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빌라의 美人傳(미인전) (24) 一五六二(1562)년 八(8)월 二十四(24)일
발행일1961-03-26 [제272호, 4면]
이 가난한 「성 요셉」수녀원안의 성당은 늘어가는 데서 영도석(映禱席)까지의 거리가 불과 열 걸음이었다. 종이라야 三근도 못되는 것이었다. 톱과 장도리의 소리가 한창 시끄러웠다. 이쪽에서 무엇을 거는가 하면 저쪽서는 매달았다. 제대보를 받아 다리고 꽃으로 성당을 꾸미며 구석을 쓸기가 <데레사>에게 기쁨이었다. 일찌기 죽었다가 깨어날 만한 중병을 치른 여자같이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그는 아직도 아침마다 구역질이 났었고 머리가 늘 아팠고 가끔 신열이 났으나 건강한 사람과 같은 정력을 발휘하는 생기가 있었다.
오랫동안 고대하던 一五六二년 八월 二十四일 새벽이었다. 「아빌라」에서 태어나 「아빌라」에서 생장한 그의 생애 중 「아빌라」에서 일어난 가장 큰 사건이 이날 동이트는 순간에 시작되었다.
헐어서 금이났기 때문에 깨어진 소리가 나는 그 종 울림이 그날 아침에 「산 로케」 구(區)의 잠을 깨웠던 것이다.
곤하지마는 호기심에 끌린 이웃 사람들이 모두 문 밖으로 뛰어 나왔다. 그들은 종소리에 불리워 처음으로 <요셉> 성인에게 봉헌되어 하룻밤사이에 솟은 성당으로 들어갔다.
「베드레헴」의 구유와 같이 가난했으나 성당의 벽은 감동하기에 넉넉했고 기도의 분위기가 숨을 죽일만했다.
티끌 하나 없는 제대 위에서 <다싸> 신부가 미사를 올렸다. 오직 이것만이 사치롭게 보였다. 이 지역의 시민들에게 이미 친숙한 「강신」 수녀원의 수녀 하나가 아무도 모르는 네 사람의 처녀들에게 수도복을 입혔다. 은수자의 그림에서나 볼 수 있는 낙타털같이 거친 천으로 만든 그 수도복은 그들에겐 처음보는 것이었다.
그날 첫미사에 참례한 다른 「갈멜」회원은 <후아나 수아레스> <이네스 데 타리아>와 그의 동생 <안나>의 세 사람이었고 친척으로는 자기 친 동생 <후아나>의 부부였다. 그 외에는 모두 「거룩한 양반」이라고 부르는 <살세도>씨와 <아린다> 신부 그리고 언제나 재치 있는 <훌리안> 신부와 가난한 웃을 입은 부지미부 <기오마르> 부인이 있었다.
수녀원 주위의 사람들도 이것이 어떠한 수녀원인가 놀라서 서로 묻고 있었다.
『그 수녀들은 봉쇄생활을 한다는데…… 대재를 그대로 지키고…… 편태를 정말로 하고…… 자네와 나를 위해서 기도를 해준다니…… 말하자면 우리 동네의 성인들이란 말이지…… 이것 참 어떤 천주님의 은총이란 말인가?』
<데레사>의 가장 큰 소원의 성취는 성체의 현시였다.
그리고 그 『네 명의 가련한 고아들』이 이제야 성채 앞에서 자유로이 천주를 섬기게 된 일이었다. 그는 정신이 나간 듯이 깊은 기도에 잠겼다.
이 새 수녀원이 창립되었다는 소문이 즉시에 온 성내에 퍼졌다. 그러나 두 시간도 못되어 「아빌라」의 유지(有志)들의 생각이 변했다.
『그 수녀원을 타도(打倒)하자…… 우리 자녀들의 밥을 아끼자!』
아무것도 달라고 하지도 않는 그 소수의 수녀들을 「아빌라」시(市)가 먹여 살릴 수 없다는 것이 주요한 논쟁 거리였다.
시민들이 몰려닥쳐 담넘어로 돌을 던지고 대문을 마구 두드렸다. 진짜 폭동이었다. 상인들이 전방문을 닫고 폭도들에게 가담했다. 요란한 소리가 <데레사>를 탈혼상대로부터 돌이켜 냈다.
「강신」 수녀원 안의 격분은 그만 못지않았다. 모든 「말족」(襪足) 「갈멜」회원들은 절대적 봉쇄생활, 침묵, 대재, 선족(跣足), 보속이 요점이 되는 수율을 다시 엄수한다는 것에 모욕을 느꼈다. <데레사>는 一五六二년 八월 二十四일 이날에 「완율 갈멜」회원들 가운데 한 사람의 친구도 없게 되었다. 그들이 <데레사>를 비웃었다.
『그 수녀는 자기가 해이(解弛)되었다고 말하는 우리 수율도 세밀히는 지킬 수가 없었는데. 그렇다면 어느 교종님께서 너무 엄하다고 보신 수율을 그 수녀가 어떻게 지키겠다는 말이야?』
『그 수녀가 교만 때문에 우리 회에 이런 야단을 일으키고 있어요.』
그들 가운데 도헌을 잘 아는 가장 고참자 하나가 <데레사>에게 해당한 형벌을 예언하고 있었다. 「경죄」냐? 「중죄」냐? 「극중죄」냐? 저이들 사이에 말다툼이 벌어졌다.
『그 수녀가 거짓말을 했어. 그러니까 「경죄」야! 수도자 총회에서 편태를 두 번 받게 하고 二일간 맨 「빵」과 물만 먹어야해……』
한 늙은 수녀가 양팔을 번쩍 들더니 격분한 소리를 질렀다.
『무엇! 「경죄」라고 너는 생각해서 말해라. 그 수녀가 여기다가 불목의 씨를 심없지 않아 속인들 하고 짜가지고 모략을 해서 추문을 일으켜 우리 회의 신용을 떨어트렸지 않아? 그 수녀가 범상모반자(犯上謀叛者)가 아니고 무어야? 그것을 「중죄」라고 해야 옳을까? 「극중죄」다. 「극중죄」 관구장 신부님이 허가를 거절하셨는데도 그 수녀는 완고하게도 자기 허물을 고집하고 있어. 「극중죄」다! 종신금고다! 아이구, 그 수녀가 고행을 하고 싶다지? 여기 「강신」에서 「완율」의 이름으로 일평생 대재와 금욕을 지키라지!』
그러한 벌이 마땅할 것이었으나 결코 구경거리가 못되었다. 그 수녀원과 그 원장수녀를 악평으로 몰아넣은 그의 혀를 벌하기 위하여 혀 모양의 헌겁이 주렁주렁 달린 수도복을 그에게 입혀 식당에서 공개보속을 시키자는 결론이었는데 그렇게 되면 그는 마룻바닥에서 「빵」껍질을 먹고 나서 감방으로 끌려 갈 것이었다. 그들은 공모자로 지목된 <타피아>의 두 자매, <후아나 수아레쓰> <마리아 데 오캄포>를 흑사병(黑死病) 환자처럼 대했다. 장차 그를 따를 三十명의 수녀들까지도 한몫 끼여 수녀원전체가 들고 일어났다. 이 불쌍한 수녀들은 마귀 때문에 눈이 멀어 격분에 떨었다.
개원식이 끝난 뒤에 이 가난한 수녀원을 공격할 만단준비가 된 군중이 밀려드는 소음을 들은 <데레사>는 힘을 얻고자 제대 앞으로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