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미사 봉헌은 초등학교 2학년, 복사를 하면서부터 시작됐다. 복사단 군기(?)가 셌던 이유로 복사 차례가 아니라도 가야 했다. 아직 졸병이라 평일 아침미사, 그것도 부복사만 2년을 했다. 4학년 때 본당이 분할되어 드디어 주복사를 서게 됐다. 복사가 혼자였던 관계로 주일이면 4대의 미사를 혼자 서야만 했다. 그래도 군소리 없이 고된 복사생활을 했던 어린 시절의 나를 생각하면 지금도 기특하게 생각된다. 열심한 복사생활과 신앙심 깊으셨던 부모님의 영향으로 나의 미래는 자연스레 사제의 길로 결정됐다.
하느님께서는 늘 잔잔함 속에 나와 함께 해주셨다. 역경 속에서뿐 아니라 순경 속에서도 주님은 우리와 함께 하신다. 사제품을 앞두고 내가 평생을 따를 성경구절을 생각해 보았다. “내가 있다는 놀라움, 하신 일의 놀라움, 이 모든 신비들, 그저 당신께 감사합니다”(시편 139,14)로 정했다. 부족하기 짝이 없는 나 같은 사람을 사제로 불러 주셨다는 사실이 정말 ‘신비’였기에 그저 감사드릴 수밖에 없었다.
얼마 전, 서울성모병원 암센터에서 전화가 왔다. 종합검진 결과 폐에 2㎝ 정도의 암으로 추정되는 음영이 생겼다는 것이다. 당황되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조금 더 잘 살걸!’ 입원하여 정밀검사를 받았다. 다음날 결과가 나왔는데 폐에 보였던 검은 자국이 없어졌다. 아마 X-Ray 촬영 시 폐를 지나가던 뭔가가 찍혔던 모양이다.
사제로서 잘 살라는 하느님의 경고로 받아들였다. 오늘 내가 숨 쉬고 움직인다는 것, 내가 하느님의 자녀요 사제로서 살아간다는 것, 이 모든 것이 나의 능력을 넘어선 하느님의 무상 선물이다.
‘88 올림픽 사제’(?)로서 초심의 자세로 더욱 감사하며 더욱 사랑하며 살아 보리라 다짐해 본다. 특히 어린 시절 순수함과 열정을 가지고 성체성사가 이루어지는 제대에 봉사했던 마음으로 미사성제를 더욱 정성껏 봉헌할 수 있는 은총을 하느님께 간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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