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누스 얼굴을 가진 술의 이중성
술은 다른 중독성 물질과는 달리 이중적인 성질을 가지고 있다. 대부분의 중독적인 향정신성 약물들은 정신적 작용만을 나타내는데 비해, 술은 육체적인 면과 정신적인 면에 동시에 작용한다. 또한 음주량의 많고 적음에 따라서 정반대의 정신적인 효과가 나타나고, 술에 취했을 때와 취하지 않았을 때의 증상은 너무나 극적으로 대비된다. 매우 이중적이다.
물론 술을 조금 마셨을 때는 기분이 좋아지고, 심장 박동에도 긍정적 역할을 줄 수 있다. 정신적 면에서도 그렇다. 그러나 과음을 하면 정반대의 효과를 가져온다. 이러한 술의 이중적인 효과를 정확히 모른 채 과음하다 보면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큰 피해를 입게 되고, 장기간 음주를 하면 결국에는 중독에까지 이르게 된다.
성경에 나타난 의인들의 두 얼굴의 모습
탈무드 전승에는 술의 기원에 대해 흥미 있는 일화가 있다. 인간이 포도를 심고 있었는데, 악마가 찾아와서 “이런 식물은 본 일이 없는데 무엇이지?”하고 물었다. 인간은 악마에게 “이것은 매우 달콤하고 맛있는 열매가 달려서 그 즙을 마시면 너를 행복하게 만들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악마는 양, 사자, 돼지, 원숭이 네 마리를 데리고 와서 죽이고, 그 피를 식물 비료로 쏟아 부었다. 이렇게 생겨난 것이 포도주다. 그래서 처음 술을 마시기 시작하면 양처럼 순하고, 더 마시면 사자처럼 공격적이 되고, 또 더 마시면 돼지처럼 더럽게 되고, 더 많이 마시면 원숭이처럼 된다는 것이다.
의로운 노아도 술에 취해 저지른 자신의 실수를 자기 아들에게 저주하는 잘못을 범한다. 의인이라는 인격을 지닌 노아도 알코올의 마수에게 걸려들어 무력함과 인간의 연약함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또 창세기 19장을 보면 롯의 딸들이 자기 아버지를 술에 취하게 하여 근친상간의 죄를 범하는 장면이 나온다. 술은 이처럼 처음부터 인류에게 퇴폐와 타락을 조장해왔다. 술은 의인이라는 인격을 가진 사람을 타락하게 만들고, 도덕적인 사람마저도 부도덕한 사람으로 추락하게 만든다.
잠언 20장 1절 이하에 다음과 같은 말씀이 있다. “포도주를 마시면 방자해지고 독주를 마시면 행패를 부린다. 술에 빠져 곤드라지는 것은 슬기로운 일이 못된다.”
두 얼굴의 신부
M본당 신부 시절이었다. 전날 술을 얼마나 많이 마셨는지 아침 미사도 드리지 못하고 시체처럼 쓰러져 자고 있었다. 그때 누군가 사제관 문을 두드려 비몽사몽간에 일어나 나가보니 사목위원회 부회장님이었다. 나는 술을 마시던 사람들과 언제 헤어졌는지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런데 부회장님이 이런 말을 했다.
“신부님, 큰일 났습니다. 술자리를 함께 했던 사목위원 중 한 사람이 신부님과 치고받고 싸웠는데, 그가 지금 병원에 입원해있습니다.”
참으로 난감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를 당황하게 만든 것은 성당에 나의 실수에 대한 소문이 퍼진 것이었다.
만사를 제쳐두고 병문안을 갔다. 병원에 도착해 그 신자를 보자마자 나는 무릎을 꿇고 “형제님 용서해주십시오. 정말 잘못했습니다” 라며 용서를 청했다.
평소 강론을 통해서 신자들에게 “서로 사랑하십시오”라고 말하던 내가 신자에게 폭력을 행사했다는 자체가 부끄러웠다. 참으로 많은 반성을 했다. 이후 나는 알코올 중독 치료를 받았고, 지금은 일체 술을 마시지 않는다.
술을 마실 때의 삶과 단주의 삶은 완전히 다른 삶이다. 생각, 감정, 행동 등 모든 것이 새롭게 변화된다. 단주의 삶은 나를 더욱 자유롭게 만들고, 무엇보다 하루하루의 삶에 대해 감사를 느끼게 한다. 그래서 단주의 삶은 행복하다.
“주님, 전에는 술로 인해서 슬펐지만 지금은 기쁨이 넘쳐요
주님, 전에는 술로 인해서 고통스러웠지만 지금은 마음이 편안해요
주님, 전에는 술로 인해서 외로웠지만 지금은 즐거움이 가득해요
주님, 전에는 술로 인해서 텅 빈 마음이었지만 지금은 주님과 함께 행복해요.”
- 시집 「그때 술을 마시지 않았더라면」, 4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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