」에 대한 참된 신앙을 浸蝕하고 있었다. (바빌로니아의 「길가메쉬 서사시」에는 길가메쉬가 일종의 不老草를 발견하나 그가 목욕을 하고있는 동안에 뱀이 그것을 훔쳐간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여기서 「야휘스트」 저자는 「가나안」 사람들의 풍산미신의 위협을 劇化하고 동시에 이스라엘의 옛 전승들을 그당시의 시대상황에 적용시킴으로써 동족에게 일대 각성을 주고자했다. 즉 하느님만이 주시는 풍간과 생명을 엉뚱하게 「뱀」(가나안의 자연숭배)을 통해 찾으려고 할 때에는 도리어 하느님에게 버림받고 靈的으로 죽고만다는 것을 일깨워 주어야 했다. 이 이야기를 들은 그 당시의 이스라엘 사람들은 「뱀의 족속(후손)」이란 「가나안」의 자연숭배자들을 가리킨다는 것은 쉽게 알아차렸으리라. 「여인의 후손」은 다위王朝를 가리키며, 여인의 후손이 뱀의 머리를 짓밟으리라는 것은 다위王朝가 결국 「가나안」의 풍산미신을 소탕할 것이라는 예언이다. 즉 하느님은 다위王朝(선택된 민족 가운데서도 다시 선택된 家門이다)를 통해 악의 세력을 제압하고 세상에 구원을 가져오시리라는 예언이다. (이 구원은 다위의 후예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마침내 이루어진다.)

「여인」이란 말은 「왕의 어머니」(황태후)란 뜻으로 사용되었으리라는 의견이 성서 주석학자들 간에 많다. 「야휘스트」 저자는 창세기 2~3장에서도 그렇거니와, 이스라엘 역사에 있어서 여인들에게 특별한 지위를 부여하고, 중요한 인물(남자)들의 공로를 뒷받침한 여인들의 역할을 인상적으로 부각시키고 있다. (예컨대 사라, 레베카, 라켈 등).


더욱이 흥미있는 것은 이런 여자들이 대개 石女로서의 고민을 겪지만 豊産神들(가나안종교)의 힘을 빌어 아이를 낳으려고 하지 않고, 하느님의 전능으로 아이배기를 기다리는 신앙의 女人像으로 묘사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이상 「야휘스트」 전승의 역사적 배경을 간단히 소묘하였지만, 우리가 주의해야 할 것은 靈感받은 성경저자가 자기시대의 「테마」를 先史時代로 소급시켜 原因論的으로 劇化함으로써 이 「원조 범죄」 이야기는 그당시의 시대상황과 이스라엘의 죄 및 비극의 범위를 넘어 「이 세상의 죄와 인류의 비극」을 表象하는 보편적 의미를 갖게되었다는 것이다. 그리스도교적 입장에서 볼때, 그것은 우리 자신이 살고있는 현실적 역사의 출발점을 통속적 표현형식으로 서술하고 있다. 다음에 원조범죄 이야기의 敎義的인 면을 살펴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