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年(년)의 발자취] 本堂(본당)·敎會機關(교회기관) 어제와 오늘 ⑮ 수원 왕림본당
닭치고 누에 길러 農村開發(농촌개발)에 앞장
司祭舘(사제관)에 닭장, 事務室(사무실)선 누에 길러
억눌린 感情(감정), 양반집구조 성당 짓고
발행일1969-10-26 [제691호, 3면]
마을앞 소로가 新作路로 바뀌어 미끈한 승용차들이 먼지를 일으키며 내닿는 마을 뒤에서 한여름 뙤약볕에 그을은 개구장이들이 제가끔 환상의 나래를 펴고 주막집 「미니스커트」 아가씨는 먼지가 귀찮다는 듯 「꽝」하고 문을 닫는다.
경기도 화성군 봉담면 왕림리. 수원서 털털거리는 합승편으로 40분. 30리 거리지만 꽤나 시골냄새가 짙다.
1866년 한·불수호조약 체결 이후 종교자유가 公文化되긴했지만 지방에는 아직도 소위 私軍亂의 여파가 천주학쟁이들을 괴롭혔다. 그래도 우리先代들은 신앙을 버리지 못해 산골로 피해 들어가 옹기 굽고 짚신 삼으며 연명하는 수밖에 없었다.
1885년부터 서울에서 朴뽀아스뗄(佛人) 신부가 가끔 다녀가다가 1887년 7월 본당으로 설정되었고 이듬해 1월 安안드레아(EDUADE·TAQUE 佛人) 신부가 눈길을 걸어 초대주임으로 부임했다.
이후 83년이라는 긴 세월동안 이 고을과 함께 조용히 지내온 본당이 되었다.
지금 성당은 초대주임 안 신부가 신축하여 써오던 12간의 경당에 1890년 2월 2대 韓 신부가 증축공사를 시작, 7개월만에 준공시킨 그 모습 그대로 79년을 소슬대문·행랑채·안채를 거느린 채 서있다.
마치 어느 부자집 구조다. 박해받았던 억눌린 감정이 양반이라면 쪽을 못쓰던 그 당시 사회풍조 속에서 천주학쟁이도 행랑채두고 양반행세 할 수 있다는 걸 뵈주자는 심사에서 였으리라.
그뿐 아니라 1892년엔 三德學院이란 학교를 세워 신학문을 가르치고 여봐란듯이 교리도 가르쳤다. 이 학원이 지금도 성당 바로 옆에서 336명의 어린이를 수용하는 光星국민학교로 발전했다. 관할구역은 태안면·봉담면·비봉면·팔탄면·정남면 5개면에 신자수 2170, 이중 성당이 있는 봉담면 왕림리와 당아리 두곳은 거의가 신자다. 정남면은 공소지만 교우수가 7백에 이르고 이곳 보다 발전할 여건이 좋아 몇년전부터 본당을 그리로 옮기자는 얘기가 있지만 그렇게 되면 광성학교를 누가 관리하느냐는 문제 때문에 오도가도 못하고 눌러있는 형편이다.
그것도 예산이나 풍부한 학교라면 몰라도 1년에 고작해야 교구보조 10여만원에 문교부보조 약간으로 직원봉급이나 될까한 형편에서 교장인 본당신부 호주머니에 기대는바 큰데 그나마도 본당이 떠나면 제대로 운영관리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오래된 이 학교를 폐쇄할 수도 없고,
■ 농민계몽에 앞장
대개 오래된 본당은 구교우를 많이 안고 있고 그 지역에서는 정신적인 지주역할을 해온다. 특히 지역사회개발에 공헌을 한 예가 많은데 이 본당도 이 점에 노력한 역사는 보이나 별큰 효과를 보지 못한 것 같다. 교육면에서는 광성학교가 그런대로 성공한 편이나 7년전 농가에 소라도 한마리씩 마련해 주려고 오지리부인회 원조로 송아지 10마리를 구입해 나눠주었다.
1년후 가보았더니 더 불지도 않고 그냥 10마리더라고. 알아본 즉 그놈이 크면 팔아서 대신 송아지 한마리 사고 나머지는 먹어 없애버렸기 때문이었다.
또 농한기에 술과 노름이 성해 그러지 말고 새끼라도 꼬고 돼지라도 치자고 본당신부가 쫓아다니며 설득해도 우이독경이어서 이제는 말않고 시범보이는 방법을 택했다. 사제관 마당에 닭장짓고 사무실엔 누에가 한창이다.
■ 육영사업
광성국민학교는 1947년 6년제로 개편된 이후 금년에 21회에 총787명을 배출시켰다. 6개 학급에 교사수 7, 이중 바오로會 수녀 3명이 점심때면 「구제회」에서 나온 강냉이 죽을 나눠주느라고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수업은 아침조과로 시작 만과로 끝맺는다. 모두가 교우집 아이들이다. 종례 후 성가를 부르는데 누구의 지시 없이도 저희들끼리 잘들 한다. 그리고 하루에 한시간씩 교리를 가르치기 때문에 본당에 특별히 어린이교리반이란게 없어도 좋다. 본당과 학교는 뗄 수없는 관계로 한집안일이된 것이다.
한때 공소가 50여군데 달할만큼 수원지방에서는 제일 오래고 큰 본당이었지만 이젠 더 발전할 여지없어 공소로 격하될 운명을 학교가 연명시키는 얄궂은 현상이다.
■ 역대 주임신부
1대 安안드레아(佛人·EDUADE TAQUE)
2대 韓요셉(佛人·FEAM BAPTISTE ALEX)
3대 郭바오로(佛人)
4대 金아우구스띠노(원구)
5대 백남희
6대 김영근(베드로)
7대 임종구(바오로)
8대 임승응(요한)
9대 임세빈(요셉)
10대 장근실(비도)
11대 강주희(방그라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