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빌라의 美人傳(미인전) (28) 관상생활과 자기포기
발행일1961-04-23 [제276호, 4면]
째진 소리가 나는 작은 종이 울릴 때는 사방은 아직 어두었다. 아침 다섯시 十자성호를 긋고 일어난 「성 요셉」 수녀원장 도모는 문득 귀를 기울였다. 자기 수녀원이 잠속에서 깨어나는 소리가 들린다. 한 소리가 침묵을 뚫는다. 『예수 그리스도를 찬양하사이다! 자매들이어 기도하사이다! 주를 찬양하사이다- 아- 아-!』 단숨에 나오는 젊고 높은 목청의 맞지막으로 멸리는 소리가 단 음정(音程)으로 길게 내 뽑는다. <이사벨 데 산 도밍고>다.
잠간 사이를 띠우고 또 하나의 다른 소리 『예수를 찬양하사이다…』 중년 부인의 목이 약간 쉰 음성이나 보다 엄숙한 목청이다. <우르술라 데 로스 산토스>다.
두 소리가 봉쇄의 먼끝으로부터 동시에 협화음으로 떨려 나온다.
『……자매들이어 기도하사이다……』
동이 트는 빛 가운데 수방(修房) 문이 열리고 자기 딸들이 무릎을 꿇면서 그날이 시작되는 광경을 그는 상상으로 볼 수 있었다. 가지마다 총총이 새집들이 얹히고 그 보금자리 마다 노래하는 새들이 있는 한 그루의 나무로부터와 같이 천주께로 올라가는 「갈멜」의 노래를 그날 그날이 시작될 때마다 듣는 것은 그에게 커다란 기쁨이였다. 이것이 그가 언제나 맨나중에 나타나는 이유인 것이다. 그 「선족 갈멜」 회원들과 그들의 도모가 거친 옷자락을 무겁게 스치는 소리와 더불어 자기들의 성당으로 걸어갈 때는 가운뎃 뜰위의 하늘이 푸르지마는 젖 빛으로 희미하게 물들고 있었다.
심도, 一시과 · 三시과 六시과, 九시과 · 이어서 미사, 아홉시 쯤 조반을 마치고 수녀마다 자기가 맡은 노동을 시작한다. 특별한 공무(公務)가 없는 수녀들은 각자의 수방에서 마룻바닥에 앉아 혼자 침묵 가운데 자기 밥벌이로 물레를 잤는다. 일하는 동안 『너의 눈을 너의 「신랑님」께 주라』는 것이었다.
『네가 먹을 것을 말라고 할 곳은 바로 그 어른이시다. ……먹을 걱정을랑 죄다 한쪽으로 제쳐 놓아라. 안그러면 죄다 잃어버릴거다. 이런 걱정은 재원과 그 재원의 소유자들 양편의 주인이신 그 어른께 맡겨라. 우리는 그 어른의 명령으로 여기 와있고 그 어른의 말씀이 정말이니까 그 말씀이 우리를 버리기 전에 천지가 먼저 없어질 것이다… 세속이 말하는 것을 내가 믿었던 때도 있었지만 이제 나는 그 모든 것이 마른 풀잎보다 더 가치가 없는걸 똑똑히 보고있다……』
식사종을 치기 전에 잠시 동안 자기인식을 깊게하고 양심을 성찰(省察)한다. 묵묵히 식사하는 중에 한 수녀가 큰 소리로 성경을 낭독한다. 그가 쓴 검은 베일은 창 넘어 비낀 「아빌라」의 푸른하늘과 대조를 이룬다. 흰 빛은 벽과 머릿보들, 거기다 갈색의 수도복과 목기(木器).
방바닥에 깐 벽돌과 지붕의 개와는 붉은빛이며 몇개의 푸른 사기(沙器)와 푸른하늘. 이 「갈멜」 안에서 볼 수 있는 빛갈이라고는 그뿐이었으나 이 모든 빛갈 위에 「스페인」의 태양이 있었다. 달걀이 한개밖에 없을 때는 가장 몸이 약한 사람을 위해 남겨두고 서로 사양했다. 아무것도 없고 주머니가 비었을 때도 역시 <예수의 데레사> 도모는 자기딸들을 식탁으로 불러다가 줄임을 잊을만큼 아름다운 말로 천주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들은 독처를 하고 침묵을 하고 육신과 육신의 요구를 무시하나 어린애들처럼 명랑했고 겸손하나 자기들 영혼의 존엄성을 의식했다. 복종하나 영성적인 일에만 그러했다. 사랑에 빠졌으나 오직 그리스도와 더불어였다. 그들은 만사를 버렸으나 이세상의 여왕들이었다. 『세사(世事)에 걱정 없는 자가 만사의 지배자』라는 것이 <데레사>가 자기 딸들에게 세워준 정의(正義)였다.
『이 집이 비록 땅위에 있어도 한 천당이야. …… 천주경을 잘 염해요. 천주께서 아니계시는 데가 없는줄 다 알지 왕이 계시는 곳이 곧 대궐이 아닌가. 얼른 말하면 천주께서 계시는 곳이 천당이니까 지존게서 계시는 곳에 모든 영광이 있다는 걸로 너희들도 승인하겠지. <아오스딩> 성인은 그 어른을 찾아 오만데를 다 헤메다가 결국 자기 자신 안에서 그 어른을 찾았더란다. 이런 사실을 알려고 자기 마음을 열어 영원하신 천주께 이야기하면서 그 어른의 임재를 누리기 위해 천당에까지 갈 필요가 없는 걸 알고 자기 소리를 높일 필요조차 없는걸 알고 싶은 영온에게 이 말이 그리 중요하지 아니한 줄 생각들 하는가?
그 영혼이 그 어론을 찾아가는데 날개가 피료없고 필요한 것 전부가 자기홀로 자기자신 안에 예시는 그 어른을 관상하는 일이야……』
그 집이 천당이었을뿐 아니라. 「갈멜」회원마다 자기의 천당을 자기 자신 안에 지니고 있었다.
<우르술라 로스 산토스>는 나이가 四十이 넘었고 일찌기 살림사리의 주부로서 자기자신이 식구들을 거두는 책임자였던 만큼 순명을 완전히 배우기에는 늦었으나 원장 도모의 암시(暗示)대로 건강한 몸으로 병상(病床)에 누어 필요없는 사혈(瀉血)까지 순순히 받았다.
자기 상속재산을 기부하겠다던 <마리아 오칼포>가 一五六三년 「성 요왕」 축일에 자기의 몸마저 바쳐 입도(入道)하여 전에 입던 호화로운 옷을 뜯어 제대 장식에 바쳤고 그 재산으로 수녀원의 빚을 갚고도 남아 과수원 안에 독처하여 관상하는 암자(庵子)를 서너군데 지었다. <마리아 바우티스타>라는 도명(道名)으로 허영심을 완전히 극복한 그는 원장 도모가 그에게 썩은 물오이를 심으라고 명령했을 때 그저 『세울까요? 눕힐까요?』라고 물었을 정도로 순명했다. 그러나 순명이 절대로 상식을 덜지않았다. 우물 파기(堀井師)들이 더 깊이 파보았자 돈만 낭비할 뿐이라고 했을 때 원장 도모가 그의 의견을 묻자 그는 천연히 말했다.
『더 파보시라시지요. 오주께서 틀림없이 우리한테 물을 마련할 사람을 보내셨읍니다…… 여기다가 우리 식수를 주시기야 지존께서는 더 하시기 쉬우신 일이고 그러시기를 잊지 않으실 겁니다. 』
그의 말대로 맑은 물이 솟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