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우리는 전황해도 감목대리시고 최근 부산교구 내에서 일하시던 八十七세의 김 신부님이 마산 행여병자 수용소에서 굶어서 돌아가셨다는 참혹한 사실을 신문에서 보았다. 사람이 여러 가지 불행으로 죽는다. 혹은 앓아서 혹은 맞어서 혹은 불에 타서 물에 빠져서 또는 교통사고 등 날마다 죽는 사람의 수효가 얼마나 많은가 죽음자체도 인간의 비극이지만 그러나 그 죽음의 원인이 생명을 유지하는 근본적인 조건인 먹을 것이 없어서 더구나 그런 불행을 도저히 당할리가 없는 신부님으로서 굶어서 돌아가셨다는데 이 사건은 더욱 사람들의 가슴을 앞으게 한 것이다.
인간 생존조건 중에 먹을 것의 해결이란 제일 긴급한 것이요. 집이 없어도, 옷이없어도 그래도 먹기만 하면 적어도 죽지는 않는다. 그러므로 「빵」 문제의 해결은 인간활동의 가장 중요한 문제요. 이 문제부터 해결되어야 우선 개인이나 국가사회나 기본적인 생활의 안정을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러기에 천신의 지혜를 그대로 가지고 있는 간교한 마귀가 예수님에게도 이 문제를 가지고 우선 유혹해 본 것이다. 四十일을 단식을 하신 인간 예수님에게 마귀는 돌을 떡이되게 하여 배곺은 것을 면하라는 유혹을 한 것이다. 돌을 떡이되게도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신 예수님, 극도의 배곺음을 당하고 계신 예수님에게 그리고 천주님의 성자라는 명예를 걸고 시험하는 마귀에게 예수께서 이 유감을 물리치시는 것이 얼마나 곤란한 일이 였을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예수께서 조금도 그 유혹에 끌리시지 않으시고 사람들이 바로 이러한 고난과 이러한 고난 중에 흔히 유혹에 떨어질 수 있는 인간의 나약성에 대하여 올바른 이 고난을 극복하고 또 부당한 유혹에 떨어지지 말아야하는 일대 구원의 전리를 선포하셨으니 이것이 바로 『사람이 다만 음식으로만 살지 아니하고…… 천주님의 말씀으로 산다』고 하신 구세주의 위대한 인생교리인 것이다.
오늘날 소위 민생문제니 하여 어느 나라 막론하고 우선 「빵」문제해결을 위하여 정치, 과학, 산업 등에 걸쳐 얼마나 중대한 문제들이 일어나고 있는가 할 수만 있다면 돌 아니라 똥이라도 「빵」이 되게 해보려는 갖은 인간의 지혜와 노력을 짜내고 있는 터이다. 그리하여 하다 안되니까 이 지구외에 또 한군데 인류의 살곳을 발견하려고 월세계에 갈 수 있는 과학을 각 문명국가가 서로 경쟁하고 있고 또 우선 그때까지라도 이 지구상에는 이 이상 사람이 더 살아서는 안되겠다고 해서 소위 인구조절책이라 하여 어린애를 낳지 말자는 정책을 공공연하게 취하고 있는 나라들이 점점 늘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는 돌을 빵으로 만들여는 정도에는 비할 바가 아니요. 생명이 생명을, 사람이 사람을, 잡아먹는 현상이라 아니할 수 없다.
만일 오늘날 이렇게 급박한 현대의 민생문제를 앞에 놓고 또한번 현대의 정치가나 과학자들이 구세주 『너 만일 천주의 아들이거든 돌을 명하여 「빵」이 되게 하라』하는 제안을 하면 예수께서는 무엇이라 대답하시며 어떠한 해결책을 가르쳐 주시겠는가. 아마 이런 신기한 일이 이 세계의 어느 곳에서 어느 시간에 발표가 된다면 전세계의 이목은 다 그리로 집중되고 모든 통신과 보도의 촛점이되는 인류역사개벽이래의 최대 「뉴-스」가 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톨릭 신앙자들은 조금도 이에 대하여 호기심 가지거나 궁금해 할 것이 없다. 틀림없이 예수께서는 二천년전에 마귀에게 대답하신 바로 그 말씀을 『사람이 다만 음식으로만 살지 않고… 천주님의 말씀으로 산다』하실 것이다. 그때에 온 세상 사람들 특히 정치가 과학자들은 실망을 하고 예수님을 비웃으며 분개할지 모르지만 그러나 진리는 언제나 진리요. 또 진리를 어기어서는 문제의 참 해결이 없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 세계와 여기서 사는 인간이 자기 스스로 만들고 생긴 것이 아니고 이를 만들고 여기서 살도록 마련한 자가 따로 있다면 그의 의사 그의 목적대로 되는 수밖에는 없다. 우주와 역사의 주인이있고 이를 다스리는 전지 전능의 지혜가 있다. 이를 인정하고 이에 순응하여 사람은 자신의 할 수 있는 임무를 다하는 것 뿐이다. 『들에 백합화를 보라. 공중에 새를 보라. …무엇을 먹고 무엇을 입을고 걱정하지 말라. 오직 천주의 나라와 그의 덕을 구하라』 인생과 역사의 철학, 정치와 평화의 원리도 이 진리밖에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현세주의 쾌락주의 먹는 것이 전체인 동물성을 초월하여 고통의 참뜻을 알고, 고통을 극복하는 원리를 알고, 정신을 육체의 노예로 삼지 말고 정신의 충복인 육신생활을 하라. 사순절에 우리교우들이 재를 지키고 극기와 희생에 힘써야 하는 근본목적이 이것이다. 적어도 대재 소재를 철저히 지키자.
丁旭鎭 神父(安城本堂主任 安法中高校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