四월혁명 이후 헌법이 개정되고 새 정부가 수립되자 각 부문에 민주적인 시책을 수행하게 되어 영화정책에 있어서도 종전에 독선적인 검열제를 폐지하고 문교당국의 권고와 업자 측의 자발적인 제안으로 각계인사를 위촉하여 자율적인 영화심의를 할 수 있는 민간기관인 『전국영화윤리위원회(全國映畵倫理委員會)』를 결성하게 되었다.
『영륜』(映倫)이 발족한지 근 六개월 동안 국산 및 외국영화 수十편을 심사해서 건전한 영화윤리규정에 따라 양속미풍을 해치거나 일반대중, 특히 청소년들에게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영화는 상연보류 또는 일부삭제를 희망한다는 통고를 문교부와 업자 측에 전달해서 어느 정도의 실효를 거두었다.
그러나 최근 신문지상으로 널리 알려져 말썽을 일으킨 영국영화 『젊은 육체(肉體)들』(비트·걸)의 경우는 사정이 다르게 되었다. 「영륜」에서 三차에 걸처 신중하고 진지한 심의 끝에 상연보류를 결정했음에도 불구하고 문교부가 일방적으로 영륜의 보류결정을 무시하고 제명만 『비트·걸』로 바꾸어 가지고 상연을 허가해 준데서 시비가 붙은 것이다.
「영륜」 측의 지배적인 주장은 이 영화가 교훈적인 일면이 있기는 하나 화면전체에 흐르는 육감적(肉感的)이고 색정(色情)을 자격하는 장면이 「비뚜러진」 소위 「비트족(族)」의 거의 발광적인 생태의 묘사와 더구나 十六세소녀가 신성해야 할 가정을 저주하고 계모(繼母)에 대한 이유없는 반항에서 「스트맆·걸」로 전락해간다는 장면 등이 너무나 자격적 이어서 특히 청소년에게 막대한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것이였다. 더구나 「연소자입장금지」(年少者入場禁止」하는 허울 좋은 간판을 내걸고 오히려 청소년들의 호기심을 더욱 자극해서 기어코 관람케 할 뿐만 아니라 시내 변두리 극장이나 지방에는 관람자가 거의 청소년뿐이고 갖은 범죄와 사회악의 온상이되고 있는 무방비상태에 놓여있는 현실을 참작해서 「영륜」(映倫)이 상연보류를 결의한 것은 당연한 일인데도 불구하고 이에 서면심사만으로써 상연허가를 해둔 문교당국은 막대한 세금을 지불하고 수입한 업자 측에 가담해서 이러한 불륜(不倫)영화를 상영토록 했다는 것은 확실히 부당한 처사라 아니할 수 없는 것이다. 도대체 四·一九 이후 극도로 혼란해진 사회질서와 치안의 무기력한 틈을 타서 범람해진 이러한 불도덕 영화의 출처는 어디 있는가? 이것은 이 정권 때 압수되었던 것과 과정때 일부 물지각하고 돈만 아는 업자들의 계략을 무정견하게 수입해 들어온 이러한 불륜영화가 쏟아저 나오게 된 것이다. 『그 무덤에 침을 뱉어라』 『태양은 가득히』 『위험한 고빗길』 『젊은 육체들』를 비롯해서 『챠타레 부인의 사랑』 『연인들』 같은 불도덕적이고 퇴폐적인 불륜영화가 국민의 건전한 생활을 위협하고 일반대중이나 특히 판단력이 아주 박약한 청소년들에게 백해무익한 뿐만아니라 정신적, 도덕적으로 거의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치게 하는 사실은 실로 국가민족의 장래를 위해서 크게 우려되는 바이며 시급히 시정되어야할 중대사가 아닐 수 없는 것이다.
요컨데 이러한 불륜영화를 방지하는데 유일한 방패가 되었던 「영륜」은 무엇을 해왔으며 또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 원래 업자측(維持委員)의 자발적인 제안으로 위촉을 받아 탄생한 「영륜」은 그 자체가 민주적이고 자율적인 심의기관이기 때문에 아무런 법적구속력도 결정권은 가지고 있지 못하며 다만 그 심의결과를 업자 측에 통고함으로써 상연보류나 일부삭제를 희망할 권한 밖에 없는 것이다. 문교부가 단독적으로 외화수입이나 상연허가를 해준다든지(젊은 육체들의 경우) 혹은 모든 업자들이 그렇지 않지만 영리만을 위주로 하는 일부 악덕(惡德) 업자들이 갖은 수단을 다 써서 이런 불륜영화를 수입 또는 상연을 고집하게 되면 「영륜」으로서는 사회여론이나 언론에 호소할 도리밖에 다른 길이 없는 것이다.
우선 미국에는 영화협회의 한 자유규제(規制)의 민간기관이 있을 뿐이고 영국서도 영화제작자협회가 자발적으로 설립한 BBFC(檢問委員會)가 영화검열을 보고 있으며 서독과 일본과 이와 비슷한 기관이 검열을 담당해서 거의 완전한 실효를 걷우고 있는 것이다. 정부당국이 검열을 하고 있다는 「이태리」·불란서·백이의 같은 나라에서도 정부관리와 민간대표로 집열판을 혼성하지만 민간대표의 의사를 언제나 우선적으로 존중하고 있는 것이다. 문교당국은 말썽 많던 『비트·걸』로 자극을 받아 영화수입을 위해 정부대표와 민간 각 대표로 검열위원회를 구성하여 영화를 수입하기 전에 사전검열을 할 방침을 밝힌바 있는데 변덕을 잘 부리는 문교당국이 이 방침을 어느 정도 실천에 옮길는지 또는 민간대표의 의견을 어느 정도 검열에 반영시켜줄지 궁금하기 짝이없는 노릇이다. 『비트·걸』의 경우처럼 문교부가 「영륜」의 결정을 무시하는 거조(擧措)로 나간다면 이러한 검열위원회라는 것도 결국 새로운 독선·독존의 유명체가 되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영화가 국민의 도덕생활과 윤리면에 미치는 영향이 다대하기 때문에 세계 선진국에서는 진지하고 권위있는 검열제도를 실시하고 그 실효를 걷우고 있는 것은 정부당국에서 일방적으로 취해지는 강권적인 「검열제」에 있는 것이 아니고 자율적으로 구성된 민간단체들이 한 번 「예스」나 「노오」를 한 것이면 주무당국이나 업자측은 말할 것도 없겠거니와 일반대중들도 그것으로 취(取) 사(捨)를 하기 때문인 것이다.
「가톨릭」에서는 벌써부터 각국에 영화검열위원회가 조직되어 사계에 권위있는 인사들로써 모든 영화를 엄밀히 검토해서 ①만인용(萬人用) ②성인용(聖人用) ③판단력있는 성인용 ④위험이 내포된 영화 ⑤불건전한 영화 ⑥금지된 영화 등으로 엄격히 판별하여 지상을 통해 주기적으로 알리는 한편 교회당국은 건전한 영화만을 상연하는 극장을 상실하고 한걸음 더 나아가 이러한 영화를 제작하는 적극적인 방향으로 나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지금 말썽을 일으키고 또 전에 일으켰던 영화의 대부분이 불건전한 영화가 아니면 금지된 영화라는 것은 주목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교회당국이 아무리 금지된 영화라고 명령을 내린다고 할지라도 신자들이 여기 협력하지 않으면 아무런 효과를 얻을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미국의 「가톨릭」기관인 「전국영화운동회」같은 단체에서는 매년 十二월의 특정주일에 회원들이 성당에 모여 이러한 선서를 한다. 즉 『나는 불근신, 부도덕한 영화 또는 범죄나 법인을 영웅시하는 영화를 배척합니다. 나는 내 신자생활에 위험한 영화에 대해선 양심을 날카롭게 한 내 의무를 자인합니다. 때문에 영화정화운동의 일원으로서의 나는 그따위 악에 물들 영화는 일체 보지 않기로 하겠읍니다……』하는 것이 그 내용 의 일부이다.
이처럼 미국서는 공공질서와 미풍양속을 해치는 영화는 자율적으로 「보지말자」는 운동이 벌써 一九三四년부터 활발히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거년에는 미국주교단에서 「헐리·욷」이 부도덕한 영화를 계속 제작하고 있다고 비난하는 성명서를 발표해서 큰 「센새이슌」을 일으킨 일을 기억하고 있는데 영화를 통해서 선을 수호하고 악을 방지하려는 이러한 교회당국의 호소나 경고에 일반전자뿐만 아니라 전국민이 순응하게 되면 이러한 불륜영화가 애당초 제작되지도 않을 것이다.
이런 견지에서 우리나라 「가톨릭」 교회당국도 좀 더 적극적인 영화정책을 수립해서 이것을 실천토록 전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고 신자들도 이 교회정책에 적극 호응함으로써 국민도덕을 해치고 정신생활을 부패하는 악화에서 이 나라 이 민족을 구하는데 선봉이 되어야 할 것이다.
尹炳熙 神父(映倫審査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