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안중근 의사 의거 100주년이 되는 해다.
아는 바와 같이 안중근 의사는 1909년 10월 26일 중국 하얼빈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죽여 일본 제국주의의 압제에 신음하고 있던 아시아 대륙은 물론 전 세계에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안 의사는 의거 직후 현장에서 체포돼 5개월 후인 이듬해 1910년 3월 26일 중국 다롄의 뤼순감옥에서 32살의 나이로 순국했다.
여기까지가 일반적으로 알려진 안중근 의사에 대한 전부다. 신자들에게조차 안 의사는 역사 속의 한 인물일 뿐이지 투철한 신앙인이나 참 그리스도인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안 의사에 대해 안다고 하더라도 의거에 앞서 총알에 십자 표시를 새겨 넣고 성공을 위해 기도했다거나, 감옥에서 이토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성호를 그으며 하느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렸다는 등 단편적인 수준을 크게 뛰어넘지 못한다. 이 같은 모습은 안 의사가 우리 역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에도 불구하고 그간 무관심 속에 방치하다시피 해온 현실을 대변해준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교회에서 손 놓고 있는 사이 오히려 일반 사회단체나 타 종단 등에서 안 의사 연구와 현양에 더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 단적인 예로 통일교에서 운영하는 세계일보가 이미 지난 1992년부터 ‘안중근 의사 여순 순국유적 성역화사업’을 추진하며 전 국민을 대상으로 다양한 이벤트를 마련하는 등 적극 나서고 있어 한국 교회의 모습과 차이를 보이고 있다.
또한 안 의사에 대한 추모 열기는 의거가 일어난 중국에조차 미치지 못하는 게 아닌가 하는 물음마저 제기되고 있다. 실제 하얼빈을 중심으로 중국 곳곳에서는 의거 100주년인 올해와 순국 100주년인 2010년을 맞아 각종 학술대회와 문화 행사 등을 통해 안 의사의 정신을 기리고 현양하려는 움직임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안중근 의사의 사상은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 나아가 세계 어느 곳에 내놓아도 보편성을 지닌다”는 중국 정부 당국자의 말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따라서 안 의사의 신앙과 영성 등에 대한 보다 깊이 있는 연구와 이를 바탕으로 그의 삶에서 일관되게 나타난 그리스도인으로서의 면모를 현대를 살아가는 신자들의 삶과 연결시켜 나가려는 지속적인 노력이 절실하다.
이를 통해 민족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는 그리스도인의 표상으로 신앙인 안중근을 새롭게 되살려낼 때 한국 교회는 보다 풍성한 영적 자산을 보유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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