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하나는 자기가 전문으로 연구하는 학문에 대한 것을 모아서 주로 그것만 읽는 것이요. 다른 하나는 취미로 읽고 싶은 책을 골라서 읽는 것이다.
필자는 학교에 다닌 일이 없고 정규의 전문과목에 대한 공부도 한적이 없다.
60년전 시골서당에서 한문만 2·3년 동안 배운 일이 있으므로 그것을 토대로 21세 때에 신문기자가 되어 금년으로 50주년이 된다.
책중에 가장 애독한 것이 우리역사이다. 특히 나의 고조부(高祖父)가 붓으로 쓴 한문동사(東史)를 평생을 두고 읽었다. 역사 지식으로도 필요하지만 고조부의 웅대하고도 유려(流麗)한 글에 취하여 읽고 또 읽었던 것이다. 그 책을 6·25전란 때 분실하여 평생의 한(恨)이 된다. 지금도 꿈에 그 책을 다시 만나서 읽는 일이 여러번 있었다.
옛날 선비가 많이 읽는 한문책은 13경(經) 24사(史=중국의 역대역사) 백자전서(百子全書) 자치통감(資治通鑑) 당송팔대가문(唐宋八大家文)등이니 대략 2萬권 내외이다. 이만한 것을 읽어야 어디가서 선비행세를 했던 것이다.
그러나 팔자는 생장한 세대가 일본의 점령아래 있었으므로 민족사랑을 기르기 위하여 우리역사와 문헌을 읽기에 힘썼던 것이다. 젊을 때에는 밤을 새워서 책을 읽고 조름이오면 어름을 수전에 싸서 머리를 동이어 조름을 쫓고 읽던 때도 있었다.
20세 때에 도서관에서 「레·미제라불」(豊島의 日本譯)을 2주일에 걸쳐 통독하고 감격에 잠기던 일도 회상된다. 중국의 백화(百話)를 8개월 동안 공부하여 수호지, 홍루몽(紅樓夢) 등을 1개월에 걸쳐 다 읽어내던 생각도 난다.
서구(西戌)의 문예작품으로 유명한 것은 대개 읽었다.
50대(代)에 8·15를 맞아서 세상의 변함과 함께 독서경향도 달라졌다. 8·15이전에는 일본어로 된 책을 많이 읽었으나 그 후로는 영역(英譯)을 많이 읽었다. 또 중년이후로는 사상에 대한 것 특히 철학(哲學)에 대한 명저에 많이 친하였다.
다만 처음부터 체계를 세워서 읽지 못하고 맘 내키는 대로 널리 난독(亂讀)한 것이 후회된다.
끝으로 독서는 될 수 있는 대로 명저를 골라서 읽되 「페이지」마다 첫번 읽을 때에 요점에 「언더·라인」을 긋고 다 읽은 후에는 그 요점만 다시 읽어서 장(章)마다 자기의 해석비평을 쓰고 그것으로 다시 책끝에 전체에 대한 자기견해로 결론(結論)을 쓰는 습관을 기르면 만연(複然)하게 읽느니 보다는 도움이 될 것이다.
상반된 두 사상가의 사상을 읽을 때에는 두 사상을 비교하면서 자기로서의 견해를 가져보는 것이다. 사람이 술을 마실 것이지 술이 사람을 취하게 해서는 안 되듯이 책도 자신의 주관적인 견해로 결론을 내려야 한다.
柳光烈(한국일보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