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포] (63) 서울 聖心女中高(성심여중고)
거의 가족적 분위기
통역없이 英語訓話(영어훈화) 듣는 학생들
貴族學校(귀족학교)가 아닌데도
발행일1961-04-16 [제275호, 3면]
며칠전 기자는 서울 원효로(元曉路)에 있는 성심여중고를 방문하였다.
마침 입학기가 되어 재학생들은 봄방학을 하는지 통 눈에 띄우지 않는다.
동교 교장인 <데레사> 주(朱梅分) 수녀를 응접실에서 맞았다.
첫 말씀이 『뭐 보여드릴 것이 있으면 좋겠는데 아무것도 없어서 안됐습니다.』
또렷또렷한 유창한 한국말로 퍽 상냥하게 말씀하신다.
「로오마」에 본부를 둔 성심회(聖心會)에서 경영하는 여학교가 전세계에 모두 一백八十七개소나 된다고 한다.
지금으로부터 一백六十一년전 서기 一六○○년 <성녀 마리아·바라>께서 세우신 이 사업은 세월이 감에 따라 많은 발전을 거듭하여 왔다.
한국에는 一九五六년에 나와 一년 동안 터전을 닦고 一九五七년 四월 八일 개학식을 보았다.
금년도 입학생은 五十四명으로 지난 三월 十一일부터 十二일까지 양일간에 걸쳐 입학고사를 보았다한다.
현재 고등학교 二년생이 제일 상급생이며 주 수녀는 『제일 불쌍합니다. 언니들이 없어서…』하고 뭐 측은히 느끼고 있는 듯하다.
전교생이 一백二十二명으로 퍽 단출한 살림을 맡고 있는 주 수녀는 현건물을 「파리 외방전교회」 신부로부터 양도받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한국에 생긴지 얼마 되지 않으나 인식이 잘못되어 걱정이라고 한다.
『돈이 많이 없어도 입학할 수 있는데……월사금만 낼 형편이면 그만인데 항간에선 부자집 딸들만 들어가게 마련이라고』 빨리 이런 뜬소문이 해소되기만 바란다는 것이다.
교사(敎師)는 성심회 수녀 七명과 한국인 교사가 十六명이 있다한다.
주로 어학(語學)에 중점을 두고 가르치고 있는데 학생들이 요사이는 조회 때마다 성심회원장수녀가 영어로 말씀하시면 통역 없이도 모두 알아듣고 첫째 학생들의 발음이 정확하다고 한다.
그리고 학생수가 적은관계도 있겠지만 서로 친형제처럼 친하며 시비가 붙는 일이 드물다고 한다.
현재 쓰고 있는 건물의 건평은 五○○여평이며 교실이 六개이고 도서실 一개 특별교실 六개가 있다. 주 수녀는 계속 다음과 같이 말한다.
『한국에 나와서 여짓껏 많은 애로를 겪으왔으나 항상 천주께 기구하며 모든 일을 그분께 맡겨왔읍니다. 앞으로도 뜻 아닌 고통을 당하겠지만 또 도와주시리라 믿고 항상 그분께 기구할 따름입니다.』
조용조용히 기구하시는 듯이 말씀하시면서 미소를 지으신다.
햇볕이 따사로히 내려 비치는 오후의 이 고요한 시간을 주 수녀님과 기자는 교실들을 두루 살피면서 구경하였다.
미소짓는 주 수녀의 인사를 받으며 필자는 살포시 문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