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빌라의 美人傳(미인전) (18)
발행일1961-02-12 [제266호, 4면]
<데레사>는 있는 힘을 다하여 새 수녀원을 창립하라는 천주의 명령을 받은 이래 팔을 걷어 붙이고 나서부터 그의 생활이 관상적과 마찬가지로 행동적이 되었다. 그가 『지존』(至尊)이라고 불려 모시는 천주께서는 가장 강경하신 그의 작전 지휘관이 되셨다. 그 어른의 지시는 먼저 계획을 세워 고해신부에게 제출하여 반대를 말도록 청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의 여성적 본능이 잠시 뒷걸음질 쳤다. 그는 시간의 여유를 가지고 싶었고 자기와 뜻이 맞는 자매들끼리만 모여서 순전히 기도에만 헌신하기 위해 응접실도 살창도 필요없는 가난한 집을 마련하여 일체의 지상적(地上的)인 사물에서 해탈하여 자기들의 정성을 오로지 『신랑님』께만 바칠 수 있는 새로운 수도생활의 꿈을 좀더 계속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 꿈의 실현을 위해 가지가지의 난관이 내다 보일때 그는 불평을 여쭈었다.
『주여 그런일은 저에게는 너무도 과중합니다!』
지존의 명령은 강경하였고 그의 불평은 더욱 심했다.
『주여, 다른 사람들이 특히 신학자들이 당신께서 그들에게 말씀만 주시면 당신께서 청하시는 일을 저와같이 무가치한 인물이 할 수 있는 이상으로 더 잘할 남자들이 있지 않습니까?』
오주께서 심정이 쓰라리시는 어조로 대답하셨다.
『남자들과 신학자들은 나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 터이니까 그들에게 버림을 받은 나는 비천하고 겸손한 여성들에게 내가 바라는 바를 일러주고 그들의 동반안에 안식을 구하려고 걸인처럼 왔노라……』
그 거룩한 애련지정(哀憐之情)이 <데레사>의 상상(想像)에 호소했다.
『이 수녀원은 <요셉> 성인에게 봉헌되리라. <요셉> 성인이 한문을 지키면 다른 문은 성모님이 지키리라………』 그 어른께서는 그에게 조리정연(條理整然)하게 타이르시는 것이었다.
『만일 그러한 집이 수도생활을 위한 것이 아니라면 이세상이 어떻게 될 것인고?』
그 말씀이 끝나자 그는 기뻐서 망연자실(茫然自失)했으나 막상 이 멧세지를 <알바레쓰> 신부에게 전하려니 입에서 나오는 말로 하기가 싫었다.
그의 설복력(說伏力)있는 편지 솜씨도 그 무서운 남자의 동의를 얻지 못했다. <알바레쓰>의 답장은 새 수녀원 창립을 「갈멜회」 관구장 <그레고리오 훼르난데쓰> 신부에게 진정하라는 권고였다.
일개의 무명(無名) 수녀 보다는 사회적으로 유력한 귀족부인의 청탁이 더 힘있을 것이라 <기오마르> 부인이 대신으로 청했다. 과연 十三명 이상을 수용말라는 조건부로 정식 허가가 내렸다. 너무도 좋은 소식이었으나 그 소문이 마치 폭탄처럼 「아빌라」 성내에 터졌다. <데레사>가 자기의 현상목도가 몇몇 거룩한 인사들에게 입증(立證)되더니 이제 자기 「회」를 혁명하려고 든다! 그 연약한 여자들이 어떻게 「사막의 조사」들과 맞서는 고행을 실천할 수 있을까? 모두들 비웃었고 심지어 화를 내는 사람도 있었다.
『그 수녀가 미쳤구나!』
『왜 세상이 자기를 잊어버리게 하려고는 아니하고? 「강신」수녀원 안에 가만히 들어있질 못하고?』
<기오마르> 부인만은 번번히 그의 편을 들었으나 「아빌라」의 사회는 찬성과 반대로 갈라져 옥신각신했다. 「강신」수녀원 자체에서는 일이 더 괴악했다. 「완율」(緩律)로 허락된 안일(安逸)을 누릴 수 있는 수도원에서는 원시적 엄격한 청규(淸規)로 되돌아감을 딱하게 생각했다.
『<데레사>가 우리를 사랑하는줄 알았더니! 자기가 二十여년이나 살던 이 집에 대한 애착심은 커녕 딴 수녀원을 창립하련다니? 만일 그가 돈과 재원(財源)을 얻을만한 지위에 있다면 왜 자기 자매들인 우리에게 안주노? 우리는 먹을 것을 넉넉히 살 돈이 없는데!』
『그가 거룩한체 하는 것이 아무 이유도 없어요. 그게 다 우리를 모욕하는 거야! 자기 보다 더 거룩한 사람들이 「완율」을 지키지 않았던가?』
『감방(監房)이란 저 따위 반역자를 두고 마련된 것이야!』
<데레사>는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남들이 자기를 치켜 올리거나 깎아 내리거나 그는 아무런 관심도 없었다. 자기가 떠 맡아야 할 지치는 수고와 꼭 필요한 돈도 걱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돈만은 그에게 한푼도 없었다. 그에게는 다만 범인을 초월하는 용기가 있었다. 그러나 자기에게 남들이 하는 말을 무시하는 태도를 아니보이려고 일반적 노감(怒感)을 느끼는체 했다. 천상적인 계략이었다!
하루는 <데레사>가 어떠한 계시(啓示)를 받고 그러한 모험을 감행하련다는 풍설을 듣고 걱정이 된 선의(善意)의 인사들이 응접실에서 그를 얼른 나오라고 불렀다.
『경계하세요! 시절이 하도 무서우니! 사람들이 당신을 종교재판소에 고소하겠다고들 말하고 있읍니다!』
겁을 잔뜩 집어먹은 그들의 속사기는 말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그들의 당황하는 표정과 몸짓에 <데레사>는 터지는 웃음을 도저히 참을수가 없었다. 그것은 자기를 반대하는 사람들의 면전에서 크게 웃었던 단 한번의 경우였다.
『여러분이 저를 웃기십니다. 저는 종교재판관들을 두려워해본 적이 없어요. 신덕에 관한 일을 위해서 성교회 전례의 가장 사소한 부분을 위해서 여러분이 곧잘 인용하시는 어느 대문이라도 성경의 진리를 위해서 저는 천번이라도 고쳐죽겠읍니다. 안심들 하시지오. 만일 그 전부 가운데 제가 종교재판관들을 무서워할 꺼리가 있다면 저의 영혼이 아주 나쁜 상태에 있을 것입니다. 만일 제가 사실상 무슨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면 저자신이 종교재판관들에게로 막바로 가겠읍니다. 그러나 누가 허위 사실로 저를 고소한다면 오주께서 저를 구하실 것이며 그것이 저에게 큰 이익이 될 것입니다』
침착한 그의 음성은 평소보다 조금도 낮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