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빌라의 美人傳(미인전) (25) 고아(孤兒)들
발행일1961-04-02 [제273호, 4면]
온갖 두려움에 사로잡힌 그는 마음을 것잡을 수 없었다. 고해신부의 동의가 있었으나 관구장에게 순명을 못 했다.
재원이 없기 때문에 자기에게 가담한 수녀들을 먹일 수 없다. 자기의 병약(病弱) 때문에 자기 자신이 그만한 큰 고행을 감당할 수 없다. 넓고 유쾌한 「강신」수녀원을 버린 것과 새 동반자들이 옛날 친구만큼 이해가 없는 것을 후회할 지도 모른다. 성체 앞에 엎드려 삽시간에 죽음의 통고 속으로 잠겨들어 간 그는 오주의 명령도 주교의 허가도 끊임없는 기도도 다 잊어버리고 신덕과 모든 덕행도 잠시 정지된 것 같았다.
그럴 무렵에 자기를 마치 어린애처럼 달래는 그리스도의 임재를 느꼈다. 무엇이 두려우냐고 또 당신을 섬기는 그의 힘이 못할 것이 무엇이냐고 위로하시는 것이었다.
『극복해야 할 일이 어려울수록 그 상이 더욱 크니라. <데레사>야 기억하라! 너는 나의 것이요. 나는 너의 것임을……』
그 어른께서 그의 영혼을 광명으로 넘치게 하사 그는 큰 위안을 받았다. 마귀와 싸우고 난 그는 퍽 고달펐으나 모든 것이 그놈의 작난임이 판명되자 그는 마귀를 비웃을 수 있었다.
그는 간밤을 새워 일을 했고 지난 며칠 동안 날마다 지쳤었다. 점심때가 되었다. 또 「시에스타」(낮잠시간)이기도 했다. 작은 식당 안의 탁자 위에 자리 다섯을 마련하고 마침내 자기들이 차지한 천주 안의 이 독처(獨處)로 양념한 간소한 식사! 거리에서 떠드는 소리가 사라졌다! 온 「아빌라」가 다시 고요하게 되었나 보다고 안심하려던 그때 「강신」수녀원의 원장수녀가 보낸 사자(使者)가 도착했다. 그가 떠나는 허가가 없었으니 당장에 돌아오라는 전달이었다. 이 돌발사건을 그는 모든 난관을 대할 때와 마찬가지로 침착하게 또 기쁘게 대했으나 양보아니 하기로 결심했다. 그러나 바로 그날 자기 손에 착복한 그 네 소녀들을 남기고 떠나는 그의 슬픔과 자기 손으로 쌓은 것이 무너지는 꼴을 보리라는 그의 두려움을 어찌 다 말하랴! 낙담할 이유가 많았으나 그가 완전히 행복할 만큼 천주께서 그의 힘을 돋구어 주셨다. 수녀원은 이미 창립되었겠다. 이제 자기에게 그리스도를 위하여 수난(受難)할 보귀한 기회가 왔지 않는가? 그는 갇힐 것도 각오했다. 실컷 잠잘 수 있고 헤아릴 수 없는 시간을 기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는 그 새 「갈멜」회원들을 자기들의 부친인 <요셉> 성인의 보호에 맡기고 <우르술라>를 수녀원장으로 정해주고 떠났다. <훌리안> 신부가 동반하겠다고 그에게 제안했다.
『내가 당신의 시자(侍者)요 동시에 지도신부가 되오리다. 만일 수녀님이 나를 다리고 가신다면 말입니다.』
「강신」수녀원장은 그가 항거하리라고 기대했으나 겸비한 그 부하가 영도소로 들어와서 자기 죄과를 완전히 의식하고 자기 앞에 납작 부복함을 보았다. 일이 이렇게 된 바에야 다시는 더 감출일이 아니었다. 천주의 명령, 「예수회」 관구장과 상의한 고해신부의 허가, <이바네쓰> 신부의 격려, 「로오마」의 허가장, 「아빌라」의 주교가 승인한 사실을 차서 있게 고하고 「알칸타라」의 <페드로> 수사의 서신을 내 보였다. 원장수녀의 노염이 <데레사>의 심사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온 수녀들이 놀랄만큼 상당히 갈앉았다. 감방으로 가라는 것이 아니라 단지 자기 수방(修房) 안에 들어가 있으라는 분부 뿐이었다면 빵과 물만으로 대재물 지키라는 말도 없었다. 그 때문에 다른 수녀들이 그에게 도리어 더 좋은 식사를 대접했다. 그런 뒤로 몇몇 용감한 수녀들이 그 원장수녀가 불공평하다고 나무래는 과도히 흥분한 수녀들을 반대하고 <데레사>의 편을 들기 시작했다.
『원장수녀님이 <데레사>의 집안과 친분이 있다지. 그러나 <데레사>는 관장님 앞에 나가야 할 걸. 관장님은 대가 약하지 않을 거야!』
관구장이 모든 고참 수녀들이 배석(陪席)한 법정(法廷)으로 그를 호출하여 매우 날카롭게 꾸짖었다. 그는 변명을 구하지 않고 답변을 하라고 명령할 때까지 부복하였다. 그는 관구장에게 먼저 자기에게 벌을 청했다. 그러나 용서를 거절하지 말아달라고 말했다. 그는 그 관구장도 거기 배석한 누구도 그를 단죄할 수 없도록 자기의 행동을 설명했다. 그것이 그에게 상당히 유리한 변론이었고 관구의 <살라싸르> 신부는 그의 설복력(說服力)에 전적(全的)으로 영향되어 매우 만족하였다. 관구장은 『성내가 다시 평온해지던 「성 요셉」 수도원으로 돌아가는 허가를 줄터이니…』라고까지 약속했다.
<데레사>는 자기혼자 싸우는 것이 아니었다. 그가 자신을 천주께 내맡겼기 때문에 천주께서 그를 위하여 행동을 취하셨고 또 그를 통하여 승리하신 것이었다. 그의 겸손과 그의 양심이 그의 침착성의 근원이었다. 관구장은 또 이어서 말했다.
『성내의 소동이 상당히 시끄러운 모양이야』
그 작은 수녀원 안에 자기들끼리만 남아있는 그 네 사람의 새 「선족 갈멜」 회원들은 그 소동에 관한 일을 죄다 알게 되었다.
그 이튿날 「아빌라」 시장이 몸소 무장경찰을 거느리고 「성 요셉」수녀원의 대문 앞으로 왔다.
그 수녀들은 열지 않았다.
『이 몇 계집아이들』이 위협을 해도 놀라지 않으니 왠 일인가? 『저희들은 우리를 이리로 다려오신 어른의 명령이라야만 여기를 떠날 수 있읍니다.』
이 수녀원을 해산하라는 시장의 명령에 대하여 대문 안에서 들려오는 말대답이었다.
『만일 너희들이 못 열겠다면 우리들이 말태다!』
『이리 때의 한가운데 있는 양』들 중 하나가 말다툼을 하는 동안 다른 셋이 무거운 통나무대의 두겹으로 된 그 대문을 가로 막고 있는 힘을 다해서 밖으로 밀며 버티고 있었다. 그 문을 마구 두들기는 소리에 무슨 핑계만 기다리고 있는 이웃 사람들이 모여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