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 늦은 꽃 (30) 돌아와서 ④
발행일1969-07-20 [제678호, 4면]
『요즘 아주 대인기더군』
부드러운 얼굴로 앉은 현주를 보고 Y 교수는 여전히 웃는 표정으로 말했다.
『왜들 그렇게 야단인지 모르겠어요』
현주는 자신에 대한 「매스·콤」의 처사를 어떻게 받아들였으면 좋을지 모르겠다는 듯이 발음했다.
『왜 좋지 않아요? 인기 없는거 보다는…』
『그래두 너무 떠드는 것 같아요』
『하하 그게 한국지』
『아주 얼떨떨해지는 군요』
『하하… 일약 현주군이 여류명사가 되었으니…』
『여류명사? 놀리지 마세요』
『괜찮아요. 괜찮아…』
Y 교수와 현주는 함께 씁쓸하게 몇분간 시간을 보내다가
『그런데 윤 선생…』
정색을 한다는 듯이 현주의 성에 선생을 붙여 불렀다.
『옛?』
Y 선생의 부름에 답하는 「예」가 아니다. 「윤 선생」이 새삼스러워 놀라는 「옛」이었다. 옛하면서 현주의 눈이 유난히 크게 띄어졌다. 그러나 Y 교수는 그 표정엔 아무런 농담도 하지 않고
『다른게 아니고, M대학에서 한주일에 이틀, 나올 수 있겠느냐 윤 선생에게 알아봐 달라는 거구, 우리학교에서는 아마 다음 학기부터라야 자리가 있을 것 같으나 특강으로는 이번학기에 몇차례 청할까 생각해요. 어떨까요? 당장 전임은 아니나 전임이되는 과정이라 생각하구 나가면…』
어지간히 정중하다.
현주는
『그러지 않아도 그런 것 저런 것 의논 하려구 했었는 데요…』
자신도 심각해지면서 말했다.
『그럼 잘됐군』
『거 A설계사 있지 않아요?』
『그렇지, 거기서 오라는 거요?』
『예. 급을 많이 준다는 거애요』
『거 좋겠군』
『좋을까요?』
『좋긴 하지마는… 좀 아까운걸…』
『아깝다니요?』
『윤 선생 같은 사람을 일개 영리회사에 빼앗기는 거…』
「호호호…』
Y 교수의 간단한 말은 여유있게 현주의 가치를 인정해주는 것이라 믿어졌고, 그것이 현주로서는 무척 기뻤다.
『저두 회사들어가는 건 싫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작품을 낸다면 얼마든지 할 수 있는 거 아니예요? 순수한 설계만으로 말입니다』
『그렇지』
『선생님 생각 제생각과 어쩌면 그렇게 꼭 맞을 까요?』
『현주군이 옳게 생각하는 건지 내가 그르게 생각하는 건지 모르지…』
하고나서 Y 교수는
『어때요? M대학건?』
다구쳐 물었다.
『물론 좋긴 좋아요.』
『그런데?』
『좀 불안하군요』
『불안? 옳지. 그러기에 이번학기는 전임으로의 예비과정으로 생각하랬지 않았소』
『그건 각오를 하지마는…』
『괜찮아요. 어떻게 교단에 설수 있겠지오? 괜찮다니까… 아무 걱정말고…』
현주는 더욱 엄숙해지는 마음을 애써 누그리면서
『그럼 용길 내볼까요』
배시시 웃었다.
『됐어.』
Y 교수는 승락을 얻은 것으로 알고 M대학에 연락하겠노라고 했다.
『그리고 우선 우리학교에 내주일쯤 특강 두어시간 나와 주오.』
현주는 다급해지는 것 같은 심정이었다.
Y 교수는 날자와 시간을 알려주고 꼭 나오도록 다시금 다짐했다.
결국 이것으로 사무적인 이야기는 끝난 셈이었다.
Y 교수는 표정을 누구리더니
『참 박 선생 박훈씨 말이야 이 학교 나오고 있는데 오늘 나왔나? 나왔겠군 화요일이니까…』
하면서 현주를 보았다.
『박 선생께서?』
현주는 뜨끔해지면서 되뇌었다.
『오래됐지… 부를까? 박 선생두 현주군을 만났으면 했으니까… 어때?』
현주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으나 박훈씨가 보구 싶기는 했다.
『하옇든 자리에 있는가 보자구.』
Y 교수는 옆의 전화기에서 송수화기를 들고
『정경대학 경제과…』
이윽고 전화가 연락된 모양이었다.
『박 선생 계서요?』
『아, 박 선생이오? 나 Y인데 틈있소? 그럼됐군. 이리 좀 오라구. 갑자기 웬일이냐구?』
하면서 현주를 힐끔 보고
『글쎄 오라니까』
『맥주를 사두 좋지마는…』
『아이 잔소리두… 그럼.』
『온댔는데…』
Y 교수는 송수화기를 놓고 현주를 보았다.
『놀랄거야.』
낙천성이 농후한 Y 교수는 박훈과 윤현주를 이 자리에서 만나게 해주는게 무척 재미있다는 듯이 벙글벙글 했다.
『어떻게 됐어요?』
현주의 입에서 이 말이 나가려고 했으나 꿀꺽 삼키고 말았다.
8년이 지난 오늘까지 박훈씨가 독신으로 있을 까닭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젊은 최호진이 그렇거늘 중년의 박훈씨야…
그렇게 생각하니 이 자리에서 박훈씨를 만난다는 사실이 어쩐지 두려운 것 같았다.
Y 교수는 또 무슨 생각에서인지 박훈씨의 그동안의 일은 말하지 않고 담배만 피우고 있었다.
그리고 화제를 다른 데로 돌리고 있는데 녹크 소리도 변변히 내지 않고 문이 열리면서 들어선 사람은 박훈이었다.
『아, 윤현주씨 아니오?』
들어서면서 박훈씨는 놀랐다. 현주는 박훈씨가 올 것을 알았으므로 놀라지는 않았으나 가슴은 두근거렸다.
우선 박훈씨는 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