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과 새해의 축복인사를 나누는 지금 이순간에도 전방과 후방 및 이국 월남전선에서 공산주의와 맞서 악전고투하며 각기 부여된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고 있는 장병들이 있음을 잊을 수 없읍니다. 이들 장병들은 군대라는 특수한 임무와 그 환경에 자신의 귀중한 청춘을 바치고 있는 우리의 자녀들이며 형제이고 친지들입니다. 여러 가지 악조건 속에서도 우리장병들이 국방의 신성한 의무를 굳건히 수행하고 있기에 우리는 마음 놓고 신앙생활과 사회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것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이들 장병들의 정신적인 지주가 되고 인격지도 및 신앙과 도덕적인 생활의 향상을 위하여 불철주야 노고를 아끼지 않는 군종신부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읍니다. 장병들의 정신적인 지도자역할을 하면서 신앙생활과 도덕적인면을 지도하는 군종신부들의 위치란 가장 중요하며 동시에 군종신부들의 활동은 장병들의 사기앙양에도 커다란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그러나 적은 숫자의 신부들이 광범한 지역과 평균 2만명 이상되는 장병들과의 생활 속에서 갖가지 업무에 시달리고 지치는 수가 허다하며 신부자신들의 사기와 사제생활자체에도 위험을 내포하고 있음을 생각할 때 이들 군종신부들을 도와주고 뒷받침해주어야 하는데 의무감을 절실히 느끼게 됩니다.
군종신부들은 마치교회 밖에 던져진 투사들과 같은 존재로서 매일 규률 속에 움직이면서 하루종일 비신자들을 상대하는 긴장된 생활을 하고 있읍니다.
군종신부들에게 가장 아쉬운 것은 우리교회전체의 정성어린 협조입니다.
여태까지 산발적이고 개인적인 협조를 지양하고 거국적인 협조단체를 생각해오던 「군종신부단 후원회」 결성에 있어서 이미 작년 전국주교회의에서 인준을 받았지만 아직 결성단계에 이르지 못했음을 섭섭하게 생각하는 바입니다. 외국에서도 군종신부단 후원회라는 조직이 있어 많은 효과를 거두고 있기에 우리나라에서도 하루빨리 후원회가 조직되어야함을 강조하면서 전국 신자들에게 호소하는 바입니다.
군종신부단 후원회가 조직되면 모든 군종신부들의 활동에 막대한 영향력을 미쳐 장병들의 사기앙양과 더우기 우리신자장병들의 신앙과 도덕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가져오게 됨을 확신하는 바이며 여러 신자들이 후원회원으로서 군종신부단과 혼연일치가 되었을 때에 여러분의 정성어린 협조가 영하의 고지에서 보초를 서고 있는 병사에게 그리고 월남전선에까지 군종신부들의 손을 통하여 비치게 될때 그들의 사기앙양과 감격은 극도에 달할 것입니다.
이러한 「군종신부단 후원회」 발족에 벌써 많은 신자들이 관심을 기울여왔기에 지금 구체적인 발족단계에 이르렀음을 기쁘게 생각하면서
이미 도움을 주신분들에게는 무한한 감사를 드리며 앞으로 많은 신자들의 적극적인 협조를 바라는 바입니다.
성탄과 새해에 하느님의 은총 풍성히 내려지기 빌면서 전후방 장병들에게 축복을 비는 마음 모든 군종신부들과 함께 가지는 바입니다.
1969년 12월 25일.
지학순 주교(군종단총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