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국에 계신 여러분!
이곳 성도(聖都) 「로오마」에서 한국 가톨릭교회사에 찬연히 빛날 우리 <베드루> 한공렬 주교께서 실로 본방인으로서는 최초로 장엄하며 화려한 의식(儀式)으로 영예의 주교위에 성성(成聖)되셨읍니다.
이 주교 축성식 광경을 전해드리기에 앞서 한 주교님께서는 멀리 고국에서 보내온 많은 축전과 정성으로 바치신 기구에 진심으로 감사하고 있읍니다.
성성식 관경
○…一九六一년 三월 十二일 <배드루> 한공렬 주교께서는 상오 九시부터 성「베드루」대성당 이웃에 있는 「울바노」대신학교에 도착, 九시반부터 있을 자기의 주교성성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윽고 주례(主禮) 성청 포교성성장관 <아가지아니안> 추기경이 나타나시고 이어 공축(共祝) <시그문디> 대주교 <니그리스> 대주교가 각각 임장(臨場)하였다. 이미 내외 귀빈들은 연달아 도착하고 있었고 한국신부 신학생, 한국유학생들이 줄지어 오고 있었으며 특히 우리 여학생들은 색갈진한 한복을 차리고 왔음으로 이곳 사람들의 시선을 모았다.
○…「울바노」대신학교는 세계 五四개국에서 二五○명의 대신학생들이 공부하고 있는 국제대학이다. 교황성하 계신데로 부터는 四백「메이터」 밖에 떨어지지 아니한 이웃에 자리잡고 있다. 그런데 이들 전원이 한국주교의 축성에 나오게 되어 또한 사상(史上) 특서 대필할 성황을 이루웠던 것이다. 흑인 백인 각색의 민족을 달리하는 그들이 이 장엄한 예전(禮典)에 복사하는 광경은 참으로 생동(生動)하는 가톨릭을 과시하는 것으로 보였다.
○…성청의 각 대주교, 주교, 몽시뇰 그리고 일찌기 한국 교황사절이 있던 <마렐라·빠을로> 추기경이 열석했고 방금 한국에서 활발히 일하고 있는 각 수도회 본부의 대표들까지 나와 만장을 채워 이 주교성성(成聖)의 의의(意義)가 얼마나 중대한 것임을 은연중 말하는 것이었다.
식은 상오 九시 三○분부터 시작하여 상오 一一시 四○분까지 실로 二시간 一○분만에 전부를 끝낼 수 있었다.
■ 축하의 도가니
○…「울바노」대학본 강당에서 열린 축하식 역시 공연의 대성황을 이루었다.
축복에 감싸인 분위기 가운데 주례주교이던 <아가지아니안> 추기경은 우리 한 주교님에게 「주교고상」과 성하의 직접 서명한 <요안> 二十三세 색사진을 증정했다. 「내적생활의 거울」이란 말씀과 또한 교황성하 친히 지으신 「주교들을 위한 기구문」을 <아가지아니안> 추기경을 통해 하사(下賜)하시었다.
그 위에 교황성하의 감격에 넘치는 축전을 「울바노」대신학교장 <멜리스·첸시> 몽시뇰이 엄숙히 대독했다.
이어 <아가지아니안> 추기경의 축사가 있었는데 그 골자는 다음 같은 것이 있다.
■ 한국교회는 전 교회의 영광
○…「오늘의 기쁨을 충심으로 축하하며 또한 그런 특은을 베푸신 천주께 감사드리는 바입니다. 교회는 항상 살아있습니다. 북한의 교회를 생각할 때 슬픔을 금치 못하겠읍니다. 약一년 전에 서거하신 김 주교님을 생각할 때 또한 슬픔을 글할 수 없읍니다. 그러나 교회는 항상 전전하고 있으며 계속해서 <베드루>의 후계자와 종도들의 후계자를 보내시고 있읍니다. 보십시요! 한 주교님을! 교회는 항상 앞으로 앞으로 전진하고 있읍니다. 특별히 한국교회를 볼 때 이미 五十만을 넘고 있읍니다. 항상 성신강림이라고 할만한 한국교회의 현상은 우리에게 큰 기쁨과 희망을 주고 있읍니다. 북한에서의 박해는 보다나은 그리고 가까운 장래에 한국교회의 황금시대를 약속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뜻으로 새 주교님, 전주교구장 한 주교를 축하하며 누구보다 솔선해서 내가 기쁘게 주교품을 준 것입니다. 한 주교는 내가 一九五九년 三월 한국을 방문했을 때 서울성신대학장으로 있으면서 이미 주교의 직책을 담당하고 있었다 해도 과언은 아닐 것입니다. 지금 광주에서는 새로 대신학교가 서게 되었읍니다. 한국교회는 참으로 전(全) 교회의 큰 위로이며 오늘의 비약적 발전은 우리의 마우에 터질만큼 기쁨을 주고 있읍니다. 이런 뜻으로 AD MULTCS ANNOS ET AD PLUR IMOS AN NOS(기원장수 祈願長壽)하고 새 주교를 축하하는 바입니다』
○…이어 제「로오마」 한국 가톨릭 유학생들로 부터 <아가지아니안> 추기경과 한국주교님께 축하 꽃다발 증정이 있었다. 그리고 이 환영식전에 나온 축하객들의 축하 말씀이 계속되었다.
이 행사가 끝나고 여기 나온 동포들이 모여 한 주교님을 중심으로 정원에서 기념 촬영을 했다.
○…하오 一시 「울바노」대신학교 교수 식당에서 초대연이 베풀어졌다. <아가지아니안> 추기경, 외에 ▲<시그문디> 대주교 ▲<니그리스> 대주교 ▲파리 외방전교회 <아노제> 몽시뇰 ▲SAM회 총장 <부르기뇽> 신부 ▲안웅렬 주이태리 대사관 참사 ▲전주교구 대표로 <하가> 신부 ▲안요셉 신부(전주교구) ▲벨나도 신부(SAM회원 한국으로 부임예정) ▲백남익 신부(한국교구대표)가 각각 초대인사로 참석했다.
○…같은날 하오 六시 「우리부인회 수녀회」 총본부 성당에서 한 주교님은 주교위에 승품된 후 첫 강복식을 장엄히 지냈다. 七시 三○분에는 「술빠띠」에서 만찬회가 있어 안웅열 참사관을 비롯한 한국신부들이 초대되었다.
이렇게 역사적인 <베드루> 한공렬 주교의 성성(成聖)의 날은 저물었던 것이다.
■ 첫 미사
○…三월 十三일 「울바노」대신학교에서 한 주교님의 첫 미사가 거행되었다.
○…三월 十四일 갈멜회에서 둘째번 미사를 지내시고.
○…三월 十五일, 예수의 적은 자매회 수녀회에 가서 미사를 올렸다.
■ 성하께 알현
○…三월 十五일 한 주교께서는 十二시 정각 二○분간이나 교황성하께 알현했다. 이에 앞서 三월 七일 한 주교는 <아가지아니안> 추기경과 동도 약八분간의 성하알현을 한바있었다.
이렇게 약 한주일의 간격을 두고 두번씩 성하를 알현한 것은 특례로 알려졌다. 이런 일은 「로오마」의 추기경들로서도 매우 어려운 일로 전해지고 있다.
○…三월 十五일 저녁(하오 七시 - 九시) 주이(駐伊) 한국 대사관이 초청하는 한 주교 승품축하연에는 약二백명이 초대되었다. ▲<아가지아니안> 추기경 ▲<마렐라> 추기경 ▲<티세란트> 추기경 ▲주이(伊) 교황사절 <그라노> 대주교 ▲쿠오 중국대주교 등이 참석한 외에 「울바노」 대학교수 「로오마」의 많은 몽시뇰 수도회대표들, 몽시뇰 <아노제>, 한국신부, 신학생, 한국유학생들이 참석하고. 수많은 외교관들이 참석했는데 신생(新生) 「아프리카」 각국대사를 비롯하여 ▲불란서대사, ▲미국대사 ▲미국대리대사 ▲월남대사대리 ▲일본대사 등이 참석했다.
안웅렬 참사관(대사대리)이 초청한 이번 축하연은 이태리에 한국공관이 설치된 이래 최대의 것이었다.
이 축하연이 끝난 후 한 주교님은 안웅렬 참사관과 동 공관직원일동 그리고 「로오마」 한국교포들을 다시 초대(중국음식점)하였는데 四四명이 참석했고, 이 또한 「로오마」에서 처음있은 경사이었다.
한 주교님은 이 자리에서 간단한 연설로 일동에게 감명을 주었다. 함(咸) 二등 서기관은 소신을 피력하여 「바티깐」에 반드시 외교관을 주재시켜야 하며 어느 곳보다 이곳서 외교상 조국을 위한 가장 큰 사명을 다할 수 있다. 이는 교회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 발언은 가톨릭 신자가 아닌 한국정부관리의 발언인 만큼 듣는 이의 주목을 끌게 했다.
■「까다꼼브」서
○…三월 十六, 상오 九시 三○분, 한 주교께서는 「까다꼼브」 성 「도미틸라」에서 북한의 친묵의 교회와 한 주교의 승품을 위해 기구해준 모든 은인들을 위한 미시를 올렸다.
■ 「로오마」를 출발
○…이날 오후 四시, 한 주교님은 「로오마」 국제공항에서 오지리 「뷔엔나」로 향발했다. 비행장에는 안웅렬 참사관을 비롯하여 「흥」 一등서기관 「함」 二등서기관겸 영사관 그리고 다수의 신부 수녀 유학생들이 환송하는 가운데 한 주교님은 만면에 미소를 지으면서 그러나 희망찬 모습으로 「로오마」를 출발했다.
○…한 주교께서는 서독, 영국, 애란의 몇몇 인사를 도중에서 만나게 될 것이며 「뷔엔나」에서 몇 일을 체류한 후 SAS편으로 잠시 「로오마」를 다시 경유하고 동경으로 떠나시게 되었다.
동경서는 「도이」 추기경을 예방하시고, 그곳 학창시절의 지면(知面) 인사들의 축하를 받으시고.
예정대로 三월 二八일 전국주교 신부들 그리고 다수의 평신자들의 영접을 받으면서 이날 하오 一시 五○분 김포공항에 도착 곧 전주로 부임하게 된 것이다.
白南翼 神父 記(在로오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