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들께선 지난 주 데스크칼럼을 읽어 보셨는가. ‘착각과 코미디’란 제목의 글에서 필자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얼마전 한 공개석상에서 “한국처럼 교육하자”는 발언을 한 데 대해 지적했었다. “미국 학생들은 한국 학생 보다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이 한달 가량 적다. 새로운 세기에 대비하기 위해 학생들이 학교에서 좀 더 많은 시간을 보낼 필요가 있다”는 것이 오바마 발언의 요지다. 현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교육개혁을 중요한 과제로 삼겠다며 한 말이다.
이후 여러 곳에서 이 발언을 화제 삼아 말들이 많았다. 그중엔 미국 대통령이 한국의 교육현장과 현실을 벤치마킹하잔다며 내심 흐뭇함을 감추지 못한 매체들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 언론들은 오바마 발언의 진의를 확인하면서, 그의 단견에 의한 실언으로 해석했다. 지금 이 글을 쓰는 필자도, 비슷한 말을 되풀이 하는 것 같아 겸연쩍긴 하지만, 말 나온 김에 우리네 교육 현실을 한번 되짚어 보고 싶다.
올해 고3인 대학입시생을 둔 부모로서, 단도직입적으로 물어 보자. 지금의 한국 교육 정책과 교육 시스템에 만족하는 학부모는 몇이나 될까. 아이들을 입시경쟁의 생지옥으로 몰아넣고, ‘승자 독식주의’ 만이 판치는 한국의 교육현실을 제대로 된 교육이라고 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최근 한 통계는 지난 97년에 8만원이던 가구당 사교육비가 2008년 기준 21만원으로 올랐다고 밝혔다. 이러니 통계란 그리 믿을게 못된다. 가구당 21만원이 아니라 자녀 한명당 사교육비라고 해야 어느 정도는 맞지 않을까 싶다.
그럼 사교육은 왜 하는가. 아니 할 수 밖에 없는가. 처지에 따라 이유는 다양하겠다. 특목고 진학과 일류 대학 가는게 목표일 수 있다. 하지만 대다수 부모들의 입장에서는 공교육이 제 구실을 못하기 때문이다. 정상적인 과정을 거쳐 진학한 자녀들은 공교육을 따라갈 수가 없다. 사교육을 안하고서는 공교육 조차 따라가기 힘들다는 말이다. 그러니 울며겨자먹기식으로 사(私)교육, 아니 사전(事前) 교육에 매달린다. 소위 말하는 ‘선행학습’(선행학습의 본 뜻은 분명 다르다)이다. 더 웃기는건 수행능력 평가가 내신에 반영된다는 이유로 체육시간에 할 농구공 던지기도 선행학습을 하는 형국이다. 모두가 오로지 대학입시만 지향하는 교육현실 때문이다.
최근 카이스트의 서남표 총장이 “2010학년도 입시부터 학교장 추천과 심층면접만으로 신입생을 선발하겠다”고 밝혀 파장을 몰고 왔다. “잠재력과 창의성, 독립성을 갖춘 진정한 과학 인재를 발굴 양성하기 위함”이란 말도 덧붙였다. 몇몇 대학에선 예능계 실기시험을 점차 없애겠다는 발표도 잇따랐다. 입시 위주의 한국 교육시스템을 바꾸어 보려는 용기있는 결단에 박수와 찬사를 보낸다.
그래도 우려와 씁쓸함은 남는다. 사교육 시장이 어떤 곳인가. 당장 카이스트 면접 대비반이 생길 것이란 자조섞인 분석이 나온다. 명문대학에 몇 명 보냈는가가 공교육의 잣대가 되는 한 공교육 정상화는 먼 나라 예기다.
‘교육의 질(質)’을 말하려던게 공교육의 부실과 사교육 문제만 되풀이했다. 우리네 교육 현실은 그만큼 탈도 많고 할 말도 많다. 예(禮)를 배우고 인성을 가르치는 교육이 아쉽다. 배려와 양보를 경험하고 꿈과 창의성을 키우는 교육이 아쉽다. 행복은 성적 순이 아님은 분명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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