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映畵(영화) 隨想(수상)] 最近(최근)의 邦畵(방화)들
背景(배경), 中國(중국)아닌 한국돼야
「마카로니」서부극·「홍콩 검술극」모방
演技者들 검술 서툴고
한국 劍術劇(검술극)의 問題点(문제점)
한때 남부이태리와 멕시코를 무대로 하는 소위 「마카로니」 서부극이란 것이 선풍을 일으키다가 그것이 너무나 잔인하여 교육상품 좋지 못하다고 당국이 견제를 하자 그 뒤를 이어 이번에는 「홍콩 검술영화」란 것이 흘러들어와 이 또한 전날의 「마카로니 서부극」의 선풍적 인기를 방불케 했다. 그러나 이 홍콩 검술영화 역시 너무나 살륙적(殺戮的)이며 피를 많이 쏟고 있기 때문에 살벌한 분위기를빚는다 해서 견제를 하기 시작했는데 덕택이라고 할까 하여간 당국의 견제정책으로 이런 따위가 마음대로 흥행가를 휩쓸지는 못했지만 무슨 이유를 붙여서인지 더러는 아무래도 검열의 관문을 통과하여 애호자들의 기갈을 풀어주고 있는 실정이라고나 할까.
그러나 이렇게 간혹 들어오는 잔인극(殘忍劇) 따위가 관중들의 수요를 만족시킬 수는 없으니까 이번에는 한국에서 직접 검술영화를(홍콩 것처럼 너무 많이 피를 쏟게 하지는 말고) 만들어서 수요에 충당시키자는 것이 영화제작자들의 빠른 계산이 될 수밖에 없어 이번에는 한국판 검술영화가 줄을 잇게 되었다.
이 경우 제대로 영화가 만들어지면 우선 외화수입을 줄일 수 있다는 잇점(利点)이 있고 게다가 잔인성을 덜 수 있고 하니 무방한 경향이라 하겠는데 만들어진 작품들이 도무지 신통치 않다. 이런 따위 한국판 검술영화는 대개 한중합작(韓中合作)으로 나오는 경우가 많지만 감독이나 연기자들을 이류(二流) 이하로 초빙하기 때문인지 거개가 실패다. 이에 대해서 좀 더 구체적인 나의 소감을 적어볼까 한다.
첫째 무대를 대개 중국으로 하고 내용을 또한 중국 어느 시대의 사화(史話) 또는 전설 따위에서 취재를 하고 있는데 이러한 착상(着想)부터가 실패의 원인을 이루고 있다.
왜 중국으로 해야만 한다고 생각하는가. 중국이 아니면 그러한 검술이나 검객을 상정(想定)할 수 없다고 보는가. 중국이 아니면 그러한 처녀검객을 등장시킬 수 없다고 생각하는가. 근거 없는 일이다. 중국에는 오늘날 영화에서 보는 그러한 검술·검객·특히 소녀검객 따위가 동네마다 고을마다 그렇게 범람하고 있었다고 생각하는가. 이것이 큰 착각이다. 이것은 우리가 「마카로니」 서부극이란 것을 볼 때, 그 어처구니없는 거짓말을 거짓말인줄 알면서도 신기하게 생각하고 재미나 하는 심리, 그것을 홍콩의 「씨나리오라이터」나 감독들이 자기들의 검술극에 적용시킨데 지나지 않는 것이다.
「스케일」의 크고 작음은 있겠지만 검술 검객과 생활 풍속과의 관계는 원칙적으로 한국이나 중국이 같다고 보면 틀림이 없는 것이다. 중국에 그러한 검술검객이 있었다면 한국에도 있었고, 중국에 신출귀몰의 소녀검객이 있었다면 우리나라에도 있었다고 해석하면 그만인 것이다. 무대와 스토리를 중국으로 설정하는데서 우리나라의 씨나리오 감독·연기진 전부가 반벙어리같이 되어버린 것이라고 나는 본다.
또 이것을 「카므푸라쥬」하기 위해서 대만이나 홍콩의 이류이하의 연기자나 감독을 데려와 합작을 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둘째로 한국의 연기자들은 검술에 대한 공부가 좀 부족하다. 이것은 홍콩사람들이라고 해서 다 그방면에 특출한 소질을 가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나라 연기자들도 조금 더 공부만하면 이내 따라 갈 수 있다고 본다.
끝으로 이 문제에 대한 나의 견해를 종합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우리나라 검술영화의 무대나 스토리를 한국에서 취해야한다. 삼국시대나 고려 이조 어느 시대고 얼마든지 설정할 수 있다.
둘째 우리나라 검술영화에서는 홍콩의 그것 같이 입으로 피를 쿨쿨 쏟으며 쓰러지는 따위 피의 홍수는 화면에 많이 그릴 필요가 없다고 본다.
셋째 이 방면에 대표적인 유능한 감독 한사람이 있어야 하겠다. 실지로 검술공부도 좀하고 연출에 대한 역량도 있는 감독이 나타나야 연기자들의 검술수준을 향상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네째 우리나라 검술영화는 「마카로니」 서부극과 홍콩 검술극의 스토리를 이모저모 따서 만든 것이 많은데 이러한 것은 하루바삐 지양되어야하겠다.
金東里(映畵審査委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