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감사
우리에게 남긴 마지막 유언의 말씀은 아니셨는지요.
목자이신 님은 오늘 빈손으로 그렇게 우리 곁은 떠나셨지만
마지막 가시는 그 길에서 조차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가르치셨습니다.
유리관 속의 님은 침묵 속에 계셨지만 평화와 사랑의 빛으로 각인된 님의 아름다운 모습은 우리의 양심을 흔들었습니다.
우리의 목자이신 추기경님,
아버지를 잃은 큰 빈자리에
우리가 오늘 흘리는 이 눈물은 이별의 서러움 때문만은 아닐 것입니다.
어려운 시대 든든한 아버지로 함께 했던 양심의 소리를 떠올리며 감사의 눈물을 흘리고 있는것은 아니겠는지요.
우리의 목자이신 추기경님,
정의와 평화가 사라졌던 암울했던 그 날, 내 조국의 그 날이 기억되어 나는 그만 울고 말았습니다.
살얼음 같은 시간 속에서
젊음의 생명이 쓰러져 가는 절망 가운데서도 그 누구 두려움에 침묵해야 했던 거리...
그러나, 님 만은 당당하게 내 조국의 민주화와 인권회복을 위해 정의를 선포하며 가난한 자들의 아버지가 되셨습니다.
“학생들을 데려가려면 나를 밟고 가시오”
이 강한 메시아적 말씀을 떠올리며 나는 또 다시 울고 말았습니다.
우리의 목자이신 추기경님,
생명을 잃을 위기 앞에서도
권력과 불의에 타협하지 않으셨고
유머와 지혜로써 모든 이의 조언자가 되어주셨던 당신은
단지,
야간 자들에게는 온화한 아버지로서 손을 잡고 동행하셨던
사랑 많으신 착한 목자이셨습니다.
우리의 목자이신 추기경님,
개구쟁이처럼 선한 웃음과 온유한 아버지의 목소리를
우리는 가끔 떠올리며 당신을 그리워할 것입니다.
하오니, 빌어주소서.
당신의 어린 양들과, 당신의 조국에 평화와 정의가 이루어지고
사랑과 감사가 넘치는 희망찬 조국이 되도록...
우리의 목자이신 추기경님,
추기경님 떠나시는 그 길...
당신의 양들은 향기 가득한 들꽃을 뿌리며 선구자를 힘차게 부르며 작별을 고하려 합니다.
바람 잘 날 없이 홀로 외로움 속에서 지셔야 했던 그 고난의 십자가를 이제 내려 놓으시고
당신 양들이 올리는 기도의 행기 속에서 평화의 안식을 누리소서
서미순 마리아 수녀·성 도미니코 선교수녀회·일본 카타리나대학 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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