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욥」 성인이 그 많던 재산과 사랑하는 아들과 딸 十남매를 일시에 잃어버리고 자기 몸에는 나창이 들어 마음과 육신의 고향으로 거름더미에 앉아 썩는 몸의 고름을 깨진 그릇 조각으로 긁고 있을 때 그의 친구 세 사람이 이 비참한 소식을 듣고 찾아와 <욥>의 고통의 극심함을 보고 자기네 옷을 찢고 몸에 재를 뿌리고 <욥> 옆에 앉아 아무 말도 없어 七주야를 지낸 후 <욥>이 비로소 입을 열어 자기가 세상에 태여 난 밤을 저주함으로 시작하여 마음에 품었던 모든 사정을 토하여 놓았읍니다.
저가 이 역사의 이야기를 전제로 한 것은 여러분이 三년 동안 이 성당을 오르락 내리락 하면서 적어도 백번은 쳐다보고야 지나가게 된 새로 짓는 성모병원에 대한 호소를 三년이 지난 오늘에야 여러분에게 하고 싶어서 한 것입니다.
제가 얼마 전에 미국에 갔다 온 것을 다 아시지요. 거기에 도착한 다음날 「클리블랜드 교구 신문 「세계소식」(UNIVERSE BULLETIN) 기자가 찾아와 성모병원의 원조를 미국 신자들에게 호소하였읍니다. 그 기사의 번역을 읽어드리겠읍니다.
『병원건축기금이 ek 떨어졌다. 그렇다고 해서 三년이나 짓던 것을 포기할 수 있겠는가?』란 제목하에 『남한의 <양·베드루> 신부는 三년 전에 三백五十명의 입원환자를 수용할 병원을 지을 신념으로 건축을 시작하였다.
현재 六억환의 거액을 들여 윤곽을 만들어 놓았으나 창문도 없고, 문도 없고 실험실 기구도 없고, 약품도 없고, 난방시설도 없고, 침대는 五十개 밖에 없다.
돈은 다 떨어졌지만 신념만은 그대로 남아있다.
양 신부는 지난 주일(週日)에 서울서 「클리블랜드」로 날아왔다. 一주야(晝夜)를 뜬 눈으로 세웠으나 피곤함을 무릅쓰고 「피츠버크」와 다른 도시로 행차할 예정이다.
二주간(週間)의 여정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갈 작정인 동 신부는 서울교구의 상서(尙書)국장이요, 주교좌성당의 주관신부로 또 가톨릭의과대학장이요, 성요셉간호학교장이요, 성모와 성요셉병원장의 직책을 가지고 있다.
그 공사비 六억환에 외부에서의 원조는 一九五七년에 「뉴욕」 <스펠만> 대주교가 기공식을 마친 후 준 二만五천부 뿐 그 외는 성탄과 부활 때에 미국친지들에게서 보내온 一불 내지 五불 정도의 축하금이다.
이 병원건축이 완성하기까지의 소요되는 금액은 아직 四十만불 양 신부는 침대, 약품, 기구 시설을 미국 구제회에 호소한다. 허다한 애로와 초조에도
『우리는 오는 봄에는 문을 열 작정이외다』하고 또한번 굳은 신념을 토하였다. 남한에 교회에서 경영하는 병원과 시약소가 二十九개소가 되나 제일 크고 또 종합병원으로 현재 七十명을 수용하는 성모병원뿐인데 이것이 장차 三백五十명의 환자를 수용할 새 건물로 옮겨올 것이다.』
三년이 지나가는 동안 여러분이 여러 차례에 걸쳐서 『신부님 참 수고 많이 하십니다』
『신부님 참 장하십니다…… 훌륭하십니다』하는 치사의 말씀을 들을 때마다 내 가슴은 찢어지는 듯 아팠읍니다. 칭찬이나 받고 싶었으면 그 六억환이라는 돈을 달리 썼을 양 신부로 알으셔야 합니다. 건축에 보태 쓰라고 모래 한줌 가져오지 않고 벽돌 한장 나르는 힘을 제공하지 않는 반면에 기초공사를 시작하기가 바쁘게 『신부님 병원의 매점은 내게 주십시오』 『이발소 미용원 꽃빵을 제가 하렵니다』하는 등의 혜택을 입을 요청만 들어오니 이것은 집안의 아버지가 봄에 밭을 갈고 씨를 뿌리고 김을 매고 곡식을 가꾸고 가을에 추수할 때에 그 아들이 옆에 팔장을 끼거나 뒤짐을 지고 『아버지 참 수고 많이 하십니다』 『아버지 훌륭하십니다』 『그런데 아버지 추수한 곡식을 나를 주세요』하는 것과 다름이 무엇입니까?
이제 수만리 밖에 있는 미국이나 구라파 사람들이 이 한국 서울에 있는 성모병원에서 무슨 혜택을 바라고 있읍니까. 무슨 관심이 있어서 서울에 혜택을 받아야 할 사람이 무시하는 이 병원을 원조하는 것입니까. 관심이라면 이것이 교회의 사업이니 가톨릭은 세계 어느 곳에나 교회가 번창함을 기하는데 있다고 밖에는 볼 수 없읍니다.
이 병원 건축이 교회의 사업이 아니오, 남의 일이요, 양 신부 개인의 사업으로 판단하셨다면 그 판단은 그릇된 것입니다. 누가 미국을 갔다 왔다면, 더구나 양 신부가 다녀왔다면 커다란 돈 보따리를 지고 돌아왔다고 믿으시는 것 같은데 사실은 이번에 미국 가톨릭 구제회에서 八○만마르크(二억환)의 부대를 받기로 약속을 받고 돌아왔읍니다.
그런데 이것을 명심하여 들어주심을 바랍니다. 대체 이 돈이 어디서 나왔는가를!
외국 교우들은 四○일 봉재 때에 적어도 한가지 희생을 꼭 하니 담배를 끊는다든가 술을 마시지 않는다든는가 영화관 다방 당구장 출입을 아니한다든가 음식 돈을 절약한다든가 하여 모은 돈을 봉재 제四주일에 바치는 것인데 그 바치는 사람의 수가 많으므로 막대한 금액이 됩니다. 미국에 가톨릭신자가 四천만인데 한 사람이 一불만 바쳤다 하더라도 四천만불이 되지 않습니까. 몇 주일 전에 우리 명동성당에 제一선 장병들에게 十二만화의 위문품을 보냈는데 이것이 여러분이 백환 五백환 천환을 내셔서 모였던 것이 아니었읍니까.
제가 「가나」 촌의 물이 술로 변한 영적을 설명해드리는 끝에 여러분에게 집에 돌아가셔서 독이나 항아리가 없거든 종이로 주머니라도 만들어 놓고 그 속에 종이 조각이라도 넣어두시면 예수께서는 이 종이 조각을 금으로 만드실 수 있다고 하지 않았어요.
여러분! 四○일 봉재 동안 희생의 선물백환, 五백환, 천환짜리를 이 주머니 속에 넣어두세요. 청주서 이 종이 조각으로 十억환의 성모병원을 완성하시는 영적을 행하실 것입니다. 이것을 믿지 않으시겠거든, 저 「가나」촌 혼인잔치의 영적도 인정치 말고 믿지도 마셔야합니다.
(文貴在 記者)
양기섭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