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환자라함은 나병(문둥병) 새로운 말로는 한센(Hansen)씨병에 걸린 환자를 말하는 것이다.
나병은 옛날옛적부터 인류에게 비극을 초래하던 질환으로서 인류가 역사를 기록하기 이전부터 나병이 존재했던 것을 여러가지 유사 이전의 사적으로 알 수 있다. 그동안 문화가 발전해서 여러가지 질병이 극복되었고 그 원인과 기타 치료법을 일찍부터 알앗지만 이 나병에 대해서는 그 원인을 잘 모르는 채 정거해왔던 것이다.
그동안 우리 인류는 나병환자를 치료하고 도웁기 위하여 우리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다하였지만 아무런 성과를 얻지 못하였고 또한 나환자의 모습이 너무 참혹하고 흉칙했기 때문에 환자를 싫어하고 학대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인간을 침범하는 질환이 수없이 많지만 나병의 역사야말로 학대와 박해의 기록이라 말할 수 있다.
나병에 걸리면 과거에는 인간으로서는 종말을 고하는 것이었다. 사회인은 물론 친부모 형제 심지어는 자기 육친도 그 생의 존재를 염오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리하여 환자 자신도 자기 자신의 생을 저주하게 되는 것이 사실이다. 이렇게 어둡고 참혹하던 나병도 인류문화의 서광이 미쳐 一八七二년 「놀웨이」의 의사 <한센> 박사(Dr. Handes)에 의하여 나병을 일으키는 병원체인 나균을 발견하기에 이르렀다. 그래서 그 이전까지 무턱대고 환자를 박해하고 싫어하던 방법에 대해서 새로운 서광을 비치게끔 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나병을 치료하고 예방하는 방법이 없었기 때문에 나환자를 격리하고 감금하는 것만이 유일한 처리방법이었다. 그러던 것이 一九四三년 미국의 <회제> 박사(Dr. Faget)에 의하여 DDS를 중심으로 하는 Surfone제제가 나병을 완치할 수 있는 약이라는 것이 여러 세계학자들에 의해서 알게되고 또한 그간 나병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도 알게 되었다. 또한 나환자를 치료하면 나아서 일반 건강인에게 전염시킬 위험성이 없이 어디에서든지 누구하고 같이 살아도 괜찮은 상태를 과학적으로 증명하는 방법도 알게되었다 또한 나아가서 이미 나병이 늦게 발견되어서 나병으로 인해 생기는 흉칙한 모습 예를 들면 눈썹이 없어지고 코가 떨어지고 입이 돌아가는 등 모습들도 근대의학의 발전된 성형수술(成形手術)로 교정해서 거의 완전하게 만들 수 있게 되었다. 한발짝 더 나아가서 나병을 진단하는 방법은 고도로 발전되어서 환자가 흉측한 모습이 되기 훨씬 이전에 용이하게 또한 싸게 완치할 수 있는 방법이 발전되어있다.
그리하여 오늘날 학문적으로 마치 천연두나 장질부사를 앓고 나면 그 사람을 병이 난 이후에는 천연두환자라든가 장질부사환자라 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나환자도 나으면 누구나 마찬가지로 나병과는 완전히 인연을 끊게끔 되었다.
오늘날 세계의 의학은 나병에 대해서 이만큼 밝아 소망에 차있다. 그러면 우리나라의 나환자들은 신이 인류에게 준 이런 새로운 빛과 소망의 혜택을 받고 있느냐 하면 그렇지는 않다.
이러한 소망을 이룩할 수 있는 방법이 한국에서는 불가능하냐, 그렇지 않다. 그 방법은 우리 전문가적 입장에서는 여러가지 복잡한 기술적인 문제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그것은 전문가에게 일임하기로 하고 첫째 나병의 본질을 우리가 이해할 필요가 있다. 언듯 생각하기에 나병은 전술한 나균이 우리 신체에 침입해서 일어나는 질환으로서 그 균을 살멸하는 약이 있다니 해결될 것 같지만 그렇지는 않다.
나병이 가지는 둘째 중요한 모순은 마음에 병드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나병환자는 이 세상에서 관념적으로 버림받은 사람, 다시는 회복하지 못할 사람이라는 일반 사회인의 무지에 의한 마음의 병이다.
세상사람이 전부다 나환자를 염오하는 나머지 환자 자신들도 버림받은 사람, 혼자는 살 수 없고 남의 도움을 받아야 사는 사람이라는 마음의 병이다.
이 마음의 재활(再活) 없이 육신을 병만 낫게 한다 하여도 해결되지 않는다.
인간이 신에게서 받은 지성(知性)과 영리한 능력만을 가지고 생물학적 욕심을 중심으로 한 능력만을 남기고 양심에서 우러나오는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고 자립해서 살아보겠다는, 예를 들면 내가 지니고 있는 병을 타인에게 주지않고서 자립해 보겠다는 마음의 재활없이 이나라의 나병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기약하기에는 매우 힘들다.
저자는 인간의 양심을 중심으로 해서 살기를 원하는 모든 종교인들은 나환자를 염오하고 혹은 측은하게 생각하는데 그칠것이 아니라 한발 더나아가서 그들에게 신이 인간에게 부여한 근본양심의 재활을 주도록 노력하는 것 즉 하느님이 복음을 주고 동시에 이세상 사람들로 하여금 나환자를 무서워하고 싫어하는 마음의 병을 고치게 하는데 공헌해주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柳駿(延世大學校 교수 · 세브란스病院 構內 特殊 피부과 과장=醫博)