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겠노라 가겠노라 하시더니만 가시고 말았군요.
하늘나라로 가셨으니 기쁨이련만 왜 이리도 눈물이 자꾸만 쏟아집니까.
가슴이 메이며 그 잔잔한 미소가 보고싶고, 그 인자스런 음성이 듣고 싶습니다.
이제는 다시 볼 수 없나요? 이제는 다시 들을 수 없나요?
자꾸만 자꾸만 눈물 속에 아른거리고 귓전에 들려옵니다.
하늘을 쳐다봅니다.
별 하나가 유난히 반짝입니다. 당신입니까? 우리를 내려다 보시며 손짓하시는 것 같네요.
보고 싶으면 저 별을 보면 되나요?
보고 싶으면 밤을 기다리면 되나요?
우리가 헤맬 때 갈 길 찾아주시고
우리가 나서지 못할 때 앞장 서 주시고
우리가 입다물고 있을 때 외쳐주셨던 당신!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뜨거운 햇볕을 가리워 주시고
세찬 바람을 막아 주시고
얼어붙은 몸을 따뜻이 녹여주시던 당신!
외로워지면 어딜 가야 당신을 뵐 수 있겠습니까?
아-! 김수환 스테파노 추기경님!
하늘나라 보다 못해도 다시 오실 수는 없으십니까?
괴롭고 힘들지만 그래도 좀 더 계실 수는 없겠습니까?
우리는 아직 어립니다.
북풍 한설 막아내기엔 아직 우린 어리고 연약합니다.
좀 더 있다 가시면 안됩니까.
저희가 너무 무거운 짐을 드렸었나요? 저희가 너무 당신한테만 매달렸나요?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이왕 가시려거든 모든 걸 다 잊고 가시옵소서. 홀가분하게 가시옵소서.
가셔서 편히 쉬시옵소서. 훗날 천상에서 뵙게 될 때 즐겁게 ‘등대지기’ 함께 불러요.
최경식(토마스 아퀴나스?서울 세검정본당)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