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빌라의 美人傳(미인전) (26) 예수의 데레사
발행일1961-04-09 [제274호, 4면]
그들은 화가 나서 더욱 야단스럽게 대문을 두들겼다. 안에서 들려오는 말은 점잖았으나 단호한 음성이었다.
『대문을 억지로 열으시면 당신께 얼마나 좋을는지 모르겠읍니다 마는 그 결과를 좀 생각해보시지요. 당신이 천주의 성의를 거스리는 것만이 아니라 교종성부의 허가장을 무시하시는 것이요. 또 우리 주교각하를 반대하시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만하면 할 말은 다했다 싶었던지 이들 수녀는 시장과 무장경관들과 군중이 떠들고 고함치도록 내버려 두고 기도에만 전심했다.
대문은 열리지 않았다. 수녀원도 파괴되지 않았다. 관원(官員)들은 맥이 풀려 물려갔다.
당국을 무시한 이네 처녀들을 처벌하기 위해 당국자들과 각 수도원장들의 연석회의가 긴급히 소집되었다. 역시 초청된 주교의 불법행위가 논란되었다. 「로오마」의 허가장이 국왕폐하께나 또는 추밀원(樞密院)에 제출되지 않았다는 것을 탈잡았다.
이 동안 <데레사>는 국왕폐하 못지않게 높으신 지존께 말씀을 드리고 있었다.
『오, 천주시어 이 수녀원은 당신의 것이옵나이다. 당신을 위해 창립되었나이다. 아무도 이런 사실을 변명해주는 사람이 없사오니 황송하오나 이 책임을 지존께서 맡아 주소서』
『너는 내가 전능한줄 모르느냐? 너는 무엇을 두려워하느냐』
가늘게 속삭이시는 지존의 말씀을 듣고 그는 전세계가 자기 편을 들어 변론하는 것 같았다.
「도밍고」화의 신학자 <바녀쓰> 신부가 일어나서 그 수녀원의 즉시 해산을 반대했고 또 그 「회」의 총장 <쑤엘나> 신부가 주교의 편을 들었다. 그 둘의 노력으로 이 사건이 추밀원으로 넘어가 국법으로 따져지게 되었다. <멘도싸> 주교가 굴복하지 않았고 <아란다> 신부는 자기 비용으로 변호를 했고 <루이사> 부인과 함께 있을 때 사귄 유력한 귀부인들이 큰 힘을 썼다. 이 야단이 반년을 끌다가 무사히 해결되었다. 그동안 「아빌라」의 사람들은 __듯이 조용해 졌다.
<데레사>는 아직도 망서리는 관구장에게 약속을 환기시키어 네 고아들이 지키고 있는 「성 요셉」수녀원으로 돌아가는 허가를 청했다.
『신부님 저희들이 성신을 거느리고 있었다고 생각하십니까?』
성신의 충동에서 나오는 그의 어조가 관구장의 마음을 움직였다. <데레사>에게 「강신」 수녀원을 떠나는 허가가 난 것은 一五六三년 봄이었다. <아나 데 로스 안헬레스> <마리아 이사벨>과 그의 사촌 <산 파불로> 그리고 <벨라다> 후작부인의 딸 <아나 데산 후안>이 네 처녀를 데리고 가는 것까지 허락되었다.
그는 二十七년간 생활하던 집과 그곳의 동료들에게 하직할 때 마음이 괴로웠으나 인간에게 알려지지 않는 환희를 체험했다.
영원한 봉쇄생활에 이르는 길을 걸으면서 그의 마음은 그가 끼고 가는 작은 보따리와 같이 가벼웠다. 그가 가지고 가는 물건은 그곳의 원장수녀로부터 빌린
『돗자리 한입 보속쇄대(補贖鎖帶) 한개 보속편태(鞭笞) 한자 수도복 한벌』 밖에 없었다.
「산 비쎈테」대성당에 들려 지하실 납골당(納骨堂)으로 내려가서 「소레라냐의 성모」앞에서 그는 신을 벗었다. 이때부터 <데레사>는 이 세상에서 죽고 그의 재(灰) 가운데서 <예수의 데레사>가 탄생했던 것이다.
「성 요셉」수녀원에서 소수의 수녀들과 그들의 원장수녀가 말하자면 「갈멜산(山) 성모」님의 폭이 큰 흰만또 자락밑에 모여든 셈이었다. <예수의 데레사>는 그 수녀들을 투망(投망)으로 잡아당기는 것이 아니라 유화(柔和)로써 그들이 자기를 따르게 했다. 그는 자기가 하는 말을 각자의 마음 속 가장 깊은 데로 받아들이라고 자기 딸들에게 당부했다.
「미적지근한 많은 영혼들 보다 진정으로 천주의 사랑에 불타는 단 하나의 영혼이 쓸데 있는 것이다. 온 세계에 불이 붙었다! 그리스도를 또 다시 단죄(斷罪)하고 있다. 그 어른을 해치려고 일천가지 위증(僞證)을 쳐들고 있다. 오! 나의 구속자시어! 우리 그리스도신자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읍니까? 당신을 가장 괴롭게 해 드리는 사람들이 당신께 가장 신세진 사람들입니다. 언제나 그래야 하겠읍니까? 당신께서 당신 친구로 간택하신 그네들이 당신을 자기를 가까이 모시는 그네들이 성사로 당신 자신을 주는 그네들이 당신께서 자기들을 위하사 그러한 고용을 견디셨음을 부끄러히 생각못하오리까?』
모든 「갈멜회」원들은 천주께 대한 사랑이 없거나 혹은 적거나 기도를 아니 하거나 혹은 잘못하는 사람들을 몸소 대신해야 한다. 즉 이 세상과 영혼들의 구원을 위해 또 성교회와 성교회의 사제들을 위해 완전한 헌신을 해야 하는 것이다.
『자매들아, 너희들이 부르심을 받은 것은 그 일을 위한 것이요. 그 일이 바로 너희들이 여기서 한테 있는 연고다. 그 일이 너희들의 사업이요. 그 일이 바로 그의들의 소원이라야 한다. 그리고 그 일이야말로 너희들의 눈물과 비원(悲願)의 목적인 것이다』
극소수의 여성들이 그때에 『가능한 최고의 완덕으로써 복음의 교훈』을 따르려고 발원(發願) 했다.
그 모든 교훈들 가운데서 첫째가 『간단없이 기도하라』는 것이었다. 그것은 간단없이 일하라는 뜻도 되었다.
<데레사> 도모(道母)는 자기의 체험에서 배운 완덕의 길로 자기 딸들을 인도했다. 그의 용어가 실제적이었고 그의 목적은 구체적이었다.
즉 「신국」(神國)을 발견해서 정복하여 전인류안에 전파(傳播)하는 것이다. 자기들의 영광을 위해서가 아니라 전투하는 교회의 전위(前衛)가 되어 참을성을 잃어버린 고민하는 현세(現世)를 돕자는 것이었다. 봉쇄, 침묵, 관상이 『정밀한 일』의 만족한 성취를 위해 즉 모든 요덕(要德)의 치륜(齒輪)들이 이를 잘 맞추어 물고 돌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