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자 <드레아> 김 신부님을 모르는 이가 있으랴마는 『복자 로렌조와 안드레아와 모든 치명자』에게 조석으도 호도(呼禱)하는 대다수가 아마 그 사적을 잘 모르는 것 같다. 필자가 잘은 아니었을지라도 알게 된 것은 문교(聞敎) 당시 어느 구교우댁에서 우연히 발견된 「평양」판 월간 「가톨릭 조선」의 고본(古木)을 통해서였다. 그 저자가 역시 <김구정> 선생이었다고 기억한다. 예비 二년을 훨씬 넘어 나의 영세날을 복자침례로 택일해 주신 성인이 바로 이 어른이시었다. 그런 이래 三十년간 바라던 이 완본(完本) 전기를 읽고 나서 나의 감사가 이 평을 쓰게 한다.
신부님은 十五세 때 고향 마을을 떠나서 부터 二十六제 때에 순교하사 이 세상마저 떠나실 때까지 불과 十년간 친히 밟으신 지역이 절로 북위 一○도로부터 五十도 가까이 걸친다. 연대표에 생략하고 나타난 중요 지점만 보더라도 三十처를 헤아린다. 그 시대가 一세기 전임을 명기(銘記)하라! 해로(海路)로는 「프랑스」 군함도 한때 타셨고 「윤선」(輪船)을 이용하셨으나 가장 장기항해는 그 당시의 극히 으젓잖은 조선식 어선을 사용하셨고 육로(陸路)로는 한번 「八인교」도 타셨지마는 그 외에는 거의 전부가 도보 여행이셨다. 열대의 「구라파」식 문명도시 「대국」(大國)의 외교무대 한대의 풍설광야(風雪曠野) 산중의 공소와 해변의 어촌, 국경의 변문과 「경원」의 호시장(互市場), 영국군함의 함장실, 파선(破船)상의 기한(飢塞) 그리고 문명과 미개, 국제와 봉쇄, 성당과 감옥, 지성과 무지, 귀족과 천민 등등 환경이 천변화하는 가운데 <바오로> 종도의 전교여행에 못지않은 그 어른의 모험사실(史實)은 그 기구망칙함이 어느 탐험기에서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인간의 상상을 초월한다. 신부님의 불타는 종도적 신덕과 비범한 초인적 인내와 천재적 지성과 「윗트」에 끊임없이 작용하는 천주의 섭리를 저자는 흥미진진한 소설체로 생생하게 우리눈앞에 약동 전개시킨다.
신부님의 친필 문헌을 가능한 한도로 많이 모은 것과 신부님의 순교에 관련된 당시 조정의 공문서를 특히 원 한문으로 실린 것과 신부님께서 지성인으로서 세계적으로 위대하셨음을 방증하는 외교(外敎) 외국인의 기록까지 인용한 것은 이 책의 사서(史書)적 가치를 무겁게 한다.
주관적으로 주인공의 가계(家系)를 중심으로 한 사생활과 아울러 객관적으로 그 마을의 생활환경은 물론 국내의 시대적 사회장 그리고 인접국의 국제정세를 적확하게 묘사한 것은 전기기자의 자격을 높이는 것이다.
특히 교회용어에 주(註)를 단 점에 우리는 외교인 독자를 고려한 저자의 치밀한 사도적 용의를 발견한다. 「에리곤」호의 대문이 의식적으로 역이용 당하는 경우 우리는 「월남」의 「프랑스」인 선교사와 애국자 <고 딩뎀>의 경우를 들어 『十자가가 서구(西歐)식민주의의 앞잡이」라는 위증(僞證)을 번복할 지식이 있어야 할 것이다.
현대 추상미술의 선구라고 평가되는 서예(書藝)의 혜성인 추사(秋史)가 역시 영제 예비 중에 귀양갔다는 신부님의 기록이 고도의 심미의식을 지닌 인사들에게 줄 수 있는 영감 또는 암시가 결코 적지 않을 것이다. 이 한 예(例)만 들어도 문화상으로 보아 이 책의 일반적 가치가 또한 넓다.
당시 조선의 무지몽매한 박해자에 비할 수 없는 자기들의 이론과 조직과 정권과 군대와 「마스콤」을 국제적으로 장악한 현대의 박해자들이 그 박해지역을 넓히고자 바로 우리 목전에 대진(對陣)한지 오래며 그에 호응하는 지적(知的) 공세와 도덕적 공세가 특히 이즈음에 우리 신변에서 나날이 벌어지고 있다.
신부님의 용기와 지성을 우리가 갈망이라도 하도록 또 만약의 경우 우리도 신부님의 심적(心的) 여유를 갖도록 신부님께 전달을 빌어야 할 우리를 격려(激勵)하는데 이 책의 현대적 가치가 절대로 크다.
☆환갑 진갑이 다 지난 저자가 필생의 노력 끝에 완성한 이 노작(勞作) 한권으로 능히 사제적 백년에 견줄만한 공로를 세웠다고 치하하면 망발이 될는지?
우리 교회사상에 약간 말썽이 있는(劉) <파치피코> 신부님이 전교의 중도에서 귀국한 이유가 무엇이 되었건 이 「청국인」(請國人)이 아니었던들 철모르는 은사국(隱士國)의 촌동(村童)을 三명이나 거느리고 누가 변묵 밖의 <정> 신부의 은거(隱居)를 찾을 수 있었겠으며 또 목적지까지 무사히 가게 한 역사적 중책을 완수할 수 있었겠는가. 다시 생각하게 된 것도 저자의 덕택이다.
「파리」에 있다는 신부님의 서한과 「한문 기행기」를 「페이지」마다 「필림」에 찍어 가져오려고 노고하시는 신부님이 계시다고 하니 그 결과가 몹씨 기다려진다.
<가톨릭 靑年社刊 값 一,二○○환>
志園 金九鼎 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