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을 쓴다는 것은 무엇보다도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좋은 작품은 천재적 소질의 표현일 것이며 작품을 많이 쓴다는 것은 하나에서 열가지가 다 노력에 의한 것이다. 천재는 노력의 90퍼센트라는 말도 이런 의미에서 나온 말일 것이다.
나는 위대한 작곡가들이 남겨놓은 작품들을 대할때 먼저 이런 많은 작품을 쓰기에 얼마나 많은 노력과 시간을 허비하였을까 자연히 감탄과 머리가 숙여진다. 그들의 끈기와 계속적인 노력 이것이 작품을 쓰는 비결이다. 나는 가끔 부탁을 받아 작품을 쓰는 경우가 있다.
전에는 작품을 쓰면 그렇게 수정을 가하지 않고 단시일내로 끝내곤 하였으나 요즘은 작품을 쓰고도 많이 생각하게 된다. 즉 비판을 하여본다. 며칠을 두고 또다른 「테마」를 생각하여 보고 좋으냐 나쁘냐 여러가지 중에서 고른다. 그리고 노래불러보고 수정하고 이렇게 여러날 생각하여 결정을 짓는다. 하도 수정하다보면 처음에 만든 것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 좋은 작품을 써야 하겠는데 하면 더 시일이 요구된다.
그래서 청탁작품은 시일이 짧으면 그 시일내로 길면 긴대로 그 시일 안에서 충분히 생각할 수 있으며 그 시일에 충실하도록 애쓴다.
하루동안에 만들어야 할 경우는 하루에 완성시키며 열흘 동안에 만들어야 할 경우는 열흘동안을 생각하여 만든다. 즉 최선을 다한다는 말이다. 젊었을 때에는 즉흥적으로 작품을 썼으나 지금은 심사숙고하여 쓴다. 물론 영감을 얻는것은 순간적이지마는 그것을 다듬고 또 다듬는데 시간을 많이 허비한다.
영감이 없는 작품은 생명이 없다. 좋은 영감을 얻기 위하여 애쓰는 것이 모든 작곡가들의 일이지만 영감은 어떻게 얻어지는가? 영감은 순간적으로 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순간으로 얻는 영감은 그냥 오는 것은 아니다. 생각하고 기다려야 한다.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데는 영원히 오지 않는다. 오기를 기다려야 한다. 빨리 오는 수도 있고 오래 기다려야 오는 수도 있다. 하나의 「테마」를 얻기 위해 생각하고 기다린다. 영감이 오면 곧 써야된다. 안쓰면 잃어버린다.
음악에는 어떤 악곡의 제일 짧은 시작이 있다. 그것을 동기라고 한다. 동기를 네개 연결하면 제일 짧은 곡이 된다. 먼저 동기를 정하면 그 다음은 쉽게 계속된다. 어떤 작가들은 「테마」를 얻기 위해 기다리는 동안 짓궃게 담배만 피우는가 하면 어떤이는 코피만 마시기도 하고 어떤이는 산책을 하기도 한다. 나의 경우는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다. 나는 담배를 안피우며 코피도 안마신다. 그래서 그런지 아무런 습관도 없다.
환경의 지배나 어떤 습관성에서 얻어지는 버릇이 없다. 어디서나 어느때나 그저 생각만 하고 기다린다. 시일이 급하면 화장실에서도 또는 뻐스에서도 또는 다방에서도 생각한다. 혹은 길을 걸으면서도 쓴다. 남이 보면 이상하게 생각할는지 몰라도 나는 그것을 게의치 않는다. 청탁받은 가사를 늘 가지고 다닌다.
내가 근무하는 학교는 멀어서 집에서 한시간 이상 걸린다. 왕복이면 세시간 정도 나느 ㄴ이 긴 출근과 퇴근시간을 이용하려고 뻐스 안에서 늘 영감을 기다린다.
이상하게도 잘 떠오른다. 그런때는 곧 가사를 쓴 원고지 위에 빨리 오선을 그리고 접어둔다.
어디서든지 아무 종이에든지 오선만 그려지면 훌륭한 악보가 된다.
나는 가사에 곡을 붙일때는 오선지를 따로 준비하지 않고 언제든지 가사를 쓴 종이 위에 오선을 그리고 악보를 적는 습관이 있다. 이것은 스켓치에 불과하다. 좋은 원고가 됟나. 이것들을 가지고 오랫동안 비판하고 또 새로운 테마를 만들어도 보고 노래도 하여보고 좋다고 결정을 지으면 반주를 붙인다. 그래서 한곡조를 작곡하는데 두 세개의 「테마」를 만들며 더 좋은 영감을 얻기 위해 애쓴다.
나의 작품중 대표적인 것을 몇곡 예를 들겠다.
「봄이 오면」은 올갠 위에서 얻어졌고 「가고파」는 방안에서 즉흥적으로 얻어졌고 「내마음」은 길을 가다 우연히 얻어졌고 「수선화」는 피아노 위에서 노래부르면서 얻어졌고 진달래는 영화에 쓸려고 일개월 이상 애쓰다가 얻어졌고 「七월의 노래」도 일개월 이상 애써서 얻었고 그외에 젊은 국민가요 같은 것은 대부분 뻐스나 다방이나 집에서나 학교에서나 아무데에서나 생각하다가 얻어진 것들이다.
영감은 생각하고 기다리는데서 오는 것인데 순간적으로 얻을 수 있으나 이 순간을 얻기위해 한시간 혹은 오랜시일을 기다리다가 순간적으로 얻어지는 것이다. 이것이 작품의 바탕이 된다.
金東辰(작곡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