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빌라의 美人傳(미인전) (15) 천주이신가? 마귀인가?
발행일1961-01-22 [제263호, 4면]
보니 <데레사>가 쿳숀위에 앉아 침대에 몸을 기댄채 정신을 잃었다. 그의 「관자영상」이 완전히 나았을때 <아나>가 『언니도 참. 사람을 그렇게 놀라게 하시다니』라고 소리를 높였다. 그의 얼굴에는 아직도 탈혼의 광채가 남아있었다. 서서히 주위에 있는 이세상의 의식을 회복한 그는 대답했다.
『내가 자네를 놀라게 했어? 이 사람아, 내가 본것을 자네가 보았던들!……』
「케루빔」 천사에 틀림없는 작은 천사가 그 촉끝에서 불꽃이 타오르는 황금의 창을 들고와서 자기 심장을 여러번 찌르더라는 것이다. 그 창을 빼니 자기 몸은 천주의 강렬한 사랑이 불붙고 창끝에 자기 심장이 묻어나왔다. 그때 고통이 하도 날카로워 신음을 했으나 그 굉장한 고통이 어떻게 기분이 좋던지 그 고통이 떠나기를 원치않았다. <데레사>는 자기영혼이 천주 외에는 아무것도 만족할 수 없다고 말하였다.
『그것은 비록 육체가 상당한 부분을 차지할지라도 육체적 고통이 아니라 영성적 고통이다. 그것이 나의 영혼과 천주 사이에 교환되는 인사인데…… 내가 사실을 말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누구라도 그 맛을 보여주십소사고 천주께 간구할만큼 달가운…』 피조물의 사랑이 창조주의 사랑과 만날적에 일어나는 거룩한 섬광(閃光)이었다. 영적관통자상(靈的 貫通刺傷)을 받은 그는 망연자실(茫然自失)하여 아무것도 보기도 듣기도 싫었다. 다만 어떠한 피조(被造)된 사물 보다 위대한 영광인 자기만의 고통과 함께 혼자있고 싶었다.
그는 몸에서 대단한 열이 난다고 불평을 하면서 어떻게 하면 좀 시원할까 생각한 끝에 <아나>에게 자기 머리를 잘라달라고 청했다. 가위질을 하면서 『그 천상적인 향기』에 놀라는 <아나>를 그가 나무랬다.
『이것은 내명령이니 자네가 쓸데없는 생각을 말고 머리털을 쓰레기와 함께 버리게!』
이때부터 초자연적 방문이 공중의 앞에서도 일어났다. 하루는 영성체한 후에 여러 미사 참례자들의 눈앞에서 그의 육신이 두세 뼘이나 땅바닥으로부터 떨어져 공중에 떠있었다. 그럴때 그는 남들 앞에서 안그렇게 보이려고 성체난간을 붙들기도 하고 땅바닥에 드러눕기도 해보았으나 아무 소용이 없었다. 자기 발바닥 밑에서 느껴지는 어떠한 힘이 그를 떠받쳐 마치 힘센 독수리에게 붙잡혀 공중으로 솟는 것 같이 도저히 저항할 수가 없었다.
그런 초자연적 표명은 본 사람들이 소문을 퍼뜨리고 돌아다니는 동안 <데레사>는 여러날 동안 슬픔에 잠겨 그저 독처만이 소원이었다. 「발라돌리드」에서 「톨레도」에서 「세빌랴」에서 종교재판의 불꽃이 그와 한 종류인 광신자(狂信者)들을 위해서 타오르고 있었던 것을 <데레사>도 잘 알고 있었다. 「강신」수녀원의 一백八十의 입 가운데서는 『성녀』라는 말도 나왔지마는 세인(世人)들의 대부분은 사기나 가장이나 안그러면 신들렸다고 의심했다. 그는 자기 몸을 공중 앞에 나타내기 보다는 『산채로 파묻히고』 싶었고 어느 다른 수녀원으로 옮아가서 가장 천한 노동을 하는 평수녀가 되어 이세상에서 아주 잊혀지고 싶었다. 그러나 <알바레스> 신부가 동의하지 않았다. 그 신부는 <토마스 아퀴나스>를 포함한 모든 성인 신학자들이 지은 신비생활과 표명에 관한 참고서를 산떠미같이 쌓아놓고 열심히 연구했으나 자기 자신이 그런 체험이 없었으니 <데레사>의 좋은 신덕에는 문제 없었으나 그의 현상목도(顯相目睹)의 이야기는 딱 질색이었다. 거기다가 남들이 <데레사>를 밎지말라고 권하니 그 신부는 「강신」수녀원에서나 「아빌라」의 성 내에서나 오직 한가지로 들리는 『<데레사> 수녀의 현상목도는 마귀의 작난이야!』라는 말을 강경하게 부인할 용기가 없었다. 그러나 <데레사>의 외양은 언제나 마찬가지로 환하고 건건하였다.
한번은 마귀가 시커멓게 흉한 모양으로 그에게 나타났으나 그는 겁을 내지 않았고 오히려 놈을 조롱할만한 용기가 있었다. 그런데 하루는 <곤쌀로데 아란다>라는 신부이 착상(着想)으로 <데레사> 사건 조사위원회원들이 「강신」수녀원으로 몰려가서 <데레사>에게 명령을 내렸다.
『당신이 오주라고 생각하는 것을 보거든 두손으로 十자가상을 들고 손가락으로 뿔을 만들어 그놈에게 보이시오… 그게 마귀니 그렇게 하면 붙잡을 것입니다.』
<데레사>는 뒤로 벌덕 자바졌다. 천주께 향하여 뿔을 만들어 보이라니? 평소보다 어 존엄하시고 아름다우시게 현상(現想)하셨을때 그는 겸손히 이유를 설명하면서 그 어른께 뿔을 만들어 보였더니 그 어른께서
『딸아, 네가 순명함이 옳은 일을 행하는 것이다.』라고 말씀하시고 그 고상을 낙원의 보석으로 반짝거리게 변해주셨다.
그러나 그의 지도자들이 그에게 심도를 실천하지 말라고 명령했다고 엿주었더니 오주께서 화를 내시고
『그것은 폭군적(暴君的)이라고 내가 말하더라고 그들에게 일러라.』라고 분부하셨다. 오주께서 새 은총을 주시려고 먼저 이 시련을 주신 것이었다.
그의 지도신부는 그를 「산힐」신학교로 보내어 베일을 벗고 총고해를 바치라고 명령했으나 중얼거리지 않았다. 영성체가 금지되었고 독처도 금지되었다. 그런 금지에 관한 자기의견까지 금지되었다. 그래도 그는 불평이 없었다. 무뚝뚝하고 변통이 없고 고행만이 제일인줄 아는 그 신부였으나 <데레사>의 순명에는 감탄아니할 수 없었다.
『그 수녀는 어린아이와 같이 순명합니다.』 「강신」수녀원의 수녀들이 점점 더 못되게 구러 그 『신들린 수녀』가 어찌하고 있는가 가만히 소리없이 가서 얼른 들여다 볼때마다 그는 제대에 꽃을 배치하거나 빗자루를 들고 있거나 구석구석의 몬지를 터느라고 야단중이었다. (헌신(獻身)을 현상(顯相)이라고 訂正-筆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