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카리타스의 이번 방글라데시 현장 방문에는 한국 카리타스 후원회원 4명이 동참했다. 그간 국제협력 담당 직원이나 상임위원들이 원조사업 평가를 위해 정기적으로 방문한 적은 있지만 후원회원들이 지원 사업 대상국을 직접 찾아 현지 주민들과 만남의 시간을 가진 것은 처음이다. 후원회원들은 가난한 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도움을 주고자 비행경비 전액을 자신이 부담했다. 새 집을 얻은 현지 주민들과 함께 방긋 웃고, 때로는 여전히 가난한 그곳의 현실에 안타까움을 표하며 일주일간 방글라데시를 방문했던 후원회원들의 이야기와 그들의 작지만 알찬 후원 이야기를 담는다.
한국 교회 지원으로 방글라데시에 지어진 새 집을 바라보는 윤석민(베드로·광주 풍암동본당)씨의 감회는 남다르다. 본당 사회복지분과 차장인 윤씨는 본당을 대표해 이번 현장체험에 참가했다. 풍암동본당은 지난 해 9월 한국 카리타스에 해외원조지원금 1억원을 내놓았고 이 값진 성금은 2009년까지 200채의 새 집을 짓는 주택건축사업에 사용되고 있다. 윤씨는 “한국에서 해외 가난한 이들에 대한 자료를 본 적은 있지만 막상 현장에서 실상을 보고 나니 도움이 절실함을 느낀다”며 “이번에 보고 들은 것들을 상세히 신자들에게 알려 보다 많은 신자들이 해외원조에 관심을 갖도록 할 생각”이라고 했다. 타 본당 보다 높은 본당 예산의 15%를 사회복지기금으로 편성해 온 풍암동본당은 사회복지기금 전액과 결혼 피로연·성물판매소·친환경 먹을거리 판매 등 본당 단체 봉사활동을 통한 수입, 사회복지후원회원들의 회비를 모아 마련한 1억원을 2008년 한국 카리타스에 전달했다. 올해도 해외원조기금 마련에 힘쓰고 있는 본당은 윤씨의 이번 방문 결과를 담은 보고회를 3월 29일 전 신자 대상으로 가질 예정이다.
1995년부터 한국 카리타스를 후원해 온 강기봉(요셉·서울 돈암동본당)씨. 서울 성북동에서 ‘조셉의 커피나무’라는 아담한 커피숍을 운영하는 강씨는 매일 첫 테이블 매상을 하느님 몫으로 봉헌하고 있다. 한국 카리타스 뿐 아니라 여러 해외원조단체를 돕고 있는 강씨는 똑같은 사람으로 태어났음에도 우리 돈 100원, 200원이 없어 굶주리는 세계 기아들을 돕는데 관심을 갖고 있다. 강씨는 이번 체험을 위해 집에서 모아 온 자녀들의 학용품을 방글라데시 아이들을 위해 내놓았다. 강씨가 손수 모아 짊어지고 온 연필 한 자루 한 자루는 하루 한 끼로 생활하는 아이들에게 값진 선물이다.
강씨는 방글라데시 카리타스 직원들과 가진 현장체험 평가회에서 “방글라데시 사람들을 보며 50~60년대 가난했던 시절 우리들을 보는 것 같았다”며 “우리도 나 혼자 내 식구들 내 민족들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세상 모든 사람들을 위해 사랑을 넓혀가야 함을 배울 수 있어 보람이었다”는 소감을 전했다.
강씨는 부인 김향신(마리아)씨와 힘을 모아 3월 1일 그의 커피숍 주차장에서 기아 돕기 바자회를 마련했다. 그동안 모아 온 헌 옷을 판매한 바자회 수익금은 해외원조에 쓸 계획이다.
양원식(스테파노·의정부교구 후곡본당)씨가 심각한 표정으로 새 주택 수혜자 비비쟌(Vivijian)씨의 목과 등을 주무른다. 집을 얻었지만 몸이 아파 일을 못한다는 이야기에 양씨가 직접 나선 것. 폐가 많이 안 좋아 보인다며 양씨는 ‘약이라도 좀 가져왔으면 좋았을 텐데’라는 표정을 짓는다. 장애인 자조그룹 모임에서도 양씨의 관심은 치료 가능한 장애아들에게 쏠렸다.
약사인 양씨는 2001년 1월 한국 카리타스 후원회에 가입했다. 그리고 매년 후원회비를 조금씩 늘리며 꾸준히 성금을 보내고 있다. 조금씩 늘리는 이유는 어려운 이들은 많은 데 자신의 역할은 항상 부족해서라고 스스로를 낮춰왔기 때문이다. 후원회 가입 때부터 목표를 정해놨다는 양씨는 그 목표를 채울 때까지 후원을 꾸준히 이어나갈 생각이다.
양씨는 “이번 체험을 통해 방글라데시에 이렇게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많다는 것, 그리고 함께 동행한 후원회원들의 모습을 보며 나 자신이 스스로 반성하고 더욱 가난한 이를 위해 힘을 쏟아야겠다는 생각을 가졌다”고 했다.
방글라데시에 성당·학교 봉헌한 박양진씨
지난 2월 7일 방글라데시 북서부 단주리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 성당’ 축복식. 성당을 가득 메운 2천여 명의 신자 중 특별히 눈에 띄는 한 사람. 박양진(프란치스코·광주대교구 매곡동본당)씨다. 현지 어린이들 사이에서 두 손을 모은 채 내내 묵주를 손에 쥐고 기도하고 있는 그에게 이날 성당 축복식은 남다르다. 그가 후원한 성금으로 훌륭한 하느님의 집이 지어져 봉헌되는 뜻 깊은 날이기 때문이다.
한국 카리타스 후원회원인 박씨는 2007년 한화 7천만원을 성당 건축에 써 달라며 방글라데시 디나즈푸르교구에 봉헌했다. 성당이나 학교 건축은 한국 카리타스의 해외원조대상사업에 포함돼 있지 않다. 때문에 박씨의 이번 지원은 카리타스에서도 예외적인 지정기탁 사례. 한국 카리타스는 박씨가 디나즈푸르교구에 성금을 지원하는 다리 역할을 맡았다.
박씨가 성당 건축비를 내놓기로 결정한 것은 지난 2007년 방글라데시를 처음 방문했을 때다. 1909년 건립된 방글라데시에서 가장 오래된 성당 중 하나인 프란치스코 성당이 무너질 위험에 처해 신자들이 미사를 드리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소수민족이 주로 거주하는 이 지역에서 성당은 어린이들을 위한 학교와 기숙사를 운영하고 있는 가난한 이들의 유일한 안식처였다. 하지만 하루 끼니 걱정을 해야 하는 신자들이 성당을 새로 짓는 것은 불가능했다. 한국에 돌아와서도 박씨는 낡은 성당의 모습, 그리고 신발도 없이 맨발로 흙먼지를 뒤집어쓰면서도 해맑게 웃던 아이들이 자꾸만 눈에 밟혔다.
“‘가장 보잘 것 없는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나에게 해 준 것이다’라는 말씀을 몇 번이고 되새겼습니다. 그리고 부족하지만 제 정성을 조금 보탰을 뿐입니다.”
한국에서도 만만치 않게 큰 성금. 하지만 박씨는 부자가 아니다. 검소하고 절약하며 모은 돈을 이제 어려운 이웃과 나누고 있을 뿐이다. 박씨는 방글라데시의 가난한 이들을 직접 만나고 온 후 겨울에는 보일러를 끄고 여름에는 선풍기를 돌리지 않았다. 반찬도 한 가지만 먹었다. 방글라데시 현장체험 중에도 일행의 점심식사비를 물어보며 ‘우리가 이렇게 비싼 밥을 먹으면 안 된다’ 할 정도였다. 이렇게 자신을 낮추며 사랑을 실천한 박씨는 축복미사 후 열린 감사행사에서도 자신에게 고마움을 표하는 방글라데시 신자들에게 “이런 기회를 주신 하느님께 오히려 영광을 돌린다”고 했다.
2002년 1월 한국 카리타스 후원회원으로 가입해 매년 후원회비를 보내온 바 있는 박씨는 이번 프란치스코 성당 봉헌 외에도 인근 소수민족 마을 ‘코다바그바르 미션학교’ 건립에도 도움을 줬다. 2월 8일 학교를 찾은 박씨는 “2007년에 왔을 때는 아이들의 모습이 너무나 안쓰러웠는데 지금은 교복을 입고 웃으며 반겨주는 모습을 보니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또 “아이들 중에서 신부님 수녀님들이 많이 나와 방글라데시 교회 발전에 기여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전했다.
“사랑 함께 나눌 후원자를 기다립니다”
한국 카리타스는 세계 가난한 이웃을 기억하고 사랑을 나눌 이들을 기다리고 있다. 방글라데시를 찾았던 후원회원들처럼 작은 정성과 나눔의 의지만 있다면 누구나 후원회원이 될 수 있다. 후원회원들의 정성이 모이고 모일 때 ‘남거나 모자라지 않는’ 세상을 만들 수 있다. 후원은 지로나 자동이체로 가능하며 후원회원에게는 해외원조 상황과 어려운 이웃나라 이야기들 담은 ‘희망’지가 발송된다. 한국 카리타스는 매달 1회 회원들을 위한 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후원문의 : 02-2279-9204 한국 카리타스(www.caritas.or.kr)
※후원계좌 : 우리은행 064-182742-01-101, 농협 170383-51-048420 (사)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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