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빌라의 美人傳(미인전) (16) 우울(憂鬱)하신 성인네들!
발행일1961-01-29 [제264호, 4면]
「카스틸랴」의 八월이라면 따가울만큼 한창 더운 계절이라. 「시에스타」(낮잠자는 시간) 동안에는 거리에 행인은 커녕 개 한마리도 얼신거리지 않았다. 바로 이러한 무렵에 눈아래까지 두건(頭巾)을 깊이 내려쓰고 갈색 누더기 수도복을 입은 늙은수사 하나가 「아빌라」를 향하여 맨발로 걸어가고 있었다. 마침 그때 촌에서 시내로 나귀를 몰고가는 아이놈 하나가 땅만을 내려다 보면서 천천히 걷고 있는 그 수사를 만났다.
『여보시오 수사님! 걸어가지 마시고 내 나귀를 타시오!』
그 수사는 걷떠보지도 않고
『그대는 평안할지어다!』라는 강복 한마디를 중얼거리고 본체 만체 규칙적인 발거름을 딛어 갈 따름이다. 그 아이놈이 가까이 가서 숙이고 가는 그 수사의 얼굴을 들여다보니 양볼이 움퍽 들어가고 수염이 허옇고 시커멓게 타고 주릅잡힌 손발이 고목이 뿌리처럼 울룩불룩하였으나 그 인자한 눈초리가 곧 웃을 것 같았다.
『아! <페드로> 수사님이다!』
그가 누구인지 알아차린 그 아이놈은 신이나서 나귀의 배때기를 맨발로 차면서 성내로 내려갔다.
『<페드로> 수사님이 저기 오십니다! 「아빌라」로 들어오십니다. 「알칸타라」의 <페드로> 수사님이! 성인 수사님이!』
그 놈은 만나는 사람마다 이렇게 웨쳤다.
그 수사는 「맥시코」의 정복자(征服者) <에르난 코르테스>의 문중(門中)에 태어나 十九세때에 「프란치스칸」의 수도복을 입은 이래 「가난 부인」(淸貧夫人)에 향한 <프란치스코> 성인의 사랑을 몸소 실천해 왔다. 그도 역시 자기 「회」를 원래의 복음적으로 엄격한 실천으로 돌이키려는 개혁운동을 하고 싶었으나 마침내 자기자신의 개혁에 그쳤던 것이다. 그의 성덕을 존경하는 「아빌라」 사람들 가운데는 그의 친지가 많았다. 그는 「로리아나」의 영주(領主)인 <후안 베라쓰케쓰> 저택이 빈객이 되었다. 가까이 사는 <기오마르> 부인이 소문을 듣고 당장에 「강신」수녀원으로 달려가서 <데레사>의 외출허가를 청해 다려내왔다.
「알칸타라」의 <페드로> 수사는 신학이나 신비주의 연구가 아니라 자기 체험을 통하여 <데레사>를 즉시 이해할 수 있었다.
『이 사람아! 다시는 더 걱정하지 마오. 천주께 감사하며 모든 일이 바로 천주의 영(靈)이심을 확신하고 안심하오. 신덕 자체 이외에는 그대가 안심하고 믿을 수 있는 일 가운데 그보다 더 확실한 일이 아무것도 없소…』
<페드로> 수사는 <데레사>의 방문을 친절히 맞었을뿐 아니라 『천주께서 은총을 아낌없이 내리시는 사람을 만나 가장 큰 위안을 받었읍니다. 그 수녀가 눈 앞에 있는 것이 큰 위안이었읍니다. 이 수녀가 가장 큰 시련을 받았고 착한 인사들의 반대를 받은 것이 나는 퍽 섭섭합니다.』라고 공공연히 선언한 이래 「아빌라」의 시끄러운 소문이 숙졌다.
<페드로> 수사는 또 <알바레스> 신부와 <다싸> - <아란다>의 추종자들 그리고 『거룩한 신사』에게 가서도 자기 의견을 말했다.
『성경과 성교회가 우리에게 믿을라고 명하는 일체를 따라 이 여인이 목도하는 일의 초자연적 근원 보다 더 확실한 것이 아무것도 없읍니다. 』
그러나 <살세도>만은 감히 터놓고 항의는 못했으나 속으로는 납득이 가지 않았다.
「보르지아」의 <프란치스코>의 인가(印可)도 <데레사>를 잠시동안 밖에는 보호하지 못했는데 「알칸타라」의 <페드로>의 증언(證言)이 얼마만큼 효과가 있었던가? 그가 「아빌라」 사람들의 호감을 산 것은 결국 그의 순명과 겸손이었고 그 자신도 『연약한 여인』은 환상의 희생이 되기 쉬운 것을 승인하고 항상 유식한 학자들의 판단에 자기자신을 전적으로 맡겼던 것이다. 그러는 동안에 그는 자기 감정을 분석하고 자기 양심을 성찰하고 자기 자신에 관한 지식을 깊이하고 규정할 수 없는 것을 규정하고 표현할 수 없는 것을 표현하는 능력이 양성되어 그의 현실적인 _자고에 정확성과 설복력과, 표현력이 보태졌다.
이제 그는 모든 시련을 능히 감당했고 가지가지의 은총을 받고 있는 四十五세의 한창 성숙한 여인으로서 자기망각(自己忘却), 해탈(解脫), 순명, 청빈, 친절, 소죄로라도 천주를 다시는 거스리지 않겠다는 결심을 굳건히 하였다.
『일체가 허무하다』는 그였으나 한가지 예뢰가 있었으니 그것은 『시내(溪川), 전원(田園), 꽃, 향기, 음악』이었다. 피조물들 안에 조물주(造物主)를 찬양하는 것이었다.
인자하고 학식이 유여한 부친과 재조있고 아름다운 젊은 모친의 딸로 태어나 해외로 떠난 七형제의 누이가 되는 그가 자기 수녀원 안에 안온하게 남아 있을 수 있었던가? 그러나 그는 안온하게 관상할 수 있는 생활을 원했다. 관상이야말로 장차 일으킬 위대한 행동의 근원이 될 것이었다. 그의 투쟁적(鬪爭的)인 천성이 극기와 고행의 실천이 없었던들 소란과 혼란을 일으켰을 것이었다. 그러나 그는 자기를 극복하는데 용감했다.
「알칸타라」의 <페드로> 노수사(老修士)는 온유(溫柔)와 경골(硬骨)이 대조되면서도 극히 예모다웠고 말이 드물면서도 친근하기 쉬웠을뿐 아니라 유모어의 쎈스까지 풍부했다. <데레사>는 아무런 허물이 없는 명랑한 대화를 즐겼고 작별할 때 서로 기구중에 잊지말자는 약속을 잊지 않았다. 그는 이제까지 자기를 그다지도 몹시 괴롭히던 업격하기만 하고 학식만 있고 인간성이 없는 지도신부들이 회상되었으나 원망하는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그때 <페드로>의 얼굴이 평화로운 미소로 빛나는 것이 보였다.
『아이구! 수사님』
『그래…?』
『천주여 이 모든 우울하신 성인네들로부터 우리를 구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