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복음성경을 따라 예수께서 어떤날 저녁때에 당신을 따르는 허다한 무리를 떠나 「제네사렛」 호수(湖水) 저편 언덕으로 가시기 위해서 제자들과 함께 배에 오르셨읍니다. 배가 육지에서 얼마쯤 떨어진 후에 갑자기 심한 폭풍이 일어났읍니다. 하루 종일 백성들 앞에서 전교하신 예수께서는 피곤한 몸을 이기지 못하여 깊이 잠들고 있었읍니다. 조그마한 배가 심한 물결에 거의 묻치려 할 즈음에 같이 배에 타고 있던 제자들은 겁이 나서 주무시는 예수를 깨우며 부르짓기를 「주여 우리를 구하소서 죽겠나이다. 왜 우리를 돌보지 않으시나이까 우리를 도와주소서』하였읍니다. 예수께서 이 말을 들으시고 『신덕이 적은 자들아 어찌하야 겁내느냐』하시고 일어나사 바람과 바다를 보시고 명하시니 안온하게 가라앉았읍니다. 예수께서는 종도들의 신덕이 부족하다고 책망하십니다. 이미 같이 다니시면서 여러가지 영적을 뵈어 주었거늘 아직도 믿지 못하느냐고 하실 것입니다. 예수께서는 당신께 대한 절대적 신덕을 요구하십니다.
예수께서 무슨 영적을 행하실 때에는 반드시 굳은 절대적 신덕을 전제조건으로 두셨읍니다. 지난 주일 성경 말씀과 같이 예수께서 나창병자를 고쳐주실 때에도 그 병자의 신덕 때문에 고쳐주셨읍니다. 또 저 백인대장의 신덕을 보시고 그 종을 낫게 하시고 백인대장의 신덕을 칭찬까지 하셨읍니다. 그러나 우리도 이와같은 견고한 마음으로 신앙생활을 하고 있읍니다.
현대에 와서 우리는 외적 풍파로 또 내적 풍파로 많은 시련을 당하고 있읍니다. 한국의 현 시국을 살펴보면 붉은 사상이 반도강산의 절반을 지배하고 있을뿐 아니라 방방곡곡에서 인민을 기만하고 있는 터입니다. 그들은 종교를 제일 적대시하고 벌써 북한에서 수많은 희생자를 내었읍니다. 그러나 이 주의 사상은 지역적으로 북한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고 남한 각처에도 잠복하고 있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현대 철학의 영향을 받은 한국의 학계는 천주의 존재를 부인하고 현세주의사상을 널리 전하고 있고 또 부패한 외래사상을 정확한 판단없이 받아들임으로써 윤리도덕상인 문제외에 한국의 고유한 미풍양속을 어지럽히고 있읍니다.
이상 말씀드린 것은 분명히 우리 가톨릭이 당하고 있는 외적 풍파입니다. 각각 마음속으로 물어보고 내신덕이 흔들리면 죽은 신앙이오 흔들리지 않으면 다행한 일입니다. 이제 내적 풍파를 살펴봅시다. 나 개인은 세속에 깊은 잠속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온갖 사욕에 사로잡혀 있지 않습니까. 세속 영화 속에서 단꿈을 꾸고 있다면 이것은 내 구령을 위협하는 풍파입니다. 대수롭지 않은 감정에 노예가 되어 이성을 잃고 가정을 파괴하고 자신을 불행속으로 이끄는 결과는 말로가 비참합니다. 또 물질이면 만사가 다 해결된다고 생각해서 불법을 자행하여 천주께 인사의 기구와 감사의 기구를 읻어버리고 천주의 계명을 밥먹듯이 하는 교우들의 신세는 저 망망대해에 자신을 던저 몸을 망치는 것입니다.
우리 인생의 길은 항상 풍파 없는 잔잔한 물위에 둥실 떠가는 항로가 아닙니다. 내외로 당하는 모든 풍파는 다 우리를 더 높은 지위로 더 복된 자리로 올려놓을 목표에 대한 한가지 시련이므로 겁을 내지말고 굳굳히 모진 풍파와 싸와 이겨나가도록 용감한 마음을 가집시다.
李鍾淳 신부(서울 明洞성당 보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