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뜨랑제 시절의 한여름] 湖水(호수)만나면 모두 개구리 되고
學生(학생)「마이크로버스」스칸디나비아로
夕陽(석양)에 맨발로선 北洋(북양)의 금발 美女(미녀)…
발행일1969-08-17 [제681호, 4면]
中世風이 뚜렷한 자그마한 牧歌的 大學都市인 「핏틴겐」에서 공부하던 10년전의 회상이다. 독일이 거둔 경제적 기적의 열매가 일반백성에게 배급되기 시작하던 때라 市民들의 生活이 비록 안정되었다고는 하나 「바캉스」의 열병에 걸리기엔 좀 일렀섰다.
나는 긴 여름방학을 선용할 목적으로 방학이 시작하자 학생회가 알선하는 3주간의 스칸디나비아의 여행길에 올랐다. 「마이크로·버스」를 전세 내어 학생들이 직접 운전하고 가는 휴가 여행이라 쉬고 싶은 때는 쉬고 호수만 나타나면 우린 개구리가 되었다.
물론 명승지라는 명승지야 빼놀수는 없고 덴마크의 평화롭고 牧歌的인 한가로운 시골 風景에 도취되면서 몇일만에 내가 그렇게도 꿈꾸던 北方美人의 고장 스웨덴에 上陸했다.
덴마크 아가씨들의 금발이래야 갈색과의 혼합이거나 쥐털빛과의 혼색이라 별로 눈을 끌지 않았지만 스웨덴의 수도 「슈톡홀름」으로 향해 北上함에 따라 금발의 농도는 변해갔다.
막상 그 금발美女를 「슈톡홀름」의 교외해안가 멀리에서 보았을 때는 황홀했다고 할까. 도취되었다고 할까 아니 확실히 나는 미쳐있었다. 한국의 금색갈이 그 고운 금발을 길게 풀어헤치지 않았나, 바람에 나부꼈다가는 「히프」에 닿는 그 율동 눈부신 광채, 거기에다 맨발로 모래사장 바위 옆에서 서 北洋에 기울어져가는 태양빛을 받으면서 水平線을 바라보는 굴곡진 그 자태 요정인듯 천사인듯 저렇게 황홀할 수 있을까? 그것도 실오리 하나 아니 걸친 나체이니 말이다.
바로 조물주가 만든 原人이 저기 있구나! 10년이 지난 오늘 우연히 옛 「바깡스」의 에피소드를 적어달라는 청을 받고 이 글을 쓰는 이 밤에 나의 잠을 쫓고 내 눈앞에 도사리고 있으니 내가 얼마나 도취되었나를 짐작할 수 있으리라. 그날 밤에 집에 보낸 年月日이 다 틀리고 무엇을 적었는지 통말이 연결되지 않는 편지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는지…
여행 중에 친해진 독일아가씨하고 더 가까이 가서 보자고 했다. 『아니 이렇게 멀리서 보는 것이 더 멋있을 꺼야.』 좀 더 가까이 가자고 손을 쥐고 끌었다.
그 아가씨도 마지 못하는 듯하면서도 몇걸음 다가서서는 『넘어가는 황금색 北極太陽빛을 가슴에 받으면서 바람에 날리는 금발사이로 황금빛이 새어들어 반사되므로 저렇게 황홀해진다』고 『저것이 정말 사람일까?』(봐룸덴니히트?) 『왜아니겠어요』 『정말 아름답군』 내입에서 또 한마디의 찬사가 튕겨 나왔다. 『젊은 아가씨의 나체는 다 아름다워요』 나는 혼자서 더 가까이 갈 용기를 못내고 그 아가씨의 손을 쥐고 또 끌었다. 우리가 오는 기미를 눈치 챘던지 그 금발 아가씨는 바위틈으로 사라졌다. 내가 놀란 것은 그 부근 해안가의 피서객은 전부가 완전 나체라는 것이다.
우리는 돌아오는 길에서 또 하나의 絕景을 목격했다. 世上 사람들의 호기심이란 東西南北 男女老少를 막론하고 다 똑 같았다. 널판자를 높이 막아놓은 주변에 여행객 차림의 각종 人種이 서성대고 있었다. 어쩌다 생긴 널판자의 틈새로 혹은 공이 빠진 작은 구멍을 통해 들여다보고선 좋아라고 웃고 있는가 하면 그곳에 대고 부지런히 카메라의 「샷터」를 누르는 친구도 있었다.
젊은 부부도 보곤 웃으면서 무어라 지껄여댔다. 나의 호기심도 동하는지라 아가씨하고 들여다보았다.
인제야 웃는 이유를 알았다. 바로 나체 풀장이였으니까. 觀光客을 誘引하는 方法엔 별난 솜씨도 있구나! 남의 호주머니를 털자니 오죽할까. 일주일 머물러있는 동안 금발이 검은 눈동자에 황홀해 보이듯이 금발의 파란 눈엔 윤기나는 검정머리가 더 없는 자극적 매력임은 몸소 체득하고선 아쉬움이 남는 금발 美人의 고장을 떠나 어둑 컴컴한 북창의 내 책상머리로 돌아오던 그 여름을 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