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교구가 목말라하고 있다. 지난해 가을부터 이어진 가뭄으로 태백과 정선, 영월지역 신앙인들의 고통이 심각하다는 소식이다.
평일미사에 빠지지 않던 신자가 제한 급수 시간 때문에 미사도 거른다고 한다. 옷을 빨고, 몸을 씻고, 식사를 준비하고, 설거지를 하는 가장 기본적 행위조차 제약 받고 있다. 식당, 미용실 등 영세 자영업자들의 생계도 위협받고 있다. 물의 양(量)도 양이지만 질(質)도 심각한 수준이다. 하천과 댐, 호수 바닥에 있는 물까지 긁어 올리다보니, 수돗물에 모래 등 이물질이 함께 섞이고 있는 현실이다.
물을 제한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 이들은 그나마 낫다. 장성본당 철암공소 등 산간지역 신앙 공동체에선 제한급수 마저 불가능해 모터를 이용해 개울물을 퍼 올려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같은 사태는 이미 예견되어 왔다. 유엔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가용수자원의 40% 이상을 사용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강수량이 조금만 줄어도 심각한 물 기근이 생길 수 있는 ‘물 스트레스’ 국가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계절별, 지역별로 강수량의 편차가 심하다. 특히 국토의 7할이 산악지형이어서 물을 가둘 저수지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하천경사도 급해 물이 유출되는 등 수자원의 이용 면에서 불리한 자연조건을 안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이번 강원남부 지역 물 부족 사태 원인을 ‘하늘 탓’‘땅 탓’으로만 돌려서는 안된다. 이번 사태는 물을 쓰듯 하는 풍토, 정부의 미흡한 가뭄대책, 46%대에 달하는 태백지역 상수도 누수율 등 많은 문제점들이 종합적으로 빚어낸 인재(人災)다.
이제 정부는 ‘물은 생명’이라는 인식을 갖고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국민들이 다시는 이 같은 목마름을 겪어선 안되기 때문이다.
아울러 정부 및 시민단체의 노력과는 별도로, 신앙인들의 고통 분담 노력도 함께 요청된다. 강원 남부 주민들의 고통은 오는 5월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현지 취재 결과다. 이러한 상태가 계속된다면 사수(死水)로 불리는, 댐과 하천 바닥의 해로운 물까지 급수될 전망이라고 한다. 그 목마름이 사순시기여서 더 안타깝게 다가온다.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 카리타스봉사단이 태백, 영월, 정선지역 구호활동에 나섰다는 소식이다. 늦었지만 반가운 소식이다. 사순시기다. 십자가 위 그리스도의 목마름(요한 19,28)을 안타까워하는 우리가 바로 옆에서 목말라하는 이웃의 고통을 외면한다면 말이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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