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자성월, 9월도 마지막 간다. 이끌 없이 청징(淸징)한 하늘아래 꽃처럼 찬란히 피어 영원한 생명으로 열매진 순교의 넋들. 그러나 그들이 걸어간 형극의 길은 인간의 아들로선 끝없이 눈물겨운 고통의 핏자욱이 아니던가. 이제 그 치명조상들의 참형의 길을 더듬어 보면-.
서학군(신자)으로 관가에 알려져 포졸에게 붙잡히면 우선 오라(실로 엮은 줄)로 결박을 당하고 옥까지 오면 항쇄(項鎖)와 족쇄(足鎖)로 움직일수 없게 한다. 함쇄는 장방형으로된 널판지에 목이 들어가도록 구멍을 파서 죄수의 목을 넣게 한다음 열쇠로 잠그는데 일명 목칼이라고도 한다.
족쇄는 긴 나무토막에 두 발목이 들어가도록 파서 발목을 넣고 그 위에 그것과 똑같은 나무토막을 덮어 양끝을 열쇠로 잠구어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갖가지 형벌로 배교를 강요하다가 끝내 배교하지 않으면 죽였기 때문에 지금의 사형처럼 한발의 총알이나 순간적인 교수형으로 죽을 순 없었다.
형용할 수없이 참혹한 갖가지 형벌로 죄없는 신자들을 괴롭히다가 맨마지막에 죽였는데 그 형벌의 종류와 고문의 종류를 살펴보면
▲태장=굵기가 엄지손가락만한 물푸레나무 회초리 두서너개를 새끼처럼 꼬아서 물에 흠뿍 붇게한 것인데 이것으로 때리면 살점이 묻어나고 실혈관이 터져 온몸에 유혈이 낭자하게 되어 사람이 실신하게 되어도 태장은 질겨서 좀처럼 끊어지지 않는다.
▲곤장=한밭가량 되는 버드나무로 만든 널판지에 손잡이가 달린 형구로서 죄수의 볼기를 치는 것인데 죄인을 T字모양으로 생긴 형틀 위에 묶어놓고 볼기와 넓적다리를 내려쳤다. 곤장에는 重곤·대곤·中곤·小곤·治盜곤 5가지가 있는데 이중에서 치도곤은 중죄인을 벌할 때 쓰는데 이것으로 치면 살이 터지고 뼈가 부서지는데 불결한 감옥에서 이 상처로 죽은 이도 많았으며 이것을 장독(杖毒)에 죽었다고 했다.
▲삼모장 혹은 삼능장(三능杖)=세모진 방망이인데 신자들을 결박해 꿇어 앉혀놓고 앞정갱이를 때렸다.
처음 두세번만 때리면 살점이 떨어지고 혈관이터져 피가 솟게 되고 5·6번만 계속치면 드디어 뼈가 부서지게 된다.
▲학습=신자들의 두팔을 뒤로 결박해서 들보에 매달아 놓고 이리 저리 마구매질하면 매달린 몸에서 흐르는 피와 더불어 사람이 흔들리면 즉시 정신을 잃게 된다.
▲주리=주리트는 방법은 두가지가 있었는데 두팔을 뒤로 결박하고 그 두팔사이로 나무토막을 끼워 몸을 추겨들고 괴롭히는 팔주리와 두발목과 두무릎을 밧줄로 튼튼히 묶고 밧싹묶인 종아리와 허벅지 사이에 장작개피로 쐐기를 박아 양쪽에서 형역들이 번갈아 발로 밟는 가래주리가 있다. 팔주리는 형역의 기술에 따라 그 고통도 형형색색이었고 가래주리는 쐐기를 나무로 하지 않고 그릇 깨진 것으로 박으면 사기나 항아리 깨진 쪼가리들이 살에 박혀 그 형의 모습은 볼 수 없을 정도로 참혹하다.
▲줄톱질=결박해 앉히고 두다리를 묵은 다음 넙적다리와 종아리 있는데를 줄로 한번 돌려매어 그 양줄을 톱질하는 식으로 양쪽에서 당긴다.
이외에도 신자들에게 배교를 강요하는 방법은 수없이 많았다. 인두나 쇠꼬챙이를 불에 새빨갛게 달구어 온몸을 빈틈없이 지지는가하면 바늘 같은 것으로 손톱 발톱 밑을 찌르며 안믿는다는 말한마디를 강요했다. 그래도 안들으면 빈틈없이 으스러지고 부서진 몸을 엄동설한에 발가벗겨 놓고 찬물을 끼얹어 얼리기도 하고 발을 벗기고 이글이글 타는 숯불위에 올려세워 저절로 안믿는다는 소리가 나오게 했다.
부녀자들의 감방 문밖에 어린아이들을 데려다 세워 놓고 울며 엄마를 부르게 해서 연약한 여성들에게 배교를 들으려하기도 했고 며칠씩 굶긴 후에 썩은 내가 코를 찌르는 오물(시궁창물)을 갖다 먹이기도 했다.
이렇게 가지가지로 참혹한 고통을 가해도 끝내 배교하지 않고 신앙을 죽음으로 지키겠다고 하는 사람은 사형을 명했는데 죽이는 방법은 여러 가지 였다.
▲옥중치명(獄中)=감옥에서 굶어죽고 병들어죽고 감독으로 죽는 사람이 수없이 많았다.
▲백지치명(白紙)=옥중에서 굶고 병으로 혹은 장독으로 거의 죽게 되어 기동할 수 없게 되면 흰종이를 얼굴에 몇겹으로 덮어 놓고 물을 품어두면 호흡곤란으로 죽게 된다.
▲장하치명(杖下)=같이 붙잡혀온 수십명의 교우들을 끌어내다가 곤장을 하나씩 주고 가운데 앉은 신자를 수십명이 순서대로 돌아가면서 때려죽이는 것이다. 살살때리는 사람은 불러내 포졸들이 되게 때리므로 살살 때릴 수도 없기 때문에 힘껏 내려치는 곤장에 몇 바퀴 돌지 않아 매맞아 죽게 된다. 늘어지면 죽은 것을 확인하기 위해 삼더미에 불을 붙여 코 등에 갔다대어 코가 지글지글 타오르면 시체를 갖다 버린다.
▲교수치명(校盲)=주로 포청이나 전옥에서 집행되는 형으로서 감방에 죄수를 일렬로 세워놓고 긴밧줄로 순서적으로 목을 매어 그 한끝을 벽에 뚫은 구멍으로 보내 옆방벽에 마련된 탕개를 틀어 밧싹 목을 조여 죽인다. 그 죽는 모습과 괴로워 지르는 소리 때문에 대개 어두운 밤에 시행한다.
▲참수치명=중한 죄인이라고 인정된 주교나 신부들을 휘광이를 시켜 칼로 목을 치게 해서 죽이는 것인데 주로 새남터·서소문밖·당고개·양화진에서 집행되었다. 둘러선 구경군들 한가운데 앉혀놓고 술취한 휘광이가 덩실덩실 칼춤을 추다가 한번씩 목을 치는데 그 칼은 날이 몹시 무디어 한번처서는 목이 갈라지지 않고 무려 십여회나 쳐야 비로소 목이 떨어진다.
▲구덩이치명=온갖 형벌에도 배교하지 않는 신자들을 모두 끌고나가 깊고 넓게 구덩이를 파놓고 끝내 배교안할 사람은 구덩이 속으로 들어가라고 명령한다. 그러면 신자들은 모두 성호를 긋고 손을 합장하고 구덩이 속으로 들어가 무릎을 꿇으면 포졸들은 흙으로 구덩이를 메운다. 이렇게 한 구덩이에 수십명씩 생매장되어 치명한다.
안믿는다는 말한마디만하면 이런 고통을 당하지 않았을 것을 그 한마디 하지 않아 이같이 참혹한 형벌로 죽은 이들은 타민족이 아니고 이 땅의 공기를 호흡하고 우리의 몸속에 돌고 있는 신앙의 피를 전해 준 바로 우리선조들이었다. (끝)
(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