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빌라의 美人傳(미인전) (14) 갈피를 잡을 수 없는 고명(告明)
발행일1961-01-15 [제262호, 4면]
하루는 「강신」 수녀원 응접실에 호화롭게 차린 한 신사가 <데레사>를 찾아왔다. <키뇨네스>라는 귀족이었다. 정중한 태도로 공손히 절을 하더니 한참동안 묵묵히 서있다가 무거운 어조(語調)로 입을 열었다.
『<十자가의 막다리나>를 잊지마세요. 그 수녀를 온 「스페인」이 성녀라고 생각했더니 알고보니 마귀의 종이었읍니다』 <데레사>는 새파랗게 질려 머리를 숙이고 지극히 겸손한 음성으로 대답했다.
『예, 제가 그 사람을 생각할 때 떨리지 않을때가 있읍니다.』
<키뇨네스>는 그날부터 <데레사>의 변호자로 변하여 『저러한 겸손이 어찌 마귀의 종에게 발견될까보냐?』라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그후 「성 베드루」 축일에 그가 기도중 그리스도께서 자기에게 가까이 계심을 느꼈다. 육안(肉眼)으로도 심안(心眼)으로도 뵈옵는 것이 아니었으나 그리스도께서 거기 계셔서 자기더러 말을 하심이 확실했다. 그러한 종류의 현신(顯身)을 원래 몰랐기 때문에 그는 처음에 두려워 우는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몇 마디 말씀만 들어도 안도와 평화와 행복을 느끼고 두려움이 가셨다. 그런후로 오주께서 항상 가까이 계심을 느꼈다. 그러나 고해소에 가서 무슨 대죄나 지은듯이 두려워 그 엄청난 사실을 고백하려니 말이 막혔다.
『신부님 오주께서 항상 저의 곁에 함께 계십니다.』
침묵이 계속되다가 훌적거리는 소리가 <알바레스> 신부의 귀에 들렸다. 거짓말은 아니겠지마는 아마 환상(幻想)의 희생이거나 마귀의 올가미에 걸린 것이 아닐까? 고해신부는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시침을 때고 조용히 물었다.
『어떻게 그 어른을 뵈옵는가?』
『신부님, 저는 그 어른을 뵈옵는 것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그게 그리스도인줄 어떻게 아나?』
『저는 어떻게 아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그리스도이심을 압니다.』
불가해(不可解)한 것 같은 일을 상대방에게 이해시키려고 애를 쓰면서 비교할만한 일을 생각해 보았으나 이 유상(有相)의 세계에는 그런 것을 하나도 찾을 수 없었다.
『아마 캄캄한 어둠 속에서 우리 곁에 사람이 있는 것을 아는 것과 같은 모양으로 그리스도께서 거기 계신다고나 말할는지요. 그와 비슷합니다. 그러나 아주 같지는 않아요. 그것은 태양빛보다 더 명백한 알림으로서 영혼에게 전달되는 한 토막의 소식과 더 근사합니다. 우리가 태양이나 혹은 어떠한 광휘(光輝)를 보지 않을 때 우리가 그것이 광명임을 깨닫지 않으면서도 그 광명이 우리 이해력(理解力)을 밝혀 우리 영혼이 이 위대한 복을 즐겨누릴 생각이 나도록 합니다.』
『광명이 아닌 광명이라니………』
『그렇습니다. 그 광휘(光輝)는 눈이 부시지 않으니까요. 그것은 태양도 비교하면 침침하게 보일만큼 지상적인 광명과는 판이(判異)한 부드러운 흰 작열광(灼熱光)입니다.』
『눈이 부시지 않게 눈 부시다고 이제 말했지……… 그게 예수 그리스도라고 누가 일러주던가?』
그 신부의 음성이 무뚝뚝하게 변했다.
『그 어른께서 친히 그렇게 일러 주십니다. 그러나 그 어른께서 저에게 그렇게 일러주시기 전에 저의 이해력이 그것을 이미 알고 있읍니다.』
『평안히 가오. 그러나 조심해요…… 삼가해요……경계해요……….』
이제 간단 없이 오주의 임재(臨在) 안에 생활하는 <데레사>의 확신이 주의하라는 신부의 꾸지람으로 덜어질 수 없었고 그는 잠자는 동안이라도 기도가 그치지 않는 상태에 있었다.
하루는 그리스도께서 사람의 힘으로 묘사할 수 없을만큼 이상하게도 아름다우신 당신 손을 그에게 보이셨다. 이번에도 그는 또 두려웠다. 새로운 은총이 내릴 때마다 그는 무서웠으나 복음성경도 종도들의 두려움으로 충만하지 않은가!
얼마후에 오주께서 당신 얼굴을 보이시고 마침내 「성 바오로」 축일에 아름다우시고 존엄하신 당신 인성(人性) 전체를 보이셨다. 천상의 「신랑(新郞)님」 편에서 당신 본체를 그와같이 점진적으로 보이시는 동안 그의 두려움이 완전히 가셨다. 이제 그는 그 어른의 눈빛과 체격을 말할 수 있을 만큼 더 자세히 뵈옵고 싶었으나 더 가까이 뵈옵고자 애를 쓸때마다 그 어른께서는 번번히 사라지셨다.
현신을 거듭 목도하는 동안 이제부터는 죽음 안에서만 생명을 발견할 수 있으리라고 느낄만큼 불타는 천주의 사랑이 그의 안에 점점 커지면서 그의 것은 아무것도 그를 만족시키는 것이 없었다.
그는 다리가 처들리는 것 같았고 또 자기 영혼이 자기 몸에서 떨어져 나가는 것 같았읍니다. 자기 영혼이 다시는 생명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을만큼 달가운 죽음으로 그 어른의 사랑의 힘이 그를 압도했다.
마지막 은총은 「강신」수녀원과 <기오마르> 부인댁 두곳에서 여러번 받은 관자영상(貫刺靈像=Transverberation)이었다.
어느날 밤에 젊은 수녀 <아나 구티에레쓰>가 <데레사>의 수방에서 갑자기 지르는 소리와 아파 못견디는 신음 소리를 들고 혼겁하여 단숨에 칭칭대를 뛰어 내려가 노크도 할새 없이 문을 열고 들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