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이젠 추위는 물러갔으니 굶지만 않으면 살겠읍니다.』고 먹지 못해 부은 얼굴로 물끄러이 바라보며 애걸한다.
겨울의 「불」난리, 여름의 「물 난리」보다 더욱 처절한 세궁민의 기약없는 보릿고개 아닌 굶주림이 오늘도 또한 생명을 앗아 갔는지 모른다.
이곳 대구 변두리에는 「데모」도 할 용기나 자격(?)이 없는 호적도 있는지 없는지 모르는 겨레들이 엄동설한 용서없이 불어치는 「가마니 집」에서 채 가시지 않은 영하의 냉기 속에 몇날 며칠 물구경도 못한 검은 얼굴 그대로 오돌오돌 떨고 있다.
얼마전 대구 신천동의 세궁민들은 먹을 것을 달라고 대구시청에 모여들어 애걸했고 시와 도당국은 곧 대구시내 三개 하천에서 자갈 채집을 시켜 댓가로 보리쌀과 밀가루 몇되씩을 나누어 주었다.
이곳 삼덕동본당 주임도 밀가루 六○포대로 우선 도왔다.
그러나 이 구호대상에도 포함될 자격이 없는 더 가난한 사람들이 같은 신천(新川) 냇가 하상(河床) 위에 五○여 세대가 있다.
반(班)에 등록조차 못한 형편의 이들은 장마철이 들기 전까지의 기한부(?)로 냇가 모래위에 혹은 다릿목에 가마니로 둘러 싸서 우선 비를 피하고 사람의 눈을 가리고 있다.
五○이 넘은 이가 三○ 미만의 불구의 부인과 혹은 六○ 노인이 四·五○의 노파와 같이 불구이면서 하루가 아니고 다음 한끼를 걱정하며 정녕 죽을날을 기다리기만 하는 것 같다.
사랑이 무엇이며 행복이 무엇인지 알 겨를이 없는 불구의 군상(群像)들은 먼지 속의 종이를 주어 모아 판 돈으로 끼니를 잇는다. 흙이랑 먼지를 깨끗이 털고 다듬은 한관(一貫) 종이로 九○환을 받아 우동을 사서 그것이나마 둘이서 나누워 먹는다.
그것조차 줍지 못하는 날은 빈 지개나 광주리를 걸머진채 이집 저집 다니며 얻어 모은 밥과 「꿀꾸리」죽을 잿더미서 주서모은 탄지꺼기로 데워 생명을 잇는다고.
『다릿목의 어떤 약방 아저씨가 찾아와서 고맙게도 병에 신음하던 집사람을 낫게 해주시고 또 아프면 데리고 오라고 하십니다.』 연거푸 절을 한다.
『어디 일할 자리만 있으면』한다.
썰매 타러나온 동리 아이는 무표정하게 젖은 발을 부서럭지 불위에서 말리기만 하고 있다.
경북도지사가 시찰을 했다지만 이곳은 들리지 않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