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 교육을 칭찬했다고 해서 언론을 비롯해 교육계가 한바탕 떠들썩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교육개혁을 중요한 정책적 과제로 삼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미국 아이들은 매년 한국 아이들보다 학교에서 한 달 정도를 덜 보낸다. 이렇게 해서는 21세기 경제에 대비할 수 없다”고 해서 벌어진 사단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교육개혁을 역설하며 “미래는 시민을 가장 잘 교육하는 국가의 것”이라고 한데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을 듯하다. 하지만 우리나라 교육을 ‘모범 사례’로 벤치마킹 대상으로까지 보는 그의 말에 경제논리에 젖은 오도된 인식이 자리하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함을 지우기 힘들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교육에 문제가 있다고 느낄 것이다. 이 때문에 한때 ‘광풍’이라 할 정도로 조기유학 바람이 거세게 불기도 했다. 가족을 유학 보낸 뒤 홀로 사는 ‘기러기 아빠’에서 ‘독수리 아빠’와 ‘펭귄 아빠’를 거쳐 ‘참새 아빠’로까지 세분화, 다양화(?)되어 가던 세태는 우리 교육 현실의 바로미터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면서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문제에 그리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우리 가족의 삶과는 별개의, 동떨어진 세상의 얘기라는 생각에서였다. 솔직히 개인적으로도 기러기는 고사하고 참새 아빠도 꿈 꿔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필자도 우연찮은 기회에 한동안 ‘기러기 아빠’ 신세가 됐던 적이 있다. 갖은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기러기 신세를 감내해냈던 것은 학생 시절에나 네 아이의 학부모가 된 지금이나 우리 교육시스템은 피할 수 있다면 피하고 싶은 잔이었기 때문이다.
미국에 머무는 동안 아이들과 함께 찾은 그곳 학교들은 마치 널찍한 놀이터 같다는 느낌이었다. 특히 체육시간이나 방과 후 이어지는 각종 동아리 활동은 마치 조그만 축제의 장을 떠올리게 했다. 한국 아이들이라면 한시라도 빨리 떠나고 싶어 했을 학교가 아이들의 웃음과 즐거운 함성으로 차 있는 모습을 보며 필자는 앞으로 겪어야 할 고통을 기꺼이 감내해 나가겠노라며 결연한 마음을 다지기도 했었다.
아는 바대로 우리나라 교육은 수업 시수(時數)만 많은 게 아니라 과하다 싶을 정도의 자원을 사교육에 중복투자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무작정 공부하는 시간이 아니라 교육의 질과 그로 인해 발현될 수 있는 학생들의 다양한 재능과 잠재력이다. 세계적인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 박사가 “한국 학생들은 하루 15시간 동안 학교와 학원에서 미래에 필요하지 않은 지식과 존재하지도 않을 직업을 위해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고 한 말은 새겨들을 만하다. 자신이 걸어 온 길이어서 누구나 겪는 통과의례인 양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과 함께 자녀를 모순투성이 길로 내모는 건 자녀뿐 아니라 우리 모두의 미래를 망치는 일이다.
이제 다시 필자의 아이들은 한국 교육 시스템 안에서 새 학기를 맞고 있다. 새 친구를 만난다는 설렘이나 긴장감 외에는 별 두려움 없이 미국 생활에 적응하던 아이들이 다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한숨이 나온다.
지금도 우리나라 학생들은 새로 부활한 ‘0교시’에, 자율 없는 ‘자율학습’ 등으로 별다른 감흥 없이 교문을 들락거리고 있다. 도통 이런 우리의 현실을 모르는 이가 우리 교육을 칭찬했다니…. 자신이 처한 현실도 모르고 다른 나라 대통령의 한 마디에 우쭐해하는 우리의 모습은 코미디가 아닌가.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














.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